러시아 신규 확진자 처음으로 3만명대 돌파, 가파른 4차 파동에도 방역조치는 한가하다?
러시아 신규 확진자 처음으로 3만명대 돌파, 가파른 4차 파동에도 방역조치는 한가하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15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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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일단 거리, 크렘린도 "비상 조치 없다"
백신 접종률 높이기 안간힘 - 모스크바, 1만 루블 지급에 아파트 10채 경품으로

신종 코로나(COVID 19)의 4차 유행이 밀어닥친 러시아는 14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3만명 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 등 일부 지역은 그동안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고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의 준수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봉쇄령과 같은 일종의 '비상조치' 발령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크렘린측이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 신종 코로나 신규 확진, 하루 3만1300명 기록 경신/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당국은 14일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1천299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초 팬데믹(대유행) 발생 이후 최다 확진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최다 기록은 지난해 12월 24일 나온 2만9천935명이었다. 3만명대 아래였다. 그러나 이날 수도 모스크바에서 6천71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전 지역에서 확진 판정이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3만명대를 넘어섰다. 

미하일 무라쉬코 보건장관은 이날 "사회적 접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확산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도 현지 TV에 나와 "모스크바 방역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자체적인 방역 제한 조치 도입을 시사했다.

소뱌닌 시장, 모스크바에 단기 제한조치 도입 허용/얀덱스 캡처

그는 그러나 "대대적인 제한조치는 중증환자 발생률및 주요 의료기관들의 병실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며 당장 강력한 제한조치 도입과는 거리를 뒀다. 오히려 전세계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감안한 듯, 시민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당근책으로 아파트 10채를 경품으로 내놓았다. 소뱌닌 시장은 오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1차 접종 또는 재접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아파트 10채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65세 이상 접종자들에게 1만 루블(약 16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백신 접종자들을 겨냥한 이같은 인센티브 제공은 방역 제한 완화 조치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등 대부분의 지역은 현재 대규모 행사 금지와 식당·쇼핑몰·대중교통 등 다중 밀집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을 해제한 상태다. 모스크바 일부 교민은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사진출처:모스크바 시장 블로그
모스크바는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아파트 10채를 제공한다. TV 인터뷰에서 이같은 경품 제공 계획을 밝히는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현지 TV 캡처 

현지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4차 파동을 낮은 백신 접종률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러시아의 백신 접종률은 당국의 당근과 채찍 정책에도 불구하고, 30% 초반대(2차 접종자 기준)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와 현금 등을 경품으로 내놓고, QR코드와 일부 서비스 직종에 대한 강제 접종 조치 등을 도입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따뜻한 날씨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마저 커지면서 러시아인들에게 당국의 방역 지침은 '나 아닌 남의 이야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에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에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빠르게 4차 파동의 규모가 가팔라진 느낌이다.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 방역조치를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불이익과 감염률이 높은 국가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한가해 보이기까지 하는 러시아의 방역 수준이 앞으로 더 나쁜 결과를 낳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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