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여파속 '장기 소모전'으로 가는 우크라 전쟁 -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이스라엘 전쟁 여파속 '장기 소모전'으로 가는 우크라 전쟁 -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0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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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안식일을 노린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 전쟁'은 전세계 언론의 눈을 중동으로 잡아끌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확실히 러시아에게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서방 측에 키예프(키이우)에 대한 무기 지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해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쟁 피해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매체(스트라나.ua)에서도 이날 인기 뉴스 '톱 5'는 모두 이스라엘 전쟁이 차지했다. △하마스 공격 뉴스 속보를 시작으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전쟁은 왜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될까? △이스라엘 남부, 하마스 점령지역에 비상사태 선포 △하마스 전사들, 죽은 이스라엘 병사 조롱 영상 공개 △이스라엘 체류 우크라이나인, 지옥같은 포격 영상 게재 순으로 1~5위를 차지했다. 

스트라나.ua의 메인 웹페이지. 오른쪽에 인기 기사 '톱 5'가 보인다/캡처
이스라엘 텔아비브 방공호의 모습. 현지를 방문한 러시아 가수 글류코자가 찍은 사진을 여성 언론인 소브차크가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이다/사진출처:텔레그램

주요 언론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전쟁이야말로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1년 7개월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우크라 어느 측도 쉽사리 승기를 잡지 못하는 지루한 '소모전' 단계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뉴스'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보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전선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돌파하기 보다는 멀리서 미사일과 드론을 날리고, 근거리에서는 포를 쏴대는 무익한 '장기 포격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트라나.ua는 지난달 29일 "서방 주요 언론들이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가 빠른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우리는 이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기전에 대비한 우크라이나군의 전략과 그에 따른 득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장기전 대응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전쟁 승리'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소위 '천 개의 작은 승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비록 작은 성과에 불과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끄는 군사 작전을 펴는 것이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와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 공격,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습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22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흑해함대 사령부 피격 장면/사진출처:위키피디아

서방 측이 전략적으로 무익하다고 주장하는 바흐무트에 계속 전력을 투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승부처인 자포로제주(州) 남부전선(라보티노~베르보보예 전선)을 돌파한 뒤 전략 요충지인 '토크마크'로 밀고 내려가지는 못하더라도, 바흐무트의 유리한 전황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지탱해줄 것이라는 게 스트라나.ua의 진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났을 때,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공략 표적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기 포격전에는 필연적으로 '프로파간다'(선전 선동)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작은 성과 하나를 몇 배, 혹은 몇 십배로 부풀리는 게 바로 고전적인 수법. 

최근 우크라이나가 '프로파간다'로 크게 망신을 당한 게 흑해함대 사령관의 폭사 주장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세바스토폴 흑해함대 사령부 공격으로 폭사했다(9월 22일)는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관 빅토르 소콜로프 제독이 며칠 뒤인 9월 26일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측은 "흑해 함대 본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의 결과, 34명의 장교가 사망했으며, 이용 가능한 소식통에 따르면 흑해 함대 사령관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많은 시신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폭사했다는 소콜로프 흑해함대 사령관이 9월 26일 모습을 드러냈다/영상 캡처

당시, 러-우크라 양측의 발표는 확연히 달랐다. 우크라이나군은 9월 22일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 사령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함대 사령관이 사망하는 등 139명이 사상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단 한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의 키릴 부다노프 국장은 아예 사망한 흑해함대 주요 지휘관들의 이름을 적시하기도 했다. 친우크라 서방 언론(국내 언론)들은 부다노프 국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자세히 반영했다. 

러시아는 곧바로 몇배로 강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스트라나.ua(9월 25일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는 드론 19대, 오닉스 초음속 미사일 2기,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10기 등을 동원한 러시아 공격을 받았다. 드론은 모두 격추됐지만, 오닉스와 칼리브르 미사일은 목표물에 명중했다. 그 결과, 오데사 해양 터미널과 곡물 창고, 호텔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2명 사망)도 났다. 

나중에 러시아 국방부는 "외국 용병들 주둔지와 우크라이나 '사보타주'(특수 파괴 공작) 부대 훈련장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데사 항만 인프라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의 입항을 검토하는 해외 선박및 선주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흑해 함대 사령부를 때린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장착할 수 있는 미그(MiG)-29 전투기를 추가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측은 '크리보이 로그'로 드론이 날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미그-29 전투기가 배치된 '돌긴체보 군사 비행장'이 아니라, 공장 건물이 손상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손상된 오데사 빌딩의 전후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남부 헤르손주 베리슬라프 지역도 공습을 당했고, 3명이 사망했다. 

미사일·드론을 동원한 보복 공격은 또 다른 보복 공격을 낳으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스트라나.ua에는 매일 러-우크라가 상대에 가한 미사일·드론 공습과 그 피해 상황이 여러 건 보도된다. 끝없는 '포격전'의 현장이다. 그러나 더 이상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수 없는 뉴스 속보들이다. 

