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우크라 반격에 2차대전 당시의 '쿠르스크 전투'가 다시 회자되는 까닭?
지지부진한 우크라 반격에 2차대전 당시의 '쿠르스크 전투'가 다시 회자되는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22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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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불과 2주만에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1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측이 집중 부설한 지뢰밭 때문에 군사작전이 기대한 것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서방 측에게 군사 지원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반격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달(7월) 11,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담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빌뉴스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번 반격 작전에서 많은 것을 원했고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누군가는 이것을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고 있지만, 현실에선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방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목표로 한 자포로제(자포리자)주(州) 수복에 실패할 경우, 제 2차세계대전 당시의 히틀러와 같은 처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안보정책 센터 및 요크타운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스티븐 브라이엔은 '무기와 전략' 기고를 통해 "자포로제 전투가 '독-소(獨-蘇) 전쟁'의 향방을 가른 '1943년 쿠르스크 전투'와 비슷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쿠르스크 전투의 교훈을 되살린 독 디벨트/웹페이지 캡처

물론, 이같은 관측은 브라이엔 연구원이 처음은 아니다. '독소 전쟁'의 한 당사자였던 독일의 일간지 디벨트는 지난 4월 19일 우크라이나의 봄철 반격 작전이 계속 늦어지자, '쿠르스크 전투'의 재현 우려를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943년 나치 독일군이 당초 계획한 쿠르스크 공격 계획을 몇 달간(3월에서 6월까지로) 늦추면서 소련군에게 대비할 시간을 줬고, 초기에는 일정한 성과를 얻었지만, 곧 반격에 나선 소련군에 의해 대패했다는 것이다. 쿠르스크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땅(州)이다. 디벨트는 "지금의 러시아군도 1943년 봄 소련군이 사용한 전술을 차용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군사력 측면에서 '쿠르스크 전투'의 당시 독일군과 비교해도 러시아군(소련군)에 비해 열세다. '쿠르스크 전투'에서 전장을 휘저은 것은 공군력이었다. 독일군 전투기와 지상 공격기, 폭격기를 대거 동원했고, 소련군은 IL-2, LA-5 항공기 등으로 맞섰다. 전사(戰史)는 소련은 1,130대, 독일은 711대의 항공기를 잃었다고 쓴다. 하지만 자포로제 해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은 제공권을 아예 러시아측에 넘겨준 상태다. 

쿠르스크 지상에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탱크전이 펼쳐졌다. 독일은 2,700대, 소련은 3,600대를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했다. 전투 결과, 독일은 1,536대, 소련은 2,471대의 탱크를 잃거나 손상된 것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측으로부터 탱크와 장갑차 등을 지원받았지만, 기갑부대 규모 면에서 러시아군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군이 첩첩히 러시아군의 방어진지가 구축된 자포로제로의 반격 루트를 계속 고집할 수 없는 이유다.

21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자포로제 공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 3의 반격 루트 선택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훈련된 35개 여단 중 4개 여단만 이번 남부 반격에 투입했다는 분석(이탈리아 군사 전문가 토마스 테이너·Thomas Teiner)도 있다. 그는 "훈련된 5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병력 중 약 6,000명이 현 반격작전에서 투입됐으며, 영국의 챌런저 2 탱크와 독일의 마더 장갑차, 미국 스트라이커 보병 전투 차량, 스웨덴 CV90 전투 차량 등은 아직 반격 작전에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이 빠진 카호프카 댐 저수지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가 주목한 제 3의 반격루트는 최근 카호프카(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 붕괴로 말라버린 카호프크 댐 저수지을 건너는 '도하 작전'이다. 여기에는 러시아군의 강력한 방어진지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빌트는 물이 빠진 댐 저수지의 너비는 7~30km로, 장갑차량과 보병들이 건너기에 충분한 지형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수지를 건너는 것은 가능하나, 늪과 진창 지대로 전진 속도가 느리고 넓은 개활지여서 러시아군 포 공격의 '밥'이 될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빌트는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 의장격)간의 이견도 반격작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반격 작전 이행을,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미국의 F-16 전투기가 도착할 때까지 반격작전의 연기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반격작전은 대대적인 반격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타협안'이라는 주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협의하는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우크라군 텔레그램 캡처

푸틴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심각한 손실'로 인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은 공격 잠재력이 소진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전투 능력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발언이 현실화한다면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제 2의 쿠르스크 전투'가 될 것은 분명하다. 

브라이엔 연구원은 "자포로제 공세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지난 2주간 나타난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우크라이나군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 독일군 최고 군 수뇌부와 히틀러가 쿠르스크 전투 패배 뒤 직면했던 것과 같은 처지에 처할 것"이라고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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