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6개월, 러시아는 1%P 금리 인상, 우크라는 2%P 금리 인하, 그 차이는?
전쟁 1년 6개월, 러시아는 1%P 금리 인상, 우크라는 2%P 금리 인하, 그 차이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17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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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을 훌쩍 넘기며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루 사이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렸다. 

온라인 매체 rbc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연 13%로, 1% 포인트(P) 인상했다. 세 차례 연속 금리인상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7.5%에서 8.5%로, 8월에는 임시 이사회까지 소집해 3.5%P 올렸고(금리 12%), 이번에 1%P를 올려 기준금리는 연 13%가 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뒤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루블화 약세 등으로 통화 긴축 정책(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며 금리 인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은행 측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올 여름 루블화 약세가 계속되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됐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목표에서 더 이상 이탈하지 않도록 추가로 긴축(금리인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당초 연 5~6.5%로 전망했지만, 이제는 6~7%로 높였다. 그 것마저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예상한 연 7.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긴축, 즉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근본 이유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7월부터 시작된 잇단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위험의 현실화에 대한 대응"이라며 "내년에 인플레이션을 목표인 4%로 되돌리려면, 긴축 정책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사진출처:유튜브

현지 금융계는 중앙은행이 2주 전부터 시장에 매우 강력한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임시 이사회까지 소집해 금리를 3.5%P 인상한 만큼, 9월에는 일단 쉬어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아니었다는 것. 나비울리나 총재 등 중앙은행 고위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는 긴축 (통화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이션은 7월 4.3%, 8월 5.2%에 이어 지난 11일 기준, 5.5%로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시중의 인플레 기대 심리도 11.1%에서 11.5%로 올랐다.

이번 금리 인상에는 루블화 약세 효과도 빠질 수가 없다. 루블화가 달러당 10% 오를 때(루블화 약세)마다 인플레이션은 0.5~0.6%P 올라간다는 게 중앙은행 측의 분석이다.

러시아 루블화는 올들이 이미 30%가까이 절하됐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 의한 수출 감소와 수입 단가 상승→ 외화 수입 감소, 루블화 저축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외화의 지출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루블화 대출 요구 등이 루블화 약세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지 소브콤방크(Sovcombank)의 미하일 바실리예프 수석 분석가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늦추고, 인플레이션을 당초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대출을 줄이고, 내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금리는 연말까지 13.5%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기 시작하는 2024년 2분기 정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0년간의 러시아 기준금리 변화 추세. 2014년 17%, 2022년 20%까지 올랐다가, 이후 4.25%, 7.5%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가 관건이다/이미지 출처:러시아 매체 rbc 

금융 시장에 대한 나비울리나 총재의 진단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지난 2014년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의 통화정책 시나리오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금융시장은 그 때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초대형 사건으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했고, 상황이 안정되면 금리를 인하했으나 이번에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는 것.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장 큰 변수라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의 둔화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꽤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나비울리가 총리가 설명한 이유다. 

◇위험 감수, 우크라이나 금리 인하

고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전날(14일) 금리를 연 22%에서 20%로 2%P 인하했다. 지난 8월 25%에서 22%로 인하한 데 이어 두번 연속 금리인하 조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안드레이 피쉬니(Андрей Пышный)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14일 "인플레이션의 둔화와 환율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에서 금리 인하를 계속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우크라이나 경제 회복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거시 금융의 안정에는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8월 인플레이션은 연 8.6%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사진출처:bank.gov.ua

피쉬니 총재는 "전시 예산의 수요가 여전히 높고, 우크라이나 자체의 수입으로 전시 비용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국제적 금융 지원이 여전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 조건을 준수하는 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경제에 대한 네 가지 위험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 미비 등으로 국제적 금융 지원이 감소하고 △ 에너지 부문의 추가 예산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만성화하며 △ 에너지 기반 시설의 파괴로 인한 생산 활동 저하및 수출 감소, 수입 증가, 흐리브냐화에 대한 압력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고 △유럽 개별 국가의 대(對)우크라 수입 제한 조치와 '흑해 곡물 협정'의 중단에 따라 농업 부문 수출이 급감하는 위험 등이다. 특히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의 대우크라 곡물 수입 금지 조치로, 우크라이나 농업 부문이 약 6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예측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세르게이 니콜라이축(Сергей Николайчук) 부총재가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금융시장에서는 흐리브냐의 평가절하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잇딴 기준금리 인하가 몰고 올 후폭풍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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