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합병 1년) 병력 손실로 영토 탈환에 나설 병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 어쩌나?
점령지 합병 1년) 병력 손실로 영토 탈환에 나설 병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 어쩌나?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1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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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면 내 발에 총을 쏠 준비도 되어 있다"(영국 더 타임스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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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예비군 9개 연대를 새로 편성한다"(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10월 5일)

전장에 투입할 병력 보충 문제에서 러-우크라 사이엔 그 격차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우크라이나는 지난 4개월여에 걸친 반격작전으로 병력 손실이 커지면서, 병력 보충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러시아는 점령지 4개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계약 군인 모집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공격과 방어'라는 위험 수준의 차이에서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서로 많이 다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정론지 더 타임스는 지난 9월 23일 병역을 기피하거나 최전선으로 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집중 취재, 보도했다. "두 번이나 부상을 입은 20세의 안드레이 하사가 다시 부상당한다면, 그것은 아마 스스로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내 다리에 총을 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그는 전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는 이유로 '부상병에 무관심한 군부대내 분위기와 만연한 부패' 등을 들었다.

퇴원후 사실상 부대를 이탈한 안드레이는 더 타임스측에 "함께 있던 전우 6명 중 한 명만 빼고 모두 죽었다"면서 "더 싸울 수는 있지만, 내가 왜 전선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참호 속에서 적의 먹이감이 되라고?"라고 반문했다. 그는 "파편 제거 수술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담당 의사로부터 '1,500달러를 주면 제대시켜 주겠다'는 말이나 듣고, 독일 병원으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게 정상이냐"고 분노했다. 

우크라이나군 부상병 치료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어디 안드레이 하사 뿐이겠는가? 그에 비하면  러시아 측은 훨씬 여유가 있어 보인다. 
렌타.ru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5일 특수 군사작전 합동군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작전상 필요에 따라 9개 예비 연대를 창설한다"며 "이미 중앙과 동부, 서부, 남부, 드네프로 등 각 군단에서 예비 연대가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편성에 따르면 연대는 3~6개 대대로, 각 대대는 3~4개 중대로 구성된다. 한 연대의 병력은 최대 2만5,000명에 달하고, 9개 연대라면 22만여 명에 이른다.

러시아 국방부는 연중 '특수 군사작전'에 참전할 계약 병사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매일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합류하고 있다"며 "올해 7개월 동안 27만명이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참전 군인들을 모집하고 계약을 맺는 사무소/사진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는 또 매년 봄 가을 두차례 신병들을 징집하는데, 이들의 특수 군사작전 투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최소 3개월 이상 복무한 신병들이 참전 계약 체결을 원할 경우, 이를 허용하고 있다. 

◇ 병력 손실에 우는 우크라이나

병력 보충은 러-우크라 군에게는 사활이 달린 문제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올 여름 반격작전으로 잃어버린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예비역 동원령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은, 국내 언론이 별로 다루지 않았지만, 서방 외신에서는 최근 몇주간 최대 이슈가 됐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9월 5일 "우크라이나의 반격: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여기 있는 남자들 중 90%는 죽을 것이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남부 전선(자포로제주·州 라보티노~베르보보예 전선/편집자)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투입된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이미 병력의 75%를 잃었다"고 전했다. 또 "군부대에 배치된 의사들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4자릿수에 이른다"며 "작은 마을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감당해야 하는 인적 비용이 도대체 얼마이냐?"고 반문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한 군인의 말을 인용, “후방에 있는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와 (독일의) 레오파드 전차(탱크)를 받았으니, 이제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머리를 감싸쥐었다"며 "직접 이곳에 와 현실을 보라"고 분개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8월 기준,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약 7만명이 사망하고 12만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 장례식 모습/사진출처: 스트라나.ua

영국 텔레그래프지도 9월 17일 "많은 사상자와 장기전 가능성으로 우크라이나의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지뢰밭에서 당한 병력 손실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쟁이 1~2년 더 계속된다면 제한된 인적 자원으로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는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나탈루카 최고라다(의회) 의원은 텔레그래프 측에 “지난해와 올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너무 많은 군인들이 죽었다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사람들의 주변에는 전투에서 전사한 사람들이 있으며, 나는 죽은 친구들의 수를 셀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론 머스크 미 태슬라 CEO도 9월 18일 소셜 네트워크 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으로 탈환한 영토에 비하면, 너무 많은 인명 손실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사 전문가 '데이비드 파인'의 말을 인용한 글에 대해 논평하면서 “자랑스러운 반격으로 얻은 우크라이나 영토는 지도에서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데, 너무나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이 죽었다"고 적었다. 

