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자존심' 크림대교 또 끊겨, 이번엔 우크라 수뇌부 직접 겨냥한 보복?
'러시아의 자존심' 크림대교 또 끊겨, 이번엔 우크라 수뇌부 직접 겨냥한 보복?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7.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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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17일 또 한번 끊겼다. 작년 10월 8일 폭발물로 가득 찬 트럭의 폭발로 다리 일부가 내려앉은 데 이어 두번째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테러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한 뒤,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그동안 자제해 오던 민간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습을 선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림대교가 그동안 군사물자 운송에 활용되지 않았다"며 "순수 민간용  다리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 조치를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는 어떤 보복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크림대교 폭발 현장/크림24 텔레그램 영상 캡처
크림대교 폭발 후 상공에서 본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이와 관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을 암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베넷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인 지난 2월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외 여행이 잦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의회 의장도 "국방장관이 범죄 의사 결정 센터(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정보기관, 군정보국 등/편집자)에 대한 공격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측은 국가 최고 지도부에 대한 경호와 신변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 크림대교의 존재 가치

길이가 19㎞에 달하는 크림대교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전만 하더라도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직접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 통로였다. 작전 초기에는 러시아군에게도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왔다. 작년 10월 폭탄 차량의 자폭으로 붕괴된 뒤 올해 2월에야 교량이 완전히 복구됐다. 그 사이, 러시아군의 보급로는 점령지인 헤르손주(州)와 자포로제(자포리자)주를 통과하는 쪽으로 바꿨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7일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아조프(아조우)해에 도달하면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점령지를 통한) 러시아의 육상 보급로가 차단된다"며 "크림대교의 폭파 사건으로 크림반도가 얼마나 취약한 곳인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거꾸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 지금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크림대교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은 전날(16일) 밤이다. 교통이 통제되고 크림반도 당국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크림대교 방면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친 '바그너 그룹'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은 이날 오전 3시 4분과 3시 20분에 각각 한 차례씩 크림대교를 겨냥한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폭발 순간/영상 캡처

이후 공개된 영상을 보면, 크림대교에서 두 ​​번의 큰 폭발이 확인된다. 첫번째는 러시아 본토 크라스노다르주(州) 타만 방향으로, 두번째는 반대쪽(크림반도 케르치)이었다. 이 폭발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는 벨고로드 출신의 부부가 사망하고, 뒷좌석의 10대 딸은 중상을 입었다.

러시아 대테러방지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SBU)이 크림대교 폭파를 시도했다"며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또 "2대의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 공격에 다리의 자동차 도로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크림대교의 145번째 교각 근처에서 제트 스키의 파편이 발견됐다. '수상 드론'에 의한 공격으로 지목되는 증거다. 러시아 한 텔레그램 채널은 '수상 스키'와 비슷한 형태의 드론을 공개했다. 수상 드론은 교각에 부딪치면서 폭발했고, 그 영향으로 다리 상부 구조가 일부 뒤틀리고,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수상드론의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그러나 아직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크림대교를 공격한 '수상 드론'이 어디에서 발사됐는지 궁금하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는 너무 멀고 또 드론이 굴곡이 많은 지형을 돌아와야 한다"며 "다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던 민간 선박 중 하나에서 드론이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크림대교 공격에 미국과 영국 정보 기관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흑해 상공에는 미국의 정보 정찰기가 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우크라이나 반응

우크라이나 남부 사령부는 오늘(17일) 만료되는 '흑해 곡물 협정'의 연장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기 위한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크림대교 주변의 전례 없는 보안 조치를 감안할 때, 다리 공격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친 '바그너 그룹' 텔레그램 채널들도 "크림대교가 폭파된 뒤 크렘린이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을 수락하는 것은 매우 굴욕적"이라며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SBU)이 해군과 함께 수행한 '사보타주'(비밀 폭파 공작) 공격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크림대교 1차 폭발 사건 당시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주장을 반박하다가 몇 개월 뒤에 이를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은 키릴 부다노프 국장의 발언을 인용, "크림대교는 필요없는 구조물"이라고 했고, 우크라이나 SBU는 "크림대교가 잠들었다"고 포스팅(SNS 게재/편집자)했다. 

시르시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의 '자장가' 포스팅/캡처

특히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전날(16일) 밤 텔레그램 계정에 "러시아인을 위해 '자장가'가 준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장가'에 이은 SBU의 '크림대교가 잠들었다'는 포스팅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해석된다. 

◇ 폭파 이후 대처

크림반도 당국은 크림대교의 통행 차단 뒤 즉각 본토로 향하는 차량들에게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헤르손주와 자포로제주)을 통해 우회하도록 촉구했다. 잔코이에서 헤르손주의 아르먄스크를 거쳐 본토로 가는 육상 통로가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우크라이나의 영국산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받은 '(자포로제주 방향의) 촌가르' 다리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자포로제주를 잇는 육로 교통망. 왼쪽 위의 헤르손시는 맨아래 (크림반도) 잔코이에서 아르먄스크(표시)를 거쳐 연결된다. 잔코이에서 자포로제주 멜리토폴로 이어지는 도로에 있는 '촌가르 다리'는 오른쪽 길이다. 지난달 파괴됐다. 맨 오른쪽 도시는 마리우폴, 그 옆이 베르댠스크 항이다/얀덱스 지도 캡처  

이어 17일 아침 기차 운행을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크림대교의 철로 부분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트라나.ua는 "지난해 10월 크림대교 폭파 이후 러시아는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습을 진행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발전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대한 직접 공격(메드베데프 부의장)이나 범죄 의사 결정 센터 파괴(크림 의회 의장)와는 또다른 보복조치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어차피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의 모든 인프라를 파괴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크림대교 폭파는 공식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스트라나.ua는 또 "러시아 군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드네프르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폭파를 요구해 왔다"며 "우크라이나측도 다리 주변의 보안 조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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