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초안 나왔다? - 이스탄불 협상 일찍 끝나
러-우크라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초안 나왔다? - 이스탄불 협상 일찍 끝나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3.30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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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중립국화 수락 대신 군사적 국제 안보 조약 요구
러시아와 크림반도 15년간 협상, 돈바스 독립은 사실상 용인?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5차 대면 협상에서 '평화 협정'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평화협정(초안)의 주요 내용도 협상이 끝난 뒤 별도로 가진 양국 대표단의 기자회견을 통해 전해졌다. 양측의 회견 내용을 종합하면, 초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당초 1박2일로 예정된 협상이 하루만에 끝났다는 것도 평화협정의 초안 등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양측 대표단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물론,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또 몇번의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 키예프(키이우)와 체르니고프(체르니히우)를 향한 군사활동 축소/얀덱스 캡처 

이번 이스탄불 회담을 중재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6가지 협상 쟁점 중 4가지는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4가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철회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안보 보장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허용이다. 나머지 두가지는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독립과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 인정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개시한 뒤 핵심 작전 목표로 내세운 탈무장화와 탈나치화, 돈바스 보호 중에서 탈나치화는 협상 쟁점에서 빠져 있다. 탈나치화는 그동안 국내 언론이 해석한 우크라이나 정권교체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탈나치화는 돈바스 지역에서 세력을 키워온 '아조프 부대' 등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세력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돈바스 문제와 연계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탄불 협상은 이전 만남에서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측에게 문서로 정리해 넘긴 제안(서)에 대한 답변 문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러시아 측은 협상에서 말로 하는 것보다는 문서화하는 것이 보다 명확하다며 러시아측 제안을 문서로 전달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제시한 6가지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평화협상 초안 내용을 분석해 보자. 우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철회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안보 보장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라는 한 묶음이나 다름없다. 

메딘스키 보좌관(왼쪽)과 포민 국방차관이 협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현지 TV채널 '렌' 캡처

이에 대해 러시아 측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국가 지위의 추구를 확인하는 제안을 문서로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대량살상무기의 생산 및 배치 거부,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와 외국 군대 배치 금지 등이 포함되고, 우크라이나 안보 보증국들의 동의 없이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고 메딘스키 보좌관은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가 국제법적 보장 아래 항구적 중립국을 선포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전보장을 '다국적 조약' 방식으로 요구했다. 다비드 아라카미아 우크라이나 집권당 '국민의종'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 시스템은 보증 국가들이 서명하고 비준하는 '국제 조약'의 형태가 될 것"이라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터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폴란드 이스라엘 등을 참여가능한 보증 국가로 제시했다. 일부 국가로부터는 이미 참여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안보 보증 방식은 나토(NATO) 헌장 제 5조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침략을 당할 경우, 보증국가들은 3일 간의 협의 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및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영공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증 국가들은 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미 약속한 바 있어 별도의 논의가 필요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임하고 있는 러시아 대표단. '평화를 위한 취약한 길'이라는 자막이 떠 있다/현지 TV 채널 미르-24 캡처

문제는 돈바스와 크림 반도의 귀속 문제를 둘러싼 영토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를 '오르들로'(ОРДЛО)로 부른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나 러시아계 주민들이 장악한 지역을 뜻한다. 

영토 문제에 대해 메딘스키 단장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탈환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와 함께 국제적 안전보장 대상 지역에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림 반도 지위에 대해 향후 15년간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우크라이나측이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돈바스의 독립은 사실상 용인하되 크림반도는 계속 협상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딘스키 단장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제안이 우리의 입장(크림 인정)과 일치하지 않지만, 키예프는 독자적인 접근 방식을 내놓은 것"이라고 우연하게 받아들였다.

우크라이나 측 아라카미아 대표는 "크림과 '오르들로'(돈바스)는 각기 다른 문제"라면서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상대로부터 건설적인 제안에 접한 러시아측은 향후 협상 진전을 위해 '두 가지' 양보안을 제시했다. 정치적으로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양국 외무장관 간 '평화조약' 가조인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고, 군사적으로는 수도 키예프(키예프)와 북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작전을 크게 줄인 것이다.

협상에 참여한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상호 신뢰를 높이고 향후 협상을 위한 필요 조건을 만들기 위해 키예프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활동을 줄이기로 했다"며 "무엇보다도 키예프에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협상 대표는 그러나 "군사활동의 축소가 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구체적인 세부 사항 검토에 이은 양국 정상(혹은 의회)의 승인이다. 특히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라며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와 의회 승인, 안보 보증 국가 의회의 비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23일(개전 전날)의 위치로 완전히 철수해야 안보 보장의 국제적 조약 서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부 사항 검토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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