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 2주일 대차대조표는? 더디고 중단하고.. 성공을 믿는 전문가들 확 줄었다
우크라 반격 2주일 대차대조표는? 더디고 중단하고.. 성공을 믿는 전문가들 확 줄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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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이 시작된 지 2주일여가 지났다. 반격 개시와 거의 동시에 우크라이나측은 최전선 정착지(작은 마을) 몇 개를 점령했느니 어쩌고 떠들더니, 이제는 쑥 들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며칠 만에 큰 손실을 입고 공세를 중단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군은 일관되게 "우크라이나군 반격은 곧바로 격퇴됐다"고 주장했다. 

열흘 가까이 흐른 뒤 전투의 진행및 결과에 대한 '팩트 체크'가 서방의 주요 언론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기준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만 뚜렷한 흐름은 분명히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2주일을 결산하는 현지 매체 스트라나.ua의 18일자 분석 기사는 서방 언론을 아우르며 보다 더 종합적이고 입체적이다. 그리고 구체적이다.

◇ 주요 전선에선 지금

18일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시작한 지 채 2주일도 되기 전에 '엄청난 손실'로 공격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현장 지휘관들이 그간의 반격 작전을 되짚어보면서 대규모 사상자 ​​없이 러시아 전선을 돌파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WSJ은 "우크라이나 측은 여전히 반격에 낙관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전선 여러 곳에서 전진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는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와 도네츠크주에 구축된 러시아의 주요 방어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 기갑부대 행렬(위)와 위치/텔레그램 캡처
스트라나.ua가 설명하는 우크라이나군 반격 루트(화살표 방향)/사진출처:스트라나.ua 

서방 측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루트는 대체로 4곳(혹은 4개 방향)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스트라나.ua는 처음부터 3개 방향으로 보고 전선 동향을 전해주고 있다. 러-우크라 군이 대치하는 1천여㎞의 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택한 '공격 루트'로는, 가장 서쪽에 자포로제주(州) 로브코보에(Лобковое)-퍄티하토크(Пятихатки) 전선이, 동쪽에는 도네츠크주 벨리카야 노보셀카(Великая Новосёлка)-자포로제주 브레메프카(Времевка) 전선이, 그 사이에는 베르보보예(Вербовое)-라보티노(Работино) 전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의 지난 2주간 전황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동쪽 전선'에서, 즉 도네츠크주 벨리카야 노보셀카-자포로제주 브레메프카 전선에서 약 7~8km 전진했다. 반격 초기에 수복한 마을은 대부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러시아 방어의 가장 강력한 요새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지난 1주일간 전선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서쪽 전선'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진전은 거의 없다. 친러 자포로제주 로고프 수반이 18일 "최전선의 마을 '퍄티하토크'가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키예프(키이우)도, 러시아 종군기자들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인정받는 독일 일간지 '빌트'의 종군기자 율리안 로프케(Julian Röpke)는 하루 전(17일) '퍄티하토크 공방전'에 대해 "러시아 블로거(텔레그램 채널)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막대한 병력및 장비 손실을 전하고 있다"며 "일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나를 다시 '러시아 선전가'로 부를 지도 모르지만, (서방-우크라이나 측의) 트위트에는 아무 것도 올라오지 않는 게 뭔가 이상하다"고 러시아편을 들었다.

스트라나.ua도 17일 "러-우크라군 측이 지난 이틀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퍄티하토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게 흥미롭다"며 "완전히 파괴된 이 마을은 이미 여러 차례 양측간에 손바뀜이 있었다"고 전했다. 반격 초기에 독일제 레오파드-2 전차(탱크)와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 등 파괴된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들의 사진이 나온 곳이 바로 여기다.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서방 군사장비들/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마지막으로 동쪽과 서쪽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 전선'에서도 전황 변화나,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서방 언론은 여기에다 가장 최근 러시아군에게 빼앗긴 '바흐무트시(市)'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공세를 4번째 '반격 루트'로 꼽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를 포위하기 위해 측면에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발표만 나오는 실정이다. 실질적인 전투 성과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회심에 찬 반격은 러시아의 거센 저항에 맞딱뜨렸고, 그 과정에서 손실이 매우 크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 공수가 뒤바뀐 전선에서 조금씩 적응하는 러-우크라군

