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합병 1년) 미 하원 일단 스톱 - 쫓기는 젤렌스키, 느긋한 푸틴? 왜?
점령지 합병 1년) 미 하원 일단 스톱 - 쫓기는 젤렌스키, 느긋한 푸틴? 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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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니아 지원안을 뺀 미 임시 예산안 통과, 매카시 의장 해임에 의한 미 하원 마비, 미국의 '무기 임대법' 종료, 유럽의 대(對)우크라 지원 무기 재고 바닥, 중국의 대우크라 드론 부품 공급 제한, 유엔 안보리의 대이란 미사일 수출 금지 시한 만료, 북한의 러시아 무기 제공설 .....

러시아의 우크라 점령지 합병 1주년을 맞아 영토 탈환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게 악재가 쌓이고 있다. 자칫하면 미국 등 서방의 대우크라 군사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러시아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호재다.

5일 국제 러시아 전문가 클럽인 '발다이 클럽' 토론회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신세계 질서 재편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유럽 제3차 유럽정치공동체 정상회담(саммит Европейского политического сообщества)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 등 유럽 대륙 현안의 자체 해결에 실패했다(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5일 보도).

이 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상태에서 동결된다면, 유럽은 5년 후인 2028년 더 큰 안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유럽의 군사적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전쟁 동결 5년 뒤에는 러시아가 다시 군사력을 회복해 점령지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대상 국가로는 발트해 국가와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파견된 몰도바가 최우선적으로 꼽힌다. 

 스페인 그라나다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 정상회담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양측의 희비가 엇갈리는 사태 진전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대대적인 군사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선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지지부진한 반격이 서방의 전쟁 피로도를 높이고 군사 지원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의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반격 작전을 방해하는(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다. 

그 중에서도 우크라이나에게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서방의 군사 지원이 끊길 경우, 1개월 보름 안에 싸울 수 있는 무기·탄약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서방 무기의 수령 및 사용을 조사하는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 임시위원회의 알렌산드라 우스티노바 위원장은 5일 "미 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군은 한 달 반 안에 무기가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녀는 "미 국방부가 발표한 50억 달러는 미국에 재고가 있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에만 사용된다"며 "새로 무기를 사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구매 비용은 월 25억~30억 달러로, 거의 대부분 미국의 자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 군인의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미국의 대우크라 지원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것은, 지난달 30일 미 하원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해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어거지로 통과시키면서부터다. 캐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이 공화당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백악관과 합의 하에 원래 예산안에 포함된 60억달러(약 8조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뺀 것.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 세력은 매카시 의장이 백악관과 야합했다며 그의 해임안을 제출했고, 해안안은 공화당내 반란표에 의해 통과됐다. 

미 의회 사상 처음으로 3일 하원의장이 해임되자,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의장의 부재로 예산 심사와 주요 법안 심의및 채택 등 의회의 핵심 기능이 멈춰섰다. 미 하원이 사실상 마비상태로 들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줄줄이 내놓았다. CNN은 4일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및 재정 지원에 먹구름을 불렀다"고 분석했고, 워싱턴 포스트(WP)는 "백악관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의회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자금 240억 달러를 요청하기보다는 새로운 현실에 맞춰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의사당(위)와 매카시 하원의장 가결 순간/위키피디아, 영상 캡처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제 3국에 (미국의) 신용으로 무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다든가, 국무부 해외지원자금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찾고 있다. 

미국이 현재 활용 가능한 자금은 의회가 승인한 260억달러 중 남은 16억달러와 대통령 전권으로 지출 가능한 금액은 54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마이클 맥코드 미 국방부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가용 자금은 54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구매)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등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할 필수 무기들과 155㎜ 방사포 추가 제공 등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내주 중으로 예정된 차기 하원의장 선출이 늦어지거나, 대 우크라 지원을 거부하는 공화당 의원이 의장으로 선임되면, 미국의 군사 원조는 곧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된다. 하원의장직 도전을 선언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원조에 매우 부정적이다. 