이같은 소모전은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택한 3가지 반격 전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온라인 매체 rbc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9월 4일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반격 작전에서 3가지 접근 방식을 쓰고 있다"며 △최전선의 지뢰 제거와 △러시아군의 (후방) 물류망과 지휘 센터 파괴, △크림반도및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일은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이 4개월째(6월 4일 시작/편집자)를 맞는 날이다. 

특히 니콜라이 벨레스코프 키예프(키이우) 국립 전략연구소 연구원(сотрудник Киевского национального института стратегических исследований)은 FT 측에 "크림반도 드론 공격은 양측이 (군사적 공세의)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파기 이후 새로 개척한 '흑해 임시 항로'에 대한 안전 확보와 러시아 군수 물자의 보급로 차단이다. 1991년 국경선 탈환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됐다. 

지금까지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20~23일 나흘 연속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흑해함대 기지와 사키 공군기지 등을 집중 공략했다. 특히 흑해 함대 사령관이 폭사했다는 22일에는 함대 사령부가 12차례나 미사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금까지 최소 19척의 러시아 군함을 침몰, 혹은 파손시켰고, 개전 초만 해도 해안에 바짝 붙어 미사일을 쏘아대던 러시아 해군 함정들이 해안 접근을 꺼리고 있다고 전과를 내세운다. 러시아 흑해 함대는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부 함정을 러시아 본토에 있는 노보로시스크 기지 등으로 이동 배치하는 등 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러-우크라의 해군력 격차가 전쟁 전 12대 1에서 4대 1로 줄었다는 주장(안드리 리젠코 우크라이나 해군 예비역 대령)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미 월스트리스 저널(WSJ)은 지난 9월 23일 "러시아군은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전력)을 '소진시키는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공군의 유럽주둔군 사령관 제임스 헤커는 WSJ측에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와는 달리 움직이고 있다"며 "러시아군 전투기들은 격추 위험이 있는 방공망 주위를 비행하지 않고, 비행하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 낮은 고도에 머물다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해커 사령관의 논리 대로라면,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배운 학습효과에 따라 철저하게 방어 중심으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한 뒤 상대의 전력이 소진되는 결정적인 순간에 역공을 가한다는  작전하에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 전쟁(제 1차 애국전쟁)과 제 2차 세계대전(2차 애국전쟁)에서도 러시아는 같은 길을 걸어왔다.  

우크라군의 폭격으로 수리중이던 러시아 잠수함에 큰 구멍이 뚫렸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영상캡처

적 후방을 겨냥한 지상 포격전도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고, 러-우크라 현지 언론에 보도된다.
러시아 매체 r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9월 24일 자포로제 남부 전선의 주요 공략 대상인 '토크마크'시(市)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민간 기반 시설과 주거용 건물이 파괴되고 사상자(1명 사망, 11명 부상)가 났다. 토크마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남진 최종 목표 지역인 '멜리토폴'에서 북동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1주일 전인 17일에도 '토크마크'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러시아는 6개월 여만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 폭격을 시작했다고 우크라이나 전력공사 우크르에네르고가 9월 21일 주장했다. 우크르에네르고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서부와 중부 지역의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리브네, 자토미르, 하르코프,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등에서 부분적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이 제공한 열화우라늄탄과 '스톰 섀도' 미사일 저장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열화우랴늄탄의 존재는 미국이 지난 9월 초 대우크라 추가 군사지원안을 발표하면서 확인됐다.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탱크)가 사용할 120㎜ 포탄이다. 이에 앞서 영국도 챌린저2 전차용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장기 포격전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누가 더 많은 포탄을 오랫동안 확보할 것인가에 승패가 달렸다. 

스트라나.ua(9월 9일자)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모스크바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포탄 생산량을 연간 약 200만개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정도 규모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서 필요한 군사적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2022년에만 우크라이나에서 1,000만~1,100만 발의 포탄을 사용했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의 생산 규모는 러시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연간 30만 개의 포탄을 생산하고 있는데, 2024년에는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FT 보도). 미국은 현재 이보다 적은 양(연간 288,000개)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 가을까지 96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스트라나.ua는 또 "러시아 방산업체 '칼라시니코프'사는 고정밀 발사체와 미사일의 생산을 앞으로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면서 "타타르스탄 공화국에서도 이란산 '샤헤드 드론'의 대규모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방산업체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 국가의 전체 경제력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방산업체의 가동이나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서방의 경제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크라이나와 제재 포위망에 갇힌 러시아 중 어느 쪽이 먼저 경제적으로 손을 드느냐에 승패가 달린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속적인 도음으로 경제를 어느 정도 회복하면, 적(러시아)이 먼저 지쳐서 자신들의 평화안을 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이 줄어드는 순간, 상대가 손을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라나.ua는 "당국으로부터 조속한 승리를 약속받은 우크라이나 사회가 어떻게 장기전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 지 궁금하다"며 "(인명 손실이 늘면서) 전쟁 피로도가 높아지고, 당국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것이 내부의 큰 격변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크라이나 인들이 군 동원을 더욱 기피하고, 사업을 축소하면서 자금을 인출하는 등 '수동적 사기 저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최전선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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