우크라이나군은 반격 초기부터 큰 손실을 입은 뒤 작전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탱크나 장갑차를 공격의 첨병으로 내세우던 전략을 포기하고 경장갑 차량의 지원을 받는 소수의 보병 공격 방식을 선보였다. 탱크·장갑차(기갑 부대)가 지뢰밭을 통과하는 동안 러시아군의 항공 전력(전투기와 공격용 헬기)과 포병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나온 작전 변경이다.

우크라이나 보병들의 공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스트라나.ua는 "이같은 작전(보병 우선 공격)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공략하던 수법이었다"며 "'퍄티하토크' 공격에 이 작전을 사용했는데, 군사장비의 손실은 막을 수 있으나, 보병의 희생은 어떡할 것이냐"고 했다.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점령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이유도 바로 이같은 작전 때문이었다. 

러시아군도 개전 초기의 군사 작전 실수를 수정하며 이전과 다른 방어 전술을 보여주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기갑부대는 더 이상 위험한 지역으로 무작정 빠르게 돌진하지 않고, 그 역할을 드론과 '음향 공격'이 대신한다. 또 방어 진지와 포병 조정, 항공 지원 체제를 통합해 개전 초기와는 매우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러시아가 개조한 '에어 폭탄'(항공기에서 투하한 폭탄이 유도장치에 의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개량형)과 '란셋'과 같은 공격용 드론의 대규모 사용은 러시아군의 달라진 모습을 대표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 참호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NYT는 '러시아 참호는 우크라이나 참호보다 훨씬 더 잘 지어졌으며, 벙커는 거미줄 구멍과 같은 베트남(당시 베트콩) 스타일을 닮았고 또 드론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의 발언을 전했다. 물론 미국의 한 관리는 NYT에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러시아의 공격용 헬기에 대한 평가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간에 다르다. 
영국 정보국은 17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된 이래 반복적으로 헬기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전과 마찬가지로 공격용 헬기는 파도를 타듯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측이 이런 상태에서 진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며 항공 지원 부족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러시아 공격용 헬기의 미사일 발사 모습/사진출처:러시아 SNS ok영상 캡처

그러나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가끔 격추 소식이 전해지는 러시아의 공격용 헬기 'Ka-52'는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대공 방위망의 표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 F-16 전투기의 공급에 주저하는 서방측에 대해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16일 "서방의 군사교리를 참조하더라도 준비된 방어에 대한 반격은 항공 우위가 달성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F-16 공급의 지연으로 우크라이나 보병들이 남부 전선에서 '리터 단위로' 피를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이나군의 손실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15일 남부 전선에서 작전중 손상된 미 브래들리 보병 전투 차량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의 다연장 로켓 '그라드'가 포탑을 때린 뒤 장갑차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스트라나.ua는 서방측 장비의 손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첫 공식 확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은 적(러시아군)보다 5~9 배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트라나.ua는 "미 워싱턴 포스트(WP)가 전날(14일) 벨리카 노보셀카 근처(소위 '동쪽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한 부대의 50명 중 30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보도했다"며 "전통적으로 공격측의 손실이 방어측의 손실보다 높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전쟁 중 정확한 손실은 추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법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손실과 관련, 주목해야 할 것은 반격이 모두 예상했던 곳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이 지난 몇 개월 동안 3중 방어선을 구축하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이 제시한 러시아의 '킬 존(kill zone) 전략이다. 15일 미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주 방어선에 다다르기 전에 되도록 많은 병력과 장비를 소모하게 하기 위해 주 방어선 앞을 일명 '킬존'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블라고다트노예 마을을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이 마을을 수색하는 장면/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초기에 점령했다는 '블라고다트노예'(블라호다트네) 마을이 '킬존'이라고 했다. 현장을 찾은 NYT 기자는 '블라고다트노예' 마을을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탈환의 기쁨도 잠시, 폐허로 변한 마을과 끊이지 않는 러시아군의 포격 소리에 진저리를 쳤다고 썼다. 마을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오래전에 피난을 갔고 잡초만 무성했다. 텅 빈 마을에 들어선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어느 순간 귀를 찢는 곡사포의 금속성 굉음에 급히 바닥에 엎드려야 했다. 손자병법과 삼국지에 나오는 '공성계'(空城計·성을 비우고 주변에 매복하는 전략)를 러시아군이 쓴 셈이다. 

