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 공격 첨병 레오파드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가 대책없이 불타고 있다?
우크라 반격) 공격 첨병 레오파드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가 대책없이 불타고 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1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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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부대가 수비(방어)에 나선 부대보다 병력및 장비 손실이 3대 1로 크다는 건 전쟁의 기본상식이다. 그간의 전쟁 역사를 통해 유럽에서 확립된 공식이다. 개전 초기에 진격하는 러시아군의 부서진 탱크와 장갑차, 각종 군수 차량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지 탈환작전에 나서면서 공수(攻守)가 바뀌었고, 앞으로는 파괴된 우크라이나측 나토(NATO)군 장비를 언론과 인터넷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될 게 분명하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개시했으나, 어느 전선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손실 규모는 전통적인 공격과 방어의 피해 공식(3대1/편집자)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잠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여전히 '반격'에 대해서는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 더 숨길 수 없는 우크라군의 반격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9일 "오늘도 주요 뉴스는 우크라이나군의 남부 지역 공세(반격)였다"며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이를 확인해 주지 않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영상들로 미뤄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의 (최근 붕괴된) 카호프카 댐에서 도네츠크주(州) 기존 격전지 우글레다르에 이르는 긴 전선에서 개전이래 가장 큰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선 전선은 맨 왼쪽의 카호프카댐에서 맨 오른쪽 우글레다르(표시 지점)에 이른다. 최근 치열한 전투 소식이 전해진 '오레호프'가 카호프카 댐 바로 오른쪽에 보이고, 서방 무기(레오파드 2 전차등)가 파괴된 곳은 오레호프 바로 아래 쪽이다/얀덱스 지도 캡처

이 매체는 전날(8일)에도 일일 전황 분석의 '반격이 시작됐나?'(Hаступление началось?)라는 코너에서 "오늘의 주요 뉴스는 오랫동안 제기됐던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이 시작됐다는 러시아와 서방 측의 발표"라며 "그것도 가장 유력하게 꼽혔던 자포로제 지역에서 크림반도로 향하는 루트"라고 밝혔다. 자포로제 지역의 우크라이나 공격 소식은 8일 새벽 1시부터 러시아 군사 블로거(텔레그램 채널)들에 의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오레호프'에서 공세에 나섰으나, 패퇴했다는 것.

한 블로거는 "우크라이나군이 최전선의 러시아군 고지 하나를 점령했으나 큰 손실을 입었고, 러시아 방어진지를 뚫거나 전진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교전의 결과에 대한 영상도 9일부터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제 레오파드 전차(탱크)와 미국 브래들리 장갑차 등 서방 군사 장비가 파괴된 채 버려져 있는 영상이 러-우크라 텔레그램 채널에 게재됐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 'DeepState'는 "최소한 브래들리 장갑차 4대와 레오파드2-A4 전차 1대가 '오레호보' 남쪽의 '말라야 토마츠카'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포병 공격에 파괴된 것 같다"며 "러시아의 공중 정찰에 탐지돼 선제 공격에 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부서진 레오파드 전차, 브래들리 장갑차들/영상 캡처

또 다른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은 대전차 지뢰에 의해 파손된 것으로 보이는 브래들리 장갑차 4대와 레오파드2-A6 전차 1대의 영상을 올렸다. 

독일 일간지 '빌트'의 종군기자 율리안 로프케(Julian Röpke)는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로제 지역 첫 공격에서 하루 만에 제 47기계화여단 소속 레오파드 2 탱크 2대와 브래들리 보병 전투 차량 13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제 47기계화여단은 얼마 전 창설된 뒤 독일의 나토 기지에서 서방측 군사 장비의 운영및 전술 훈련을 받았다. 훈련 과정에서 나토군의 워게임(모의 전쟁 훈련) 시뮬레이터(KORA)도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프케 기자는 "우크라이나군 탱크가 파괴된 곳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반격 루트로 예측했던 바로 그 곳"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탱크를 일부 개조해 러시아군의 대전차 장애물을 밀어내는 훈련 장면/영상 캡처

◇ 러시아군의 방어 전술은?

나토군 전술훈련을 받은 우크라이나군 최정예 부대도 미리 준비된 러시아군의 방어 진지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파괴된 채 버려진 레오파드2 전차와 브래들리 장갑차 등 서방의 현대식 군사장비들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의 방어 작전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대전차 지뢰밭. 공격하는 우크라이나군 탱크가 지뢰밭을 피해가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순간, 러시아군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든다. 자칫 포격을 피하려다 발밑의 지뢰에 당할 수도 있다.

설사 1단계 방어 진지를 돌파하더라도, 러시아군은 준비된 2차 진지로 신속하게 후퇴하고, 빈 공간으로 포탄이 쏟아진다. 좌표가 정확하게 찍힌 장소라,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에 우크라이나 탱크들이 숨을 곳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우크라이나군이 후퇴하면 러시아군은 다시 첫번째 진지로 복귀한다. 

