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의 후방에선 '병력 보충' 전쟁이 치열하다 - 러-우크라 누가 더 유리한가?
전선의 후방에선 '병력 보충' 전쟁이 치열하다 - 러-우크라 누가 더 유리한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24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나가 어렵게 반격을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3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계속해서 (반격을 개시한) 도네츠크주(州) 남부 전선에서 전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우리가 극복하기 어려운 방어선을 구축하고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어렵다'고 현 상황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아예 "(반격에) 필요한 무기를 제공받기 위해 서방 파트너를 설득하는 동안, 러시아는 강력한 방어 요새를 구축하고 지뢰밭을 만들었다"고 무기 지원을 늦춘 서방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전사자의 장례식 장면/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쟁에서 군사 장비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사람(병력)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격이 더딘 이유를 생명을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시르스키 사령관은 아직 주력군을 전투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는 서방 언론 보도에 병력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전투 중에 희생된 병력을 보충하는 일은 더욱 어렵고, 궁극적으로 전쟁 승리에도 꼭 필요하다.

러-우크라 양국은 모두 전쟁 발발후 나름대로 병력 보충 방법을 총동원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과 동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총동원령을 발령, 전장에서 싸울 수 있는 남성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했고, 징집 대상자들의 해외 출국을 막았다.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을 때, 남편이자 아빠는 국경검문소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현지 언론에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남성들에 대한 뉴스도 가끔 보인다.

지난 겨울 징집을 피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우크라이나인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텔레그램 영상 캡처  
육로로 부분동원령을 피해 그루지야(조지아)로 탈출하려는 러시아인들이 국경검문소로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도 쉽지 않는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9월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려다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첫번째 반격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부족한 병력 보충을 위해 총동원령도 아닌,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으나, 동원 반대 시위 등 큰 사회적 혼란에 민심의 동요로 충격을 받았다. 젊은이들은 부분 동원령을 피해 그루지야와 카자흐스탄, 라트비야 등 육로로 대규모 '엑소더스'(탈출)를 감행했고, 급기야는 우리 정부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몇 달째 노숙생활을 이어가는 러시아인 5명의 망명 시도와 맞딱뜨려야 했다.

전쟁이 1년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병력 보충에 허덕이는 나라는 우크라이나다. 전체 인구가 러시아의 4분의 1에 불과해 가용 인력의 규모가 한참 뒤처지는 데다 회심의 반격 작전에 나서면서 전선에서 희생자는 급격히 늘어나기(통상 공격과 방어의 피해 비율은 3대1) 때문이다. 대체할 병력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반면 공격에 비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어작전 중인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지난 22일에는 양국이 처한 형편을 알려주는 대조적인 일이 벌어졌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군사관련 회의에서 "새로운 자원 병력들이 긴급하게 필요하지 않다"며 전쟁 강경파의 총동원령 발령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현재의 계약병 모집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11만4000명을 모집했고, 추가로 5만2,000명에 이르는 자원병력이 있다"며 "이들에게 이미 3,700대 이상의 장비가 제공됐고, 6월 말까지 1군과 20군, 5개 기갑여단으로 구성되는 '예비군 군단'의 편성을 완료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는 평균 하루에 여단 병력에 맞먹는 1,336명과 징집 계약을 체결한다고 강조했다. 또 훈련소 8곳에서 645명의 교관들에 의해 훈련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부분 동원된 러시아 예비군들이 전투 훈련을 받는 장면/사진출처:러시아 SNS ok러시아 국방부 계정

쇼이구 장관의 이날 보고는 지난해 9월과 같은 부분 동원령은 물론, 총동원령을 발령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 TV·라디오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총동원령을 내리겠다고 예고하는 '가짜 연설'이 방송을 탄 데 대한 대응 측면도 있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푸틴 대통령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가짜 푸틴’으로 밝혀졌고, 해킹범의 소행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주요 언론 종군기자(블로거)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징집 계약과 복무 자원자 등으로 모두 15만6,000명을 징집했다며 "지금 추가 동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rbc에 따르면 러시아의 군병력은 지난해 8월 푸틴 대통령에 의해 총 203만9,758명으로 확정됐다. 이중 전투병력이 115만628명이다. 같은 해 12월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를 150만 명으로 늘리고, 징병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징병 연령 제한을 27세에서 30세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 병역 복무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법안이 지난 14일 국가두마(하원)에서 첫 번째 독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성사되면 2024년 징병 연령은 19~30세, 2025년 20~30세, 2026년 1월 1일부터는 21~30세가 된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의 대로에서 강제 징집하는 모습(위)와 공원에서 캠핑을 즐기는 남성에게 소환장을 전달하는 장면/사진출처:스트라나.ua, 영상 캡처

러시아에 비하면 우크라이나는 하루가 급하게 보충 병력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도시의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남성들에게 소환장을 배부하는 '강제 징집' 모습은 일상화했고, 러시아가 도입한 '디지털 소환장 배부 시스템'이 인프라 구축 불가 등으로 무산되자,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지역 사회의 전체 동원령'(приказ о всеобщей мобилизации)을 내리는 '편법'도 시작됐다. '지역 사회의 전체 동원령'은 러-우크라 양국 국민 모두에게 생소한 용어인데, 합법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콤소몰레츠(MKru)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키이우)의 오볼론스키 지구(우리식으로는 구區)에서는 22일 모든 동원 대상자에게 별도의 소집령이나 소환장 배포도 없이, 10일내에 징집 사무소에 출두하라는 '지역 사회의 전체 동원령'이 내려졌다. 이 명령은 키예프시 군사위원회의 올렉시 프리발라 위원장의 이름으로 발령됐다. 이 명령에 따라 병역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허가없이 거주지를 떠날 수 없다. 

이튿날(23일)에는 체르니고프(체르니히브) 지역에서도 같은 명령이 내려졌다. 18세~59세의 모든 남성(여성은 일부)은 10일내에 징집 사무소에 출두해 병역 자격및 적합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사회의 전체 동원령'이라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이같은 징집 명령은 가장 먼저 내린 곳은 우크라이나 서부 이바노-프란코프스크다. 스트라나.ua(6월 17일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 '전체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6월 초다. 모든 징병 대상자(18~59세)는 10일 이내에 징집사무소에 출두하고, 허가 없이 거주지를 변경하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금지됐다. 지역 사회의 차량들도 전장으로 차출된다. 이를 어길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 합법성 여부가 논란이 됐다. 

우크라이나 크라베츠 앤 파트너스 법률 사무소의 로스티슬라프 크라베츠 대표 변호사는 "처음 이야기를 듣고 가짜라고 생각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 여론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으로 내려진 것이라면, 곧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이 명령은 불법이며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이바노-프란코프스크 지역에만 해도 병역 대상자가 8만 명 정도 있을 텐데, 그들이 모두 10일 이내에 징집 사무소에 출두한다면, 적어도 열흘은 문서 작성과 건강 검진 등을 하기 위해 사무소 앞에 줄을 서야 할 것이다. 또 차량을 차출하려면 추후 보상 체계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 회사에서 운영되는 두 대의 차량을 모두 차출하면, 그 회사는 앞으로 어떻게 영업을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현행 동원법에 따르면 징집하려면 소환장이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전달돼야 한다"며 "새로운 명령(전체 동원령)을 어긴 사람들을 재판에 회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계엄령과 총동원령까지 내린 우크라이나가 병력 보충을 위해 사투를 벌인 대표적인 예로 '지역 사회의 전체 동원령'이 기록될 것 같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