당장 오는 11월부터 우크라이나의 공무원 및 공공 부문 직원에 대한 급여 지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3일 "우크라이나는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되면 공무원 등 공공분야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다른 비용을 줄이고,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우크라니아의 경제적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리는 WSJ측에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 방법 등으로 11월과 12월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나, 새로운 자금 지원이 없으면 2024년에는 더욱 암담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 중단이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안정을 위협한다는 WSJ 보도/웹사이트 캡처

서방은 그동안 세계은행의 ‘행정력 유지를 위한 공공 지출(PEACE)’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234억 달러(31조8216억원)를 제공했다. 15만명의 우크라이나 공무원과 교육 인력을 포함한 50여만 명의 공공 부문 직원들의 급여를 지불하고, 의료에서 ​​주택 보조금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공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이 중 200억 달러는 미국이, 20억 달러는 영국이 부담했다. 급한 대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일단 10월분 11억5천만 달러는 우크라이나로 송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후에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미국 대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다른 경제 대국들이 나설 수도 있으나, 미국의 지원 규모는 대우크라 재정 지원의 '바로미터'로 된다"고 WSJ은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 수장도 일찌감치 "유럽이 미국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4일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트)에서 미 공화당을 겨냥해 "수십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군대를 물리치는 일을 왜 그렇게 집요하게 반대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의 대우크라 무기 이전 장면/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방안중 하나인 '무기 임대법'도 지난 1일자로 시한이 끝났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9일 서명한 '무기 임대법'은 2023 회계연도의 종료(9월 30일)와 함께 기한이 만료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역사적인 것'으로 불린 이 법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법적, 상업적 계약절차 없이 일정한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빌려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가 의회의 승인을 얻어 무상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기 임대법'의 만료가 아쉬운 것은, 미국의 합법적인 군사 지원 예산이 고갈되고 있는 상태에서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 8월 미국 의회가 무기 임대법을 2024 회계년도까지 연장하도록 우크라이나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의 비명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로브 바우어르 나토 군사위원장은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안보포럼’에서 유럽에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탄약이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닥이 보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몇십년 동안 군수 분야 투자를 줄여온 결과,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나라들의 무기 재고가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졌거나 거의 바닥났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미국 정부는 해상에서 압수한 110만 발의 7.62㎜ 이란 탄약을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했다고 밝혔으나, 불법 제공 스캔들에 휩쓸리는 조짐이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압류한 탄약은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더욱 맥빠지게 하는 것은, 반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지원 움직임이다.
먼저, 중국의 새로운 드론 부품 수출 제한 정책으로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은 곧바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작동 모습/사진출처:우크라 국방부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뉴욕 타임스(NYT)는 "중국의 드론 공급업체들이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된 정부 당국의 드론 부품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해외 판매를 줄였다"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중국에서 드론 (부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지난 9월 말 보도했다. NYT는 "중국의 새 규칙은 이미 우회 공급망을 구축한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부품) 구입을 옭죄고 있다"며 "키예프(키이우)도 밀수를 포함해 점점 더 은밀한 구입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 우크라이나로 직접 배송된 중국 드론의 규모는 20만 달러가 조금 넘는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모스크바는 유사한 드론을 1,450만 달러 어치나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러시아에게 유리한 지형이다. 

서방 외신에서 누차 제기된 이란과 북한의 대러 무기 공급설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사정거리 30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수출을 금지한 대이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오는 18일 종료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국 전쟁 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는 지난달 말 "이란에 대한 유엔 결의안 시한이 이달 중순 만료되면, 러시아는 오랫동안 구매하고 싶었던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인 '파테흐(Фатех)-110'과 '졸파가르(Золфагар)-110' 등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눈독을 들이는 이란의 파테흐-110 장거리 미사일/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란은 지난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무기 전시회, 즉 '아미(Army) 2023 국제 무기 기술 전람회'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이 장거리 미사일들을 소개했다. 앞서 서방 외신은 이란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도 북-러 정상회담 이후, 육로로 무기및 포탄을 러시아로 전달했거나 전달하려는 조짐이 확실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장기 포격 소모전'으로 미사일과 탄약, 드론 등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우크라 양측에게 외부로부터의 '무기 수혈'은 사활이 달린 문제. 우크라이나는 점점 줄어들고, 러시아는 확대되는 양상이니, 푸틴-젤렌스키 대통령의 표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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