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계절 - 다시 찾아온 발다이 클럽 토론회 주요 내용 요약
푸틴의 계절 - 다시 찾아온 발다이 클럽 토론회 주요 내용 요약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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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국제 토론 클럽(발다이 클럽)'의 연례 회의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참석자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2004년에 설립된 발다이 클럽은 △세계의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주요 지식인들의 통합 △정치인과 전문가, 언론인들 간의 열린 대화 △정치 경제 안보 에너지 등 국제 현안에 대한 토론 △21세기 세계 질서의 주요 동향 예측 등을 수행하는 국제 문제 분석 센터다. 통상 러시아 안팎의 전문가들 모임으로 일컬어진다. 

푸틴 대통령이 매년 이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외 현안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러시아 대외 정책의 '오늘과 내일'을 짐작하게 해주는 무대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이 모임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양국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해는 20번째로, 2일~5일 소치에서 열렸다.

발타이 클럽에서 기조연설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1년 7개월을 넘긴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비롯해 핵무기 사용및 핵실험 재개 여부, 신형 미사일 개발 현황,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 탑승 비행기 추락사건 등 국내 문제와 미국의 패권주의와 새로운 세계질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 등 국제 현안에 관해 참석자들과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특수 군사작전에 대해 "영토 갈등과 군사 문제 자체가 아니라, 세계 질서의 원칙의 바꾸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 존중되고 균형잡힌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느끼고,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삶의 방식을 강요할 수 없을 때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지난 20년 간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제는 '세계 질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푸틴 대통령의 주요 발언이다.

◇ 특수 군사작전과 세계질서 재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그 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끝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새로운 땅을 찾고 있는 게 아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가 아닌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질서의 원칙을 △다양성을 존중하고 △강대국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현대 기술 발전의 혜택에 접근할 수 있고 △국가 간 장벽이 없는 것으로 그는 규정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식민주의적 사고로 여전히 세계를 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2014년 쿠데타(야누코비치 친러 정부를 축출한 유로 마이단 사건/편집자)를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했고, 그 흐름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서구 패권주의(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적 '세계 혁명'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반서방 노선의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개방도상국가들)를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다이 클럽 토론회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 핵추진 순항미사일 개발

이날 주목을 받은 것은 핵추진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Буревестник)의 발사 시험 성공이다. 푸틴 대통령은 "부레베스트니크 전략 순항미사일의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며 "또 다른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도 거의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2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 국정연설에서 처음 언급됐다. 당시 그는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은 부레베스트니크 미사일의 발사 시험이 13번 모두 성공하지 않았으며, 한 번은 발사 시험장에서 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핵무기 사용과 핵실험 재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예방적 핵무기 사용을 주장해온 러시아 정치학자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로부터 '러시아 군사 교리에서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오늘날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은 없다"며 "아무도 러시아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 발사가 감지되는 순간, 우리는 해상이든 지상이든 미사일 수백발을 날려 적이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대 우크라 군사 지원 확대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적으로 핵무기로 공격하자는 일부 강경파 세력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핵실험금지조약(Nuclear Test Ban Treaty) 비준을 철회하는 게 가능하다"며 1990년 이후 30여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핵실험금지 조약에 서명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며 "비준 취소는 국가두마(하원)에 달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다이 클럽 연설/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및 EU 가입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한 적이 없고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EU에 가입하고 싶다면, 가입하하라. 유럽인들이 우크라이나를 EU에 받아들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며 "EU가 우크라이나의 현 정치경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먼저) 깃발을 들면 된다"고 했다.

EU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정치 경제적 법률 정비와 부패 척결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항상 반대해 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분명히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면서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자체의 안보가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거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이를 서방이 무시했다"며 "서방은 항상 적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의 침공(특수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위협 때문이었다"며 "지난 여름에도 푸틴 대통령은 참전하는 전투기가 나토 국가에서 이륙할 경우, 러시아는 나토 국가의 공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서방의 대 우크라 자금 지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반격작전을 시작한 이후 9만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다며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외부의 도움 없이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하원 의장 해임 등 미 의회 마비 사태에 따른 대우크라 자금 지원 중단 및 삭감설에 대해 "미국은 계속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연되는 것은, 미국의 예산 (배정) 문제에 따른 것"이라며 "결국 미국은 돈을 더 많이 인쇄할 것이며, 미국이 달러를 찍어 전 세계에 뿌리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신종 코로나(COVID 19) 팬데믹 기간에 9조 달러 이상을 인쇄했다"고 말했다. 

◇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 사망 

푸틴 대통령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의 사망으로 이어진 비행기 추락 사고 희생자들의 시신에서 수류탄 파편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고진 추락 비행기 조사위원장의 보고를 받았다"며 "수류탄 파편들이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비행기에 외부 충격은 없었다"며 "이는 러시아 조사위원회의 조사로 확립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우크라이나 통과 가스관 가동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왜 아직도 우크라이나를 거쳐 가스를 운송하고 운송료를 지불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상대방에 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가스 수송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돈을 받는다. 그들이 우리를 침략자라고 부르는데, 그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EU로 가스를 수출하고, 대금을 받아 재정 상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프랑스 언론은 "러시아 가스의 EU 수출은 계속되고 있다"며 "1~7월 LNG 공급량은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 에너지부는 지난 8월 중순 "우크라이나가 2024년 말에 만료되는 러시아와의 가스 운송 계약 연장에 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독일 극우 정당과의 관계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가 왜 독일의 '네오나치'와 함께 집회에 참석하는 극우 정당과 접촉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네오나치와 함께 집회에 가는 것이 정말로 전체 당인가? 내 생각에는 전체 당이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모스크바가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Alternative for Germany)와 건설적인 부분에서 접촉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AfD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연정 소속의 3개 정당, 즉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의 지지를 모두 앞지르며 거의 22%의 지지를 얻고 있다. AfD는 독일 민족주의, 우익 포퓰리즘, 유럽 회의주의, 국가 및 사회 보수주의 이념을 추구하고 있다. AfD 대표들은 푸틴 대통령의 행보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나고르노카라바흐 상황 

푸틴 대통령은 "2020년 전쟁 전부터, 오랫동안 아르메니아가 1990년대 전쟁 당시 점령했던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 중 일부를 아제르바이잔에 양도하는 것을 타협안으로 제안했다"면서 "그러나 '예레반은 필요하다면 싸울 것'이라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운명은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이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인정한 뒤 확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아제르바이잔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헌법 질서를 확립할 것인지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파시냔 총리는 5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샤를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과 함께 4자 회담을 갖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를 논의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86만㎡의 땅을 아제르바이잔으로 인정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은 파시냔 총리가 참석한 4자회담에 참석해 5자 회담을 갖자는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외에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노력은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일본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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