우크라이나군 전차와 장갑차들이 자포로제 지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ru 

우크라이나군의 파괴된 군사 장비들이 발견된 곳도, 러시아군이 유력한 적의 공격 루트로 보고, 오랫동안 방어작전을 설계해온 지역이다. 러시아 측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을 추적해왔고, 대규모 군사장비의 이동(공격)은 즉각 감지됐다. 

뢰프케 '빌트' 특파원은 또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지원하는 '아이리스(Iris)-T 방공시스템'이 무력화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최전선에서 너무 가깝게 배치한 실수와 △위장 실패 등을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아이리스-T 방공시스템을 최전선에서 불과 26㎞ 떨어진 지점에 배치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절렸다"며 "러시아의 방공망 '킬러'인 '란셋 드론'은 비행 거리가 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집트에서 옮겨온 이 시스템은 사막지역의 위장 방식이었는데, 우크라이나 여름의 숲에서는 위장이 아니라 위치를 적에게 알려주는 신호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아이라스-T 방공망 자체를 보호하는 장비들도 부족했다고 한다. 

독일의 IRIS-T 방공미사일/사진출처:위키피디아

◇ 러-우크라군의 작전 최고 지휘관은?

러시아 국방부는 8일 자포로제 방어작전을 지휘하는 러시아군 사령관을 공개했다. 러시아로 편입된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주(州) 출신의 알렉산드르 로만추크 장군이다. 그는 1980년 (당시 소련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수도) 바쿠 고급 통합군 지휘학교를, 1989년 포병군사아카데미를 나온 뒤 국내외 다양한 지역에서 지휘및 전투 경험을 쌓았다. 2011년 (자바이칼주 주도) 치타에 본부를 러시아 제 29 연합군 부대장을 거쳐 러시아 남부군관구 부사령관을 지냈다. 2015년에는 시리아 전쟁에 참전해 2016년까지 러시아의 시리아 주둔군 참모장을 맡아 시리아 반군의 최대 거점이었던 '알레포'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맞서는 우크라이나군 주요 지휘관들은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해 공개됐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코마렌코, 시르스키, 타르나프스키와의 중요한 회의'라는 사진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한 주요 지휘관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알렉산드르 시르스키는 국내외 언론에 자주 소개된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이다. 올렉산드르 코마렌코는 지상군 사령부 작전참모, 올렉산드르 타르바프스키는 '타브리아' 전략부대 사령관이다. 러시아와 서방 언론에 따르면 이들이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한 자포로제 지역을 담당한다. 

사진에는 공교롭게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빠졌다. 그가 구체적인 군사 작전을 놓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을 바탕으로, 이번 반격 작전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이라는 주장이 러시아에서 나온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지난 5월 초부터 오랫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자,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을 중심으로 해임설과 중태설, 부상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는 같은 달 25일 방송 인터뷰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해임설과 중태설 등에 시달린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이 5월 25일 방송 인터뷰에 나와 건재를 과시했다/영상 캡처

◇ 우크라군의 반격 이후, 전망은?

우크라이나 당국은 여전히 반격 작전 개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나 말랴르 우크리아나 국방차관은 9일 파괴된 군사 장비 영상들이 올라오자 "전쟁에서 장비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가장 끔찍하면서도 피해야 하는 건 인명 손실"이라고 피해갔다. 반격에 대한 전세계 언론의 주장을 순순히 확인하지 않았다.

스트라나.ua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반격 개시를 알릴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를 알려주는 영상이 점점 더 많아지고, 서방 언론에서도 이를 싣는 지금은 반격 개시를 발표하기에 좋은 시점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발표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전황과 주요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러시아 측에 넘겨주고 말았다는 비판(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DeepState)도 나왔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반격 여건이 지난해 가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스트라나.ua는 8일 "러-우크라, 서방 측에서 나오는 많은 정보를 보면 자포로제 남부 전선의 상황은 지난해 가을 기습적으로 공격에 나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하르코프(하르키우) 전선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가을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주요 반격 루트에 6개월 이상 방어 진지를 구축했고, 그 위력을 우크라이나군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초 헤르손시(市)와 드네프르 강 서안(西岸)을 방어했던 러시아군을 연상시킨다고 스트라나.ua는 밝혔다. 다만 당시에는 러시아군에게 드네프르강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건너야 하는 군사 물자 보급로의 문제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런 문제도 없다는 것. 게다가 지난해 가을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이후, 헤르손 방어에서 드러났던 병력 부족문제도 이제는 해결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가을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드네프르강의 안토노프스키 대교를 끊자(위), 러시아군이 서둘러 대교밑 부교를 통해 강 동쪽으로 철수하고 있다/영상 캡처

하지만, 우크라이나군도 과거의 군대가 아니다. 서방으로부터 현대식 탱크와 장갑차, 중장거리 미사일, 155㎜자주포, 다연장로켓시스템 하이마스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대반격을 위해 준비하고 동원한 병력도 지난해 가을의 헤르손보다 훨씬 많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조만간 이 곳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대충돌'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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