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금리 정책 또 엇박자? 러시아는 올리고, 우크라는 내리고..
러-우크라 금리 정책 또 엇박자? 러시아는 올리고, 우크라는 내리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2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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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13%에서 15%로 2%포인트(P) 또 인상했다. 네 차례 연속 금리인상이다. 지난 7월(금리 7.5%) 기준, 넉 달만에 기준 금리가 7.5%P나 뛰면서 꼭 갑절이 됐다. 지난 7월 7.5%→ 8.5%를 시작으로, 8월 11.5%, 9월 12.5%로 인상한 데 이어 이날 연 15%로 올린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날(26일) 기준금리를 연 16%로 4%P 낮췄다. 

온라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금리 조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현실을 주요 인상 배경으로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위키피디아

중앙은행 측은 언론 보도문을 통해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국내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고, 대출 증가율과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2024년 목표치인 4%로 되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러시아 금융권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14%로 1%P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 23일 인플레이션은 연 6.59%로 예상했으나, 중앙은행은 기존의 6.0∼7.0%에서 7.0∼7.5%로 상향 조정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업데이트된 예측에는 실제 물가 상승뿐 아니라, 새해 예산에 대한 정부 지출 증가의 영향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사진출처:ok 이즈베스티야 계정

그녀는 이날 회의에서 1%P, 1.5%P, 2%P의 금리인상안이 제시됐는데, 압도적인 다수가 2%P인상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올 상반기의 낮은 금리(연 7.5%) 영향을 받았다"며 "하반기부터 시작된 통화 긴축정책의 효과가 앞으로 몇 분기 안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동원령 등으로) 기업의 3분의 2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임금비 인상이 생산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수요 확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금리 인상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던 루블화 가치는 수출업자들에 대한 외화 의무 매각 조치로 상당히 높아졌다. 루블화는 지난 24일 무려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94루블 아래로 떨어졌다(가치 상승). 또 루블화는 이날 금리 인상 발표 후 달러당 93루블를 밑돌았다.

드미트리 피아노프 VTB 제1부행장은 "(나폴레옹 군이 패배한) 워털루 전투가 유럽의 운명을 결정한 것처럼, 이번 금리 조정 회의는 2023년 남은 기간은 물론, 내년 금융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큰 폭의 금리 인상 결정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브콤방크 수석 분석가인 미하일 바실리예프는 "인플레이션과 평균 금리에 대한 예측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12월 차기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또다시 0.5%P 더 인상해 연 15.5%로 가져갈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가스프롬방크의 에고르 수신 이사는 1%P 인상을 전망했다.

◇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크리아니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중앙은-우크라 중앙은행 bank.gov.ua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사진출처: bank.gov.ua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6일 기준금리를 20%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지난 8월 25%→22%로 인하한 데 이어 9월에는 20%로, 이번에도 4%P 낮춰 한자리수 금리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시중 상업은행들에게는 대출및 수신 금리를 기존 수준(기준 금리 20%)에서 조정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스트라나.ua는 "중앙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중앙은행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부담을 줄어주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예금을 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관치 금융'이다. 

중앙은행 측은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예금의 이탈을 막고, 그 자금을 국채 매입으로 유도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고 인플레이션과 흐리브냐 환율에 대한 압력을 완화한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사진출처:픽사베이.com

전시 경제 체제에서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지난 2월 퍼스트인베스트뱅크(Первый инвестиционный банк)가, 3월에는 '방크 4분의3'(Банк 3/4)이 중앙은행으로부터 각각 5천만 흐리브냐, 1억4천만 흐리브냐의 긴급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사실상 싼 금리/편집자)로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으로부터 꾼 자금과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합쳐 4,000억 흐리브냐 규모의 국채를 사들였는데, 이미 수익성이 개선됐거나,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20개월이 넘도록 서로 싸우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시 체제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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