NYT는 또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하는 러시아군 약 100명을 추격해 생포했는데, 거의 훈련도 받지 않은 죄수들이었다"며 "러시아가 주력 병력은 뒤로 빼놓고, 수감자들을 소모용 장애물처럼 전선 앞에 배치했을 수 있다고 짐작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주력 방어선은 이 마을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에 구축돼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개활지에 빽빽한 지뢰밭과 참호, 장갑차 저지용 도랑, '용의 이빨'로도 불리는 콘크리트 장애물이 줄줄이 배치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어긋난 기대감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빌트는 지난 10일 "러시아군은 예상보다 잘 싸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서방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워 빠르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틀렸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나토(NATO)식 훈련을 받은 우크라이나군 제 47기계화 여단이 반격 초기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 패퇴한 데 대한 실망감이 역력하게 묻어났다. 

스트라나.ua는 또 "거의 2주 동안 러시아 벨고로드주(州) 습격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국가 방위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경 마을 보호를 위해 최전선 주둔 병력을 벨고로드로 이전하게 만드는 우크라이나 '정보전'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몰, 새로운 공격 준비가 진행중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에서도 '바흐무트'에서 철수한 민간군사 조직 '바그너 그룹'과 '체첸 전사'들이 국경선 보호를 위해 그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선언하는 '바그너 그룹'/텔레그램 영상 캡처

'바그너그룹'이 조장한 러시아군의 '적전분열' 기대도 사그라졌다. '바그너 그룹'은 여전히 러시아 국방부가 내린 자원병들의 계약 체결 명령에 저항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최근 종군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바그너 그룹'와 러시아 국방부의 갈등 증폭으로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온 우크라이나로서는 '닭쫒던 개' 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향후 반격 전망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6일 독일 람스타인 국방연락회의가 끝난 뒤 "서방 파트너들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해 부풀려진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하르코프(하르키우) 지역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반격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빠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지형과 날씨 조건이 다르고. 러시아군의 저항도 지난해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군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방향으로 작전이 펼쳐지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속도가 느리게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도 지난해 키예프에서 퇴각한 뒤 진격 속도가 늦어지자 같은 이유를 댄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WP의 객관적인 평가다. 스트라나.ua(18일자)에 따르면 WP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 "우크라이나가 반격에서 빠른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가을 하르코프와 헤르손 지역 반격 작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전문가들은 "공격 작전이 훨씬 더 어렵고, 진격하는 군대는 방어하는 군대보다 훨씬 더 많은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반격 작전에 나서면서 러시아와 역할이 바뀌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군사 분석가인 얀 마트베예프는 WP지에 "러시아군은 잘 구축된 방어진지에서 싸우고 있는 데다가 충분한 포탄과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며 "군사적 측면에서 러시아군은 서방 장비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군이 첫 번째 방어 라인에 도달하거나 실패하는 곳들이 있다"고 인정한 뒤 "우크라이나군의 장비 손실, 186대의 탱크와 418대의 장갑차 등은 모두 서방에서 온 것으로, 우크라이나군 자체 장비는 거의 없어 오랫동안 싸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방 제공 무기가 바닥나면) 키에프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명쾌한 결론이다. 물론, 서방측이 계속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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