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크림반도 연결 다리 폭파에 뿔난 러시아- 우크라 대통령실을 보복 공격할까?
우크라, 크림반도 연결 다리 폭파에 뿔난 러시아- 우크라 대통령실을 보복 공격할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23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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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전쟁중에 합병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州)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교량이 22일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받아 통행이 차단됐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가 교량을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전선에서 교량까지는 적어도 120km 떨어져 있는데, 이같은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 보유 미사일은 '스톰 섀도' (사거리 250km)가 거의 유일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전쟁에서 새로운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헤르손주와 크림반도를 잇는 '촌가르 다리' 등 2개의 다리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손상된 '촌가르교(橋)'의 통행을 즉각 차단하고, 아르먄스크를 우회하도록 유도했다. 그 경우, 촌가르 다리를 건널 때와 비교하면 약 150km를 돌아가야 한다. 촌가르 다리는 헤르손주 남부의 '촌가르 반도'와 크림반도 북부의 '잔코이'를 연결한다. 

손상된 촌가르 다리/사진출처:스트라나.ua

크림반도(자치공화국)의 수반 악쇼노프의 고문인 올레크 크류치코프는 "촌가르 다리 공격은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육상 교통 운송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못했다"면서 "다른 노선들이 대체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다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헤르손주와 자포로제주) 공격을 위한 군수기지로 크림반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군수 보급품 운송에 긴요하게 쓰였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다리를 공격 목표로 삼은 이유다. 

스트라나.ua는 "크림반도와 자포로제주의 전략 요충지 '멜리토폴'을 잇는 육상 통로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며 "이제 잔코이에서 (크림반도의 주도) 심페로폴-멜리토폴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면 멀리 아르먄스크로 우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은 촌가르 다리를 복원하는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재 공격을 감안해 해당 지역의 방공망을 강화한 뒤 다시 개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한 크림반도 연결 다리들, 오른쪽이 촌가르와 크림반도 자코이를 잇는 촌가르교이고, 왼쪽은 시바쉬 반도와 연결되는 다리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군이 촌가르 다리를 공격한 것은, 지난해 가을 헤르손시(市) 수복 작전에서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한 게 결정적인 승인(勝因)이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드네프르강 서안(西岸)에 진주한 러시아군은 드네프르강을 건너는 '안토노프스키 대교'가 파괴되자, 군수품 보급로 차단과 현 주둔지에서 고립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야밤에 임시로 부설한 부교를 통해 드네프르강 동안으로 전격 철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당연히(?) 헤르손시에 무혈입성했다.

하지만, 촌가르 다리의 쓰임새는 지난해 가을의 안토노프스키 대교와는 다르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러시아군은 앞으로 촌가르 다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아조프(아조우)해의 베르댠스크항과 마리우폴을 통해 자포로제(자포리자)주 멜리토폴과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 대한 군수품 보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자포로제주를 잇는 육로 교통망. 왼쪽 위의 헤르손시는 맨아래 (크림반도) 잔코이에서 아르먄스크(표시)를 거쳐 연결된다. 잔코이에서 자포로제주 멜리토폴로 이어지는 도로에 있는 '촌가르 다리'가 이번에 파괴됐다. 맨 오른쪽 도시는 마리우폴, 그 옆이 베르댠스크 항이다/얀덱스 지도 캡처  

또 지도에서 보듯이 헤르손주 드네프르 동안의 러시아군 보급품은 '촌가르 다리'가 아닌 '아르먄스크'를 통과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군이 아르먄스크 통과 다리를 또 폭파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트라나.ua는 아르먄스크 통과 다리 파괴는 '촌가르 다리' 만큼 쉽지 않고, 또 '스톰 섀도' 미사일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르먄스크 통과 다리는 이번 공격에도 손상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안토노프스키 다리 폭파는 미국의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인 하이마스(Haimars)로 가능했었다.

다만,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이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의 붕괴로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카호프카 댐 저수지나 드네프르강 도하작전에 나설 경우, 일시적으로 러시아군의 보급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도하 작전은 독일 일간지 빌트가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현재 러-우크라 군사 블로거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카호프카 수력발전소 댐 붕괴로 달라진 카호프카 댐 저수지 모습. 위는 6월 5일, 아래는 6월 20일. 아래 사진은 수량이 준 댐 저수지가 거의 육지처럼 보인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군은 촌가르 다리의 폭파로 크림반도를 포함한 러시아군 점령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 효과'는 상당히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피해 지역및 상황에 대한 사진·영상 공개 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즉각 현지 주민들에게 '촌가르 다리' 파괴 장면이 공유되고 심리적 불안감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국방부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크림반도를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실제 공격이 벌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최고 지휘부를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군의 보복 공격이 진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혹은 정보기관 본부 등 최고 지휘부를 목표로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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