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합병 1년) 부동산 가격 오르고, 주민 만족도 UP? - "싫으면 떠나라"는 분위기도
점령지 합병 1년) 부동산 가격 오르고, 주민 만족도 UP? - "싫으면 떠나라"는 분위기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04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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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화가 그치지 않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언뜻 보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2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5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생각은 △크림반도 △기존의 DPR, LPR 지역 △새로 점령된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자포로제와 헤르손 점령지역 등으로 뚜렷히 나뉜다. 각 권역별로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편입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가 분석한 결과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점령지의 현실 혹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특성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시중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DPR과 LPR 지역 분위기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무력 투쟁 끝에 러시아계 주민들(우크라이나 반군세력)이 자리를 잡은 돈바스 일부 지역이다. 물론, 지금도 우크라이나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오는 곳이다.

스트라나.ua는 2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러시아에 합병된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 경제의 역설을 보여준다"며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상품 거래와 서비스 산업도 거의 회복됐다"고 전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늘고, 돈이 돌고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화염이 치솟는 도네츠크시/현지 매체 영상 캡처
500만 루블(약 5만달러)에 매물로 나온 방 2개짜리 아파트/사진출처:스트라나.ua

이 매체에 따르면 DPR, LPR의 부동산 시장에서 흘러다니는 돈은 '전쟁 자금'이다. 이 지역에서 동원된 예비역 군인들은 최소 19만 루블의 월 급여를 받는다. 또 사망자와 부상자에게는 두둑한 보상금이 주어진다. 전쟁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몫돈들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쟁전 1만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던 도네츠크시(市) 중심가 아파트는 그 돈으로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전선에서 먼 도네츠크시 외곽의 방 3개짜리 아파트는 수리도 하지 않았지만, 4만1,000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도네츠크시 중심가의 고급 주택은 15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LPR의 주도인 루간스크시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며칠 전, DPR과 LPR 당국은 동원령을 발령해 가용 병력들을 전선에 투입했다. 동원은 작년 가을까지 계속됐다. 전체 인구 약 350만 명(2021년 말 기준) 중 20여만 명이 최전선으로 향했다. 

러시아군 동원 예비역들의 전선 투입/현지 매체 영상 캡처

지난해 9월 러시아와의 합병 조약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돈바스 출신 동원 병력도 '러시아 군인'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러시아 정부로부터 '전쟁 수당'을 받기 시작했다. 일반 사병의 연봉은 최저 2만4,000달러, 장교급의 평균 연봉은 3만 달러가 넘는다. 부상 및 사망에 대한 보상금도 각각 3만1,500 달러와 5만2.600달러에 이른다.

'전쟁 수당'외에,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여권을 받은 어머니들은 '자녀 수당'을 받게 됐다. 2007년부터 둘째 자녀가 태어난 가정(큰 아이가 현재 16세)은 연간 약 6,200달러, 2020년부터는 첫째 자녀를 낳고 다자녀 가정이 되면 대략 8,160 달러를 받는다.

지역에 돈이 풀리면서 카페와 레스토랑, 상가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미용 분야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신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 스피커, 플라즈마(PDP) TV 등 가전제품들이 속속 들어왔다. 도네츠크 주민들은 월급날에 맞춰 한 달에 한 번씩 러시아 본토로 쇼핑을 떠나기도 한다. 

생활환경이 크게 나아진 만큼 러시아 연방 편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도네츠크시 도심 쇼핑센터 '졸로또예 깔쪼'(Золотое кольцо, 황금고리라는 뜻)/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연방 편입에 대한 각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지난 한 달간 수집했다"면서 "본격적인 여론조사는 아니지만, 지역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를 정리했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결과, 합병된 4개 지역(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에서 러시아 여권을 받은 주민은 대략 320만명으로 파악됐다. 2024년 1월 1일 기준, 러시아 연방 의료보험 예산(초안)에 포함된 4개주 주민의 수다. 다만, 러시아 내무부가 지난 9월 12일까지 4개 지역에서 발급한 여권 수는 282만 여명이다. 올 연말까지 40만명에게 여권이 추가로 발급될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색이 짙은 크림반도

스트라나.ua의 조사 결과, 가장 러시아 색이 짙은 곳은 역시 크림 반도다. 돈바스 지역과 달리,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후 전쟁도 없었고 인프라 투자에도 많은 돈이 투입됐디.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미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고, 러시아를 자신의 조국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해방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거부감은 더욱 짙어진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유류창고가 불타는 장면/캡처

◇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DPR, LPR 지역

DPR과 LPR 지역은 러시아와의 합병이후 주민들의 생각이 극적으로 달라진 곳이다. 합병 전에는 러시아 연방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다. 지난 8년 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무력 투쟁을 지켜보기만 했고,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시된 뒤에도 수만 명의 예비군인들이 전선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허무하게 스러져갔다. 피에 대한 대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 이후 주민들의 삶은 크게 변했다. 돈바스 지역의 일방적인 동원은 끝났고, 몫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또 러시아와의 국경이 열리면서 남성들도 자유럽게 러시아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주민들은 러시아 본토로, 또 러시아를 거쳐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남은 주민들의 대다수는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이미 스스로를 러시아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불만이 있다면 대체로 '지역 정부'에 관한 것이다. 

◇ 새로 점령된 돈바스 지역

같은 돈바스 지역이면서도,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으로 점령된 지역은 DPR, LPR과 분위기가 다르다. 또 지역마다 상황이 판이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군이 무혈 입성한 '스타로벨스크'와 포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포파스나야'는 사실 극과 극이다. 반면, 개전 초기의 최대 격전지 마리우폴은 도시 재건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났다. 남은 주민들의 대다수는 러시아와의 합병에 적응해가고 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악몽같은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는' 것이다. 

마리우폴의 방문해 재건 작업에 대한 보고를 받는 푸틴 대통령/크렘린 공개 영상 캡처

◇거부감이 여전한 자로포제, 헤르손주

전쟁 전부터 우크라이나계 주민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자포로제(자포리자)와 헤르손주에서는 러시아군이 입성하면서 주민들이 대거 보따리를 샀다. 물론 친우크라 사람들이다. 이 곳 주민들에게 반(反)러시아 정서는 여전하다. 러시아군 점령 ​​첫 한 달간, 이 지역을 휩쓸었던 혼란과 무질서가 큰 트라우마를 남긴 게 컸다.

하지만, 고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영토 탈환이 무산되면, 일부 친우크라 주민들은 떠날 것이고, 일부는 어떻게든 고향에 남아 새로운 삶에 적응할 것이다. 

스트라나.ua가 놀란 것은 이들 주민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태도다. 현지의 한 당국자는 "지역 주민의 성향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여기서 살고 싶다면, 러시아 여권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떠나면 된다. 아무도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떠나는 주민들 대신 이 곳에 정착할 사람들을 데려올 것"이라고 했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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