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외신의 허를 찌른 브릭스의 '깜짝 외연 확대' - 사우디 이란 등 6개국 회원 가입
서방 외신의 허를 찌른 브릭스의 '깜짝 외연 확대' - 사우디 이란 등 6개국 회원 가입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8.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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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화상 참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즈니스 포럼 불참(22일), 브릭스(BRICS)의 정체성을 둘러싼 러·중-인도·브라질 갈등설, 회원국 확대 불협화음 등등..

22~24일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4년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면 회의로 열린 브릭스(남아공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5개국) 정상회의에 대한 서방 외신들의 보도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허를 찌르기나 하듯, 브릭스 5개국은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과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2개국, 남미 아르헨티나 등 6개국의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단번에 브릭스의 몸집을 두배나 불린 것이다.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 로고/사진출처:위키피디아

특히 중동의 '양강'(兩強)으로 불리는 친미(親美)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와 반미(反美) 이란의 동시 가입은 브릭스가 주요 서방 7개국(G7)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아르헨티나에 브릭스 가입의 연기를 요청했다는 미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도 의미심장하다.

하긴, 브릭스 정상회의에 미국과 영국, EU 등 서방 진영이 일체 접근하지 못했고(프랑스의 참가 신청은 거부당했다/편집자), 브릭스의 세력화에 거부 반응이 없지 않는 서방 외신의 보도는 처음부터 일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논의의 핵심 내용을 파악할 구체적인 정보도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상회의 참가 대표단으로부터 직접 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 브릭스 5개국의 언론이 현장 분위기 파악에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다.

사우디 등 5개국의 회원 가입 승인 보도가 회원국 확대에 까탈스럽다던 브라질에서 처음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브라질만 동의하면, 회원국 확대가 이뤄지는 국면에서 브라질의 뉴스 포탈 UOL이 가장 먼저 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UOL은 브릭스가 '지리적 요인'을 최우선 가입 기준으로 삼아 5개국의 회원 가입을 승인하고, 지역적 균형을 위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1개국을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추가 승인된 곳이 바로 에티오피아였다. 

브릭스 정상회의의 마지막날 모습. 푸틴 대통령으로 화상으로 참여했다/사진출처:크렘린.ru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rbc 등 러시아 언론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24일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우디 등 6개국이 내년 1월 1일자로 브릭스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또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 절차 등에 합의했다”며 “우리는 브릭스와 파트너십 구축에 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브릭스는 6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데 이어 내년 정상회담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 목록을 준비할 예정이다. 2024년 브릭스 정상회담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다. 푸틴 대통령이 호스트다. 

남아공 정상회의의 주제는 '브릭스와 아프리카:상호 가속화된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다자주의를 위한 동반자 관계'였다. 그리고, 회원국 확대 등 브릭스의 외연 확장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혔다.

브릭스 확대를 주도한 국가는 서방의 가혹한 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였다. 중국과 남아공은 공식 지지하고 나섰으나, 인도와 브라질이 주춤거렸다. 정상회담을 주관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브릭스 확대는 더 균형잡힌 세계 질서에 대한 공통의 열망을 공유하는 다양한 정치 체제를 가진 국가들의 집단이 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회원 가입을 위한 원칙과 기준, 절차 등을 담은 합의안 초안을 작성, 배포했다.

2006년 창설된 브릭스는 2010년 남아공이 합류한 이후 줄곧 5개국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입을 공식 요청한 국가는 23개국(인도네시아 가입 승인 직전 철회/편집자)이었고, 관심을 표명한 국가까지 포함하면 40개국이 넘는다. 

브릭스 확대에 가장 큰 장애물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브릭스 정체성이었다. 그는 “브릭스는 미국(G7)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며 "신규 가입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회원국들은 예정된 일정을 바꿔가며 남아공이 제시한 회원 가입 기준에 대한 합의를 일궈야 했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5개국을 우선 가입시키고, 지역적 균형을 위해 에티오피아를 추가로 승인하는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은 새 회원국 가입을 “동맹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간주한다"며 "브릭스 국가들은 세계 안정과 안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환영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세계 모든 기관이 브릭스 확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5개국은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고, 6개국은 모두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에 서명한 국가로 밝혀졌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이번 결정은 G7에 대항하기 위해 브릭스의 빠른 확대를 추진했던 중국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한 이유다. 

브릭스 정상회의 참가 정상들의 공동 기자회견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회원국 확대라는 난제를 해결한 브릭스 회원국들은 재무부와 중앙은행에 자국 통화를 기반으로 한 결제 수단및 플랫폼 출시 검토를 지시했다. 탈(脫)달러화와 브릭스 통화체제의 구축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세계 GDP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까지 G7과 같아졌고, 2021년부터 G7을 추월했다. 내년 신규 회원까지 포함하면, 브릭스는 전세계 GDP의 3분의 1 이상(37.4%)을 차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신규 회원 6개국은 모두 합쳐도 5% 미만이다.

미국 등 서방은 브릭스의 확대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합류하면 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몇 년간 탈미국, 친중국으로 돌아선 사우디가 중국과 더 밀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했고, 지난 3월에는 베이징에서 앙숙관계인 사우디와 이란 사이를 중재해 국교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와 이란 모두 내년 1월부터 브릭스 체제에 합류한다. NYT는 “이란은 브릭스 가입을 통해 자신들을 고립시키려 했던 서방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도 했다.

FT는 그러나 “브릭스의 약점은 분명히 드러났다"며 "통일성이 부족하고, 결정을 집행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담은 22일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과 리더스 리트리트, 23일 정상회의 전체회의, 24일 브릭스-아프리카 아웃리치와 (브릭스) 플러스 대화 등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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