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언론의 중심에 선 '반전 시위' 러 여기자 오브샨니코바, '독살설' 해프닝
또다시 언론의 중심에 선 '반전 시위' 러 여기자 오브샨니코바, '독살설' 해프닝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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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 1국영 TV '채널-1'(우리 식으로는 KBS 1)의 뉴스 생방송 도중 '전쟁 반대' 피켓을 든 여기자가 또다시 언론의 중심에 섰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7월 각각 ‘전쟁 반대’ 피켓 시위와 크렘린 인근 '가두 시위' 를 벌인 뒤 프랑스로 망명한 마리나 오브샨니코바(Марина Овсянникова, 45)가 12일 몸에 이상을 느껴 파리의 응급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디 벨트 프리랜서로 일했던 독일에서 귀국하는 오브샨니코바(위)와 채널-1 근무 시절/사진출처:인스타그램, 텔레그램캡처

현지 AFP 통신은 "파리 검찰청이 그녀에 대한 (러시아측의) 독살 시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긴급 타전했고, '르 파리지엥'(Le Parisien)은 "그녀가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졌다"며 "중독을 우려해 병원으로 즉각 후송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르 피가로'(Le Figaro)지는 "그녀가 파리 중심가에 있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흰색) 가루를 발견했으며, 몸에 이상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이후 대부분의 외신은 오브샨니코바가 '문 손잡이에 흰색 가루가 묻혀져 있었다', '집에 들어온 뒤 중독 증세를 느꼈다'는 등의 증언을 했으며, 이에따라 파리 경찰청은 법의학팀을 아파트로 파견하는 등 (독살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파리 검찰청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게 "그녀가 아파트를 떠날 때 몸이 아프다며 그들이(러시아 측)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믿었다. 현재로선 그 말을 (현장 처치팀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수사는 사법경찰에 맡겨졌다”고 말했다.

사건의 진실은 뭘까? 오브샨니코바가 13일 직접 입을 열었다. 

오브샨니코바/사진출처:텔레그램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오브샨니코바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으며, 12일 병원에 입원했다"며 "알려지기를 원치 않아, 언론 등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익명의 소식통들과 언론에 의해 보도된 '문 손잡이에 흰색 가루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내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자 프랑스 경찰이 수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오랫동안 정치인·언론인 독살에 연루돼 있기 때문에 프랑스 경찰의 수사 결정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녀가 러시아를 탈출해 프랑스에 정착하도록 도운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WB, Reporters Without Borders)의 크리스토프 델루아르(Christophe Deloire) 회장은 소셜 네트워크(SNS) 'X'(옛 트위트)에 "우리 팀이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있었지만, 언론 보도와는 달리, 그녀는 중독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썼다. 또 “다행히 그녀가 건강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의료진들의 보호아래 있다”고 밝혔다.

오브샨니코바도 텔레그램 포스팅에서 "이미 기분이 좋아졌으며, 피 검사에서도 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백과 언론 보도들을 종합하면, 오브샨니코바도, 서방 외신도 러시아 측의 보복 살해를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3월 초,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전 러시아 군정보국·GUR 대령)의 부녀가 망명지인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쓰러진 사건이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을 것 같다. 문 손잡이의 '중독 물질'설이 두 사건의 유사성을 부각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스크리팔 부녀 독살 기도 사건 이후, 영국 정부는 2006년 전 러시아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방사능 물질 중독 피살 사건을 시작으로, 2013년 러시아 첫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인 의문사 14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2020년 8월에는 반푸틴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빌니의 항공기내 중독사건도 터졌다.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등이 탄 비행기 추락사건도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오브샨니코바의 '심적 불안'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녀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직후인 지난해 3월 뉴스 생방송 도중, 여성 앵커의 뒤에서 “NO WAR(전쟁 반대),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당신에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러시아내 반전 분위기를 돋구는 기습 시위였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방송사에서 해고되고 3만 루블의 벌금을 물었다.

오브샨니코바의 생방송 도중 반전 시위/오픈 소스

진짜 문제가 된 것은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가두 시위'다. 독일에서 '디 벨트'(Die Welt)의 프리랜스 기자로 일하다 러시아로 돌아온 그녀는 2022년 7월 우크라이나에서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크렘린 근처로 나갔다. '푸틴은 살인자. 그의 군대는 파시스트'라는 주장이 핵심이었고, 그녀는 '가택 연금' 처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의 전남편 이고르는 같은 해 10월 1일 RT(러시아 투데이)에 "오브샨니코바가 딸과 함께 (가택 연금에서 벗어나 해외로)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얼마 후 프랑스에 모습을 나타냈다.

모스크바 바스마니 법원은 10월 초 러시아 군대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오브샨니코바에게 8년 6개월의 궐석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녀는 “푸틴 대통령이 사법부(법원)의 독립을 파괴했기 때문에, 이 판결은 '가짜 정의'에 불과하다”며 “친척들도 이제 나에게 등을 돌렸고, 심지어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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