머스크/사진출처:소셜 미디어 X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도 높은 손실을 인정하는 증언들이 나왔다. 
스트라나.ua(9월 17일)에 따르면 폴타바 지역 '군사위원회'(우리 식으로는 지역 병무청)의 비탈리 베레즈노이 소장은 시 의회에서 "우리 지역에서 지난해 가을에 동원된 남자들 100명 중 10~20명이 살아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해 인명 손실율이 80~90%에 이른다"며 "이것이 우리 군부대의 실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군의관 알리나 미하일로바는 "너무 많은 손실로 우리가 그토록 갈망했던 승리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승리하더라도 이를 함께 축하할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 많은 병력 손실로 향후 반격 전망도 어둡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전망도 많은 병력 손실로 차츰 어두워지는 분위기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빌트지의 종군 기자 율리안 로프케(Julian Röpke)는 소셜 네트워크 X(옛 트위트)에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문제는 인적 자원"이라며 "서방 무기보다 더 시급한 게 전투 준비가 된 병력"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게 필요한 것은 현대적인 항공 전력"이라며 "러시아 드론은 매달 개량되고 있으며, '란셋' 드론의 비행거리는 더욱 길어지고, 'FPV'(First Person View·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조작하는 드론)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니 라다킨 영국군 합참의장은 지난달 28일 키예프를 방문한 뒤 "러시아군의 방어는 서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인정했고, 오스트리아군(대령) 출신 군사 전문가 마르쿠스 라이스너는 DPA(Deutsche Presse-Agentur)와의 인터뷰에서 "남부 공세 중 우크라이나군의 성공은 과대평가됐다"며 "러시아군의 개별 방어선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실질적인 돌파구는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개월 간의 치열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500평방 마일(1,295㎢) 미만의 영토가 주인이 바뀌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남부 지역 230㎢)보다 훨씬 더 많은 동부 지역의 땅(533㎢)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장에 있는 러시아군의 수는 우크라이나보다 거의 3배나 더 많다"며 "러시아군은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이 합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격작전에 투입되는 우크라이낟군 제 82공습여단/사진출처:페북 @dshv82odshbr

재미있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의 평가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8월 말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말에 "거짓말"이라고 단정한 뒤 "정치에 관여하고 논리, 숫자, 데이터를 이해하는 모든 사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러시아군은 훨씬 더 강하고 병력도 더 많다"고 했다. 

또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에드워드 루트워크는 제 1차 중동전쟁의 예를 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300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전체 인구의 10%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사실상 영국의 군사 전문가 로버트 클라크에게서 나왔다. "러시아군의 잠재 역량은 우크라이나(150만 명)에 비해 몇 배나 많은 700만 명이 넘는다. 너무 잔인하지만 단순한 계산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군에 갈 사람은 이미 다 간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이 아무리 '일당 백'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같은 동원 병력 규모의 차이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남은 것은 동원령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이다. 해외로 이미 도피한 남성들의 귀국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은 인적 자원을 더욱 짜내는 수밖에 없다. 여성 전문 인력을 동원하고, 남성들의 징병 기준을 완화해 과거에 탈락했던 장정들도 어거지로 합격 판정을 때리고, 전국을 샅샅히 뒤져 병역 기피자들을 찾아내고.. 하지만 한계는 있다. 부작용도 적지 않다. 병역 기피를 위해 고액의 뇌물이 오가고, 강제 동원에 따른 폭력 문제로 '형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징병/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 우크라 병력 동원은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우크라이나 동원은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와 함께 시작됐다.
러시아 온라인 매체 rbc(8월 23일자)에 따르면 우크라이아군의 동원을 몇단계로 이뤄졌다. 총동원령 발령과 함께 18~60세 남성의 출국이 금지됐다. 그리고 계약 군인으로 복무했거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전투에 참전한 예비역들이 1차로 징집됐고, 2014년까지 군에 복무한 예비군들이 2차로 동원됐다. 3차로 대학의 군 관련 학과 졸업생(장교 후보)과 나이와 신체적 제한이 없는 모든 남성들이 소집됐다. 나이와 신체적 제한이 없는 모든 국민들이 동원되는 마지막 단계(4차)만 남겨 놓은 상태다.

동원에 대한 군 안팎의 인식이 바뀐 것은 역시, 반격작전으로 병력 손실이 커지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올렉시 레즈니코프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추가 동원의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더 많은 무기와 군사 장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이 더 많은 병력 동원을 요청해왔다고 발표했고, 국가 국방안보위원회 알렉세이 다닐로프 서기(사무총장 격)는 "추가 동원이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틀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다닐로프 서기의 발언은 병역 기피자들을 더 많이 찾아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폴타바 지역의 동원 책임자는 지난달 중순 "폴타바의 동원 완료율은 겨우 13% 정도"라며 "대도시 대상자들은 농촌 마을보다 숨어다니기가 더 쉽다"고 동원 대상자 색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동원 폭력 등 후유증에 대한 폭로가 끊임없이 온라인에 올라온다. 영국의 파이낸낸셜 타임스(FT)는 지난 8월 "군사위원회 차량에 강제로 끌려가는 동원 대상자들의 영상과 나이트 클럽에서 배포되는 소환장, 기차와 트럭에 숨어있는 불법 탈출자들의 모습 등이 우크라이나 뉴스에 정기적으로 등장한다"고 전했다.

급기야는 여성 의료인을 중심으로 '여성 동원령'이 발령됐다. 지난 1일부터 여의사, 여약사 등은 의무적으로 병력 등록을 해야 하고,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등록을 받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여군/사진출처:스트라나.ua
무차별 동원 반대 글을 올린 인플루언스 계정/캡처

◇ 묻히는 무차별 동원 반대 목소리

무차별적인 동원 가능성에 한 여성 인플루언스가 대놓고 반대 의견을 내놓아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구독자수 100만명이 넘는 블로거 타티아나 코랴크(@kory4ka)는 지난 9월 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무런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군대로 끌려가고 있다"며 "그들은 포병, 탱크, 비행기로 대량 학살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죽어나가는 우리 국민이 안타깝다. 협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고 되물었다. 이후 그녀의 계정을 폐쇄했다. 

우크라이나가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딱 하나 있다. 해외로 도피한 동원 대상자들이 자진해서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과 같은 '자진 귀국'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들이 체류하고 있는 주변국가들의 강제 추방도 상상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외 도피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월 중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우크라이나 남성들의 수는 '5개 여단'을 꾸릴 정도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도 1만3,600명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적발됐고, 6,100명은 국경 검문소에서 위조 문서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불법 출국에 성공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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