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다시 돌아오는 '바그너' 전사들 - 프리고진 대신에 트로셰프가 이끈다
전쟁터로 다시 돌아오는 '바그너' 전사들 - 프리고진 대신에 트로셰프가 이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3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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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천하'로 끝난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6·24 군사반란이 실패한 뒤, 뿔뿔이 흩어졌던 '용병'들이 다시 뭉쳐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CNN 방송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바흐무트 전선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호출부호 '그루브'(Грув)를 쓰는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바그너 전사들이 여기에 와 있다"며 "그들은 다른 지휘관과 함께 전선으로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 일리야 에블랴시(Илья Евлаш)도 "벨라루스 캠프로 갔던 바그너 용병들이 돌아와 동부군 관할 지역(바흐무트)에서 전투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핵심 지휘관들이 지난달(8월) 23일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뒤, 그가 직접 꾸렸던 '벨라루스  캠프'는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거의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자격으로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했던 '바그너 전사'들도 옛 전우들과 다시 뭉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사고 직후, 철거되기 시작한 벨라루스 바그너 그룹 캠프의 위성 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친(親)바그너 그룹 텔레그램 채널들도 "바그너 전사들이 (프리고진 사망후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한) 안드레이 트로셰프의 지휘 하에 다시 전선으로 나갈 것"이라며 "바그너 그룹의 재편성이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 지는 확실하지 않다. 스트라나.ua는 "6·24 군사 반란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배치된 바그너 용병의 규모는 2만5천명 수준이었다"며 "이론적으로 수천 명의 용병들이 재편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재편성 과정에서 드러난 푸틴 대통령의 역할이다.
스트라나.ua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전직 사령관이자 본인이 지명한 새 지도자 트로셰프를 28일 크렘린으로 불러 부대 재편성을 직접 지시했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군의 군사훈련을 담당하는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국방차관이 배석했다.

트로셰프는 러시아 특수부대 대령 출신으로, 프리고진의 '왼팔'로 꼽혔던 인물이다. 오른팔이었던 우트킨 사령관은 프리고진과 함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트로셰프는 프리고진의 군사 반란을 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 벨라루스 캠프의 철거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그의 존재는 군사반란이 실패한 지 닷새 후인 지난 8월 29일, '바그너 그룹'의 주요 지휘관들이 푸틴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면서 부각됐다. 푸틴 대통령은 현지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와의 회견에서 '바그너 그룹' 핵심 인사 35명과 3시간에 걸쳐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프랑스 리베라시옹지 특종 보도)하면서, "바그너 그룹의 존경받는 지휘관중의 한명인 호출 부호 '세도이'(백발이라는 뜻, 본명 안드레이 트로셰프 전 대령)의 지휘 아래, 바그너 전사들이 예전처럼 함께 생활(편성)해 줄 것을 제안했으나, 앞줄에 앉아 있던 프리고진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과의 이날 회동 결과에 극도로 실망했다는 게 스트라나.ua의 당시 분석이었다. '바그너 그룹' 지휘관들이 국가원수(푸틴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이자 군인이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도, 프리고진의 뜻을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공교롭게도 프리고진과 함께 '벨라루스 캠프'로 옮겨간 우트킨 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들은 비행기 사고를 당했고, 수천명의 벨라루스 바그너 전사들은 졸지에 최상위 지도자들을 잃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그너 그룹'을 트로셰프 체제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트로셰프 전 대령(오른쪽)/사진출처:크렘린.ru

그는 트로셰프에게 '지난 번 회의(6월 29일 회동)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다양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부대 구성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바그너 그룹'의 재편성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당신은(트로셰프) 바그너 용병들과 함께 1년 이상 전투를 해 왔고, 그 전투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다"며 "다시 전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선결돼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지 않느냐"며 트로셰프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표시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한 사람에게는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사회적 보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 군인들과 똑같이 대우해주겠다는 뜻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푸틴-트로셰프 회동에 대한 크렘린의 공식 발표에 "트로셰프가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있는 바그너 용병들을 지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회동도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공식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프리고진 탑승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위)과 생전의 모습/텔레그램 캡처

물불 가리지 않는 '바그너 전사'들의 복귀 소식에 우크라이나 측은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소셜 미디어(SNS) X(구 트위터)에 “바그너 PMC(민간용병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복귀설'을 애써 부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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