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 러시아의 3중 방어 뚫기엔 아직 역부족 - 지난 1주일간 헛힘만 썼다?
우크라 반격) 러시아의 3중 방어 뚫기엔 아직 역부족 - 지난 1주일간 헛힘만 썼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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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공식적으로 '반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공세에 나선지 1주일이 지났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1일 "우크라이나 당국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부지역에서 공격(반격)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며 (반격) 개시일을 지난 4일로 파악했다. 

남부지역의 주요 공격 루트는 3군데다. 서쪽에는 자포로제주(州) 로브코보에(Лобковое)-퍄티하토크(Пятихатки) 전선이, 중앙에는 베르보보예(Вербовое)-라보티노(Работино), 동쪽에는 도네츠크주 벨리카야 노보셀카(Великая Новосёлка)-자포로제주 브레메프카(Времевка) 전선이다. 벨리카야 노보셀카를 제외하면 주민이 수백명 안팎의 작은 마을이다. 지도에서 지명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러시아군의 자포로제-도네츠크 지역 방어 진지 분포와 우크라군 최근 공격 방향 3군데(화살표 방향)/사진출처:스트라나.ua

가장 화끈한 곳은 역시 자포로제주 멜리토폴과 베르단스크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 '토크마크'로 진격하는 중앙전선이다. 이 곳을 돌파한 우크라이나군이 20㎞ 정도 남진하면, 토크마크에 이른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작전은 중앙 돌파를 시도하되, 좌우(동쪽과 서쪽)에서 이를 지원하고 협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중앙 돌파가 여의치 않을 경우, 좌우 전선의 한쪽으로 병력을 옮길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1주일) 전과는 어떨까? 각 전선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러-우크라 별로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스트라나.ua는 "남부 전선에서 일주일 동안 전투를 벌여 약간의 진전을 이뤘지만,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요약했다. 러시아군의 첫 번째 방어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멈춰섰으며, 전투 지형도 불안정하다는 것.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전투에 대한 러시아(위)와 우크라이나 측 공개 영상. 위에서는 파괴된 서방 전차와 장갑차가 보이고, 아래쪽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멈춰선 군사장비들 뒤쪽으로 반격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캡처 

공격 개시 직후(지난 주초), 우크라이나군은 전격적으로 도네츠크주 노보도네츠크코예(Новодонецкое) 마을을 점령했으나 러시아의 반격에 밀려 후퇴했다. 스트라나.ua는 "이 공격에 가담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전방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없이 무작정 진격하고 마을을 점령했다가, 거꾸로 러시아군의 포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후퇴했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또 러시아 측에서 어제(10일)부터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탱크와 장갑차 등)를 공격하는 'FPV-드론'(개인 조작 드론) 영상이 등장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이 드론을 이제는 러시아군이 대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파괴된 장비가 러시아군 탱크나 장갑차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서방측 중장비로 바꿨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군 탱크를 향해 발포하고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한 것을 확인한 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피해 신속하게 장소를 떠나는 러시아군 포/러시아 매체 동영상 캡처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도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와 자포로제 지역에서 '제한적인 지상 공격'을 계속했지만, 6월 10일 현재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전과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도네츠크주 '벨리카 노보셀카' 남쪽의 네스쿠츠노예(Нескучное)와 블라고다트노예(Благодатное) 마을 점령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두 마을의 점령 영상을 올렸다. 발레리 셰르셴 우크라이나 지상군 대변인은 자국 TV 방송에 "탈환된 마을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자포로제)주 경계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기가 게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곳도 그간 숱하게 교전이 치뤄진 곳이라는 점에서, 러시아군이 방어상 불리함을 깨닫고 작전상 후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의 블라고다트노예 탈환 영상/캡처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이날 "우리는 남쪽(남부 전선)에서 두 방향으로 각각 300m, 1,500m 진격했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말랴르 차관의 발언은 남쪽에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첫 번째 케이스"라면서 "키예프(키이우)가 계속 침묵하는 것은 여론의 높은 기대치에 충족할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운명적인 반격작전의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첫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으며, 서방으로부터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이 올 때까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주일간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는 러시아가 구축한 '3선 방어 진지'가 꼽힌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군이 '합리적인 전술 교리'에 따라 방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술은 지뢰밭과 참호 등으로 구축한 방어 진지를 배경으로, 적의 공격을 1차적으로 격퇴하거나 늦추는 '1선 부대'와, 돌파한 적에게 반격을 가하는 '2선 부대'를 적절히 운용해 방어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더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방어 진지는 3선(지뢰밭, 거대한 대전차 방어물, 대전차 도랑)으로 구성된다. 그 폭은 각각 700m~1000미터. 방어진지가 길게 펼쳐진 곳은 최대 30km에 이르고, 모두 합치면 965km 정도다.

러시아의 방어진지 위성사진과 방어 개념(아래)/사진출처:스트라나.ua

작전 개념(위 사진 참조)을 보면 적 전차(혹은 장갑차) 대열이 지뢰밭을 어렵게 통과할때 대전차 미사일이나 FPV-드론으로 공격한 뒤 후퇴한다. 1차 방어선을 돌파한 적의 탱크 앞에는 '용의 이빨'로 불리는 거대한 대전차 방어물과 대전차 도랑이 기다리고 있다. 머뭇거리는 순간, 2선에 대기중의 포병의 먹이감이 된다. 포병부대 앞 거대한 참호속에 매복한 2선 부대의 반격이 시작된다.

더 텔레그래프는 위성사진을 보면, 포병과 2선 부대 위치를 위장하기 위해 판 참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공격 작전에서 지난해 10월 헤르손주 드네프르강 서안(西岸) 탈환에 나섰을 때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거센 저항에 진격을 멈추고, 장기전을 대비해야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군이 진지 방어를 포기하고 드네프르강 동안(東岸)으로 후퇴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시(市) 등을 탈환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싸워서 이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드네프르강을 건너야 하는 러시아군의 보급로(안토노프스키 대교 폭파)를 차단하는 '지형적 이점'을 이용한 승리였다는 게 스트라나.ua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안토노프스키 대교와 같은 지형적 이점이 없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10월과 같은 작전상 후퇴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더 거세게 저항할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은 많은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스트라나.ua는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군은 카호프카댐 붕괴를 계기로 유럽 최대 '자포로제(자포리자) 원전'이 있는 에네르고다르를 공격하는 시나리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호프카댐 저수지의 물이 빠지면서 '도하작전'이 쉬워졌다는 분석에서다. 우크라이나 수자원 전문가들에 따르면 카호프카댐 저수지는 앞으로 일부 지역에서 약 3m 깊이에 300~400m의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도하작전은 그만큼 쉬워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하작전에 성공하더라도, 러시아군이 4㎞에 이르는 넓은 전방에 지뢰를 매설했고(혹은 할 것이고), 부근에 자포로제 원전이 위치해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공격 루트로 삼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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