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평화회의서 부각된 우크라의 달라진 태도 - 향후 협상의 마중물 되나?
사우디 평화회의서 부각된 우크라의 달라진 태도 - 향후 협상의 마중물 되나?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8.0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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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국제회의(이하, 제다 평화회의)은 지난 6월의 코펜하겐 평화회의 때와는 달라진 우크라이나의 태도가 주목을 받았다. 또 이번 회의를 주최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외교력을 재확인하는 국제 외교무대가 됐다.

제다 평화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영국, 폴란드, 브라질, 인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2개국이 참석했다. 러시아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협의 진행 상황을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DPA통신:사우디, 우크라이나 새 평화안 제시/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제다 평화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새 평화안을 제시했고, 여러 국가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DPA 등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우디 새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및 유지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 △유엔 감독 하의 평화협상 개시 △포로 교환 등이 포함됐다. 한 소식통은 이 평화안 마련에 사우디아라비아 외에 어떤 국가가 참여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새 평화안은 협상 개시전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10개 항 평화공식에 위배된다"면서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및 유지 항목은 휴전및 전쟁 종식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일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회의는 각기 다른 성향의 국가 40여개국이 참가한 탓에,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가장 기본적인 두가지 원칙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모든 평화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 유엔 헌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만든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회의에서 취한 키예프(키이우)의 태도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의 참석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회의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러시아군의 철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키예프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 채택을 주장하지도 않았고, 협상 개시전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WSJ은 "지난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회의와 상당히 달라진 게 바로 이 대목"이라며 "당시(지난 6월)에는 우크라이나가 개발도상국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국가가 회의에서 분명하게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지난 6월과 마찬가지로 일부 국가들이 평화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평화공식'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라나.ua는 6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들)는 여전히 즉각적인 휴전을 우크라이나 평화안의 핵심 포인트로 여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도 이번 회의에서 기존의 '평화공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그들(글로벌 사우스)과 공통 분모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평화회의가 전혀 성공할 기회가 없을 것이며, 이를 키예프와 서방 진영도 잘 알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대목에서 핵심 국가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뒤늦게 이번 회의 참석을 결정했지만,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묶어 '휴전을 통한 전쟁의 조기 종식'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반서방 친러시아' 분위기다.

중국은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6·24 군사반란 이후, 푸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보고, 일정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외신 분석이 나오곤 했지만, '글로벌 사우스' 주요 국가 중에서 모스크바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서방의 공격적인 대 우크라 무기 지원을 비난하는 핵심 국가는 중국이라고 스트라나.ua는 짚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고 제다 평화회의에 참석한 예르마크 대통령실장이 현지에서 서방 진영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하는 모습/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6일 "이번 회의에서 우리는 정의롭고 강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핵심 원칙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협의를 했다"며 "각국 대표들이 각자의 입장과 비전을 제시하는 등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또 "참가국들이 유엔 헌장, 국제법, 영토 보전의 주권및 불가침 원칙에 대한 준수를 재확인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도 이같은 원칙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러시아는 "아직 협상은 필요하지 않다. 적은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해야 한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회견에서 "러시아의 목표는 러시아 헌법에 '러시아인'으로 기록된 우크라이나의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다 평화회의 이후, 국제 협의(실무 그룹 구성및 협의/편집자)는 우선 우크라이나와 서방, '글로벌 사우스'간에 타협이 가능한지 여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타협점이 찾아지면, 다음 단계는 러시아와 중국, '글로벌 사우스' 간의 절충 작업이다.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적 평화 협상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라나.ua는 "전쟁이 늘 그랬듯이, 우크라이나 전황이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종의 타협안을 통해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분명히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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