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트 공장 매각 임박? 아프토토르냐? 아빌론 홀딩스냐?
현대차 상트 공장 매각 임박? 아프토토르냐? 아빌론 홀딩스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26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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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러시아 기업에 인수될 것이라고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이 25일 밝혔다.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 온라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만투로프 장관은 이날 카자흐스탄 이노프롬 산업전시회에서 "현대차 매각에 관한 결정이 이미 내려졌다"며 "적어도 회사 측이 직접 밝힌 바로는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러시아) 기업이 2년 내 환매 옵션을 조건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특정 인수 기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출처:유튜브

이미 현지 언론에 유력하게 거론된 인수 기업은 2곳이다.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현대·기아차를 조립, 생산했던 아프토토르와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의 자산을 인수한 '아빌론 홀딩스'다. 아프토토르는 지난 8월 현대차 상트 공장을 전기와 가스 사용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제시했고, 9월에는 '아빌론 홀딩스'와 가까운 조직(AGR 오토모티브 그룹/편집자)에서 인수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AGR 오토모티브 그룹은 '아빌론 홀딩스'가 인수한 폭스바겐 러시아 법인의 새로운 이름이다.

'아빌론 홀딩스' 측(AGR 오토모티브 그룹)은 중국 BAIC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한·중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자동차'와 함께 인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빌론 홀딩스'가 자회사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 Арт-Финанс»)를 앞세워 티구안과 폴로, 스코다 라피드 등을 조립해온 칼루가 공장 등 폭스바겐의 모든 러시아 자산을 인수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현대차-AGR오토모티브그룹 아발론홀딩스 홈피
AGR오토모티브그룹 홈피/캡처
칼리닌그라드 아프토토르에서 기아차가 조립되던 모습/사진출처:아프토토르 홈피

현지 언론의 매각 보도에 현대차 측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현대차 측은 그동안 러시아 공장 매각에 관한 현지 언론보도가 나올 때마다 비슷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대차 매각에 관한 보도가 현지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산업정책, 혁신 및 무역위원회 위원장인 키릴 솔로베이치크의 매각 발언으로 촉발됐다. 당시 그는 현대차 공장이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될 수 있다고 말했으나, 현대차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매각 보도는 더 잦아졌다. 아프토토르와 아빌론 홀딩스의 이름도 그 와중에 나왔다. 

2010년 9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상트 공장은 현대 소형 세단 솔라리스(국내 모델명 엑센트),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 모델을 생산했다. 생산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23만4,000대. 그러나 현대차 러시아 법인은 러시아의 특수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2022년 3월 부품 공급망 파괴 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달러에 러시아측으로 넘긴 일본 닛산 자동차 러시아 공장

매각이 성사되면, 현대차 공장이 준공된 지 13년 만이다. 만투로프 장관은 "현대차는 옵션을 계획하고 있지만, 새로운 대통령령에 따라 2년으로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옵션은 매각 후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를 뜻한다. 지난해 10월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이 '6년 바이백'을 옵션으로 1달러에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인 '나미(NAMI)'로 넘겼는데, 현대차의 매각 조건은 더욱 나빠진 셈이다. 러시아가 비우호적 국가의 자산 매각을 2년내에서만 되살 수 있도록 '바이백' 조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총 6대만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2천892대 판매 실적과 비교해 99.9% 급감한 수치다.

현대차가 실제로 매각되면,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부품 단지 합류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러시아법인(Hyundai Steel Rus LLC)에서 운영하는 스틸서비스센터(SSC)는 지난 3월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해외SSC는 현대차와 기아 등 해외 생산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제공하는 법인이다. 현대차가 해외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면, SSC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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