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또 '바그너 그룹'? 이번엔 하즈볼라에 방공망 제공설 - 아직도 건재할까?
(분석) 또 '바그너 그룹'? 이번엔 하즈볼라에 방공망 제공설 - 아직도 건재할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04 0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바그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하마스-이스라엘 충돌의 최대 변수로 지목되는 '헤즈볼라'에 러시아제 방공망(SA-22, 즉 판치르)를 제공하는 첩보를 미군 측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튿날(3일) "그런 단체(바그너그룹)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 단체에 관한 (서방 외신) 보도들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낸 '바그너 그룹'을 만들고, 이끌어온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6·24 군사 반란을 일으킨 뒤 벨라루스로 '거처'를 옮기더니, 지난 8월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흐른 지금, '바그너 전사'들은 각자 새 길을 찾아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뿔뿔이 흩어지는 '바그너 전사'들을 원한 곳은, 크렘린(러시아 국방부)을 비롯해 체첸 자치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 수반, 또 다른 민간 용병 기업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격전지 '바흐무트' 등 주요 전장에서 그들의 전투력이 실제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바그너 그룹'의 전직 사령관인 안드레이 트로셰프를 크렘린으로 불러 부대의 재편성을 직접 지시했다. '바그너 그룹'의 전열을 재정비한 뒤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최전선으로 가라는 것이다. 이후 트로셰프와 '바그너 그룹', 러시아 국방부와의 관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에 의해 바그너 그룹 새 지도자로 지목된 트로셰프/사진출처:텔레그램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바그너 그룹'이 '용병 기업체'(우리 식으로는 법인)로서 프리고진의 아들 파벨 프리고진(25)에게 승계됐다는 소식이다.

◇ '바그너 그룹' 승계한 아들 파벨 프리고진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11월 2일)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아들 파벨이 '용병 기업' 자체는 물려받았으나, 아직 어수선한 내부를 제대로 수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 그룹'에 정통한 러시아 언론인 아나스타시아 카쉐바로바(Анастасия Кашеварова)는 "바그너 자체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갔던 전사들은 월급이 줄어들고 별다른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자, 일부는 휴가를 떠났고, 일부는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의 아들 파벨/사진출처:스트라나.ua

동시에 '바그너 그룹의 군지휘관(사령관) 모임'을 주도하던 우트킨 사령관이 프리고진과 함께 사망한 뒤, 그의 후임으로 안톤 옐리자로프(Антон Елизаров, 호출부호 로토스·Лотос)이 나섰으나, 일부 지휘관은 이에 불만을 품고 '바그너 그룹'을 떠났다고 그녀는 밝혔다.

스트라나.ua는 "새 사령관 옐리자로프가 파벨과 함께 러시아 국경수비대 지휘부를 만나 '러시아 근위대' 소속으로 활동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아직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차기 수장(지휘관 모임 대표/편집자)으로 거론한 트로셰프와 파벨과의 관계도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트로셰프가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독자적으로 '바그너 부대'를 재편성해 전쟁에 참여한(혹은 할) 경우, '바그너 그룹'은 크게 둘로 쪼개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짐작된다. 

특히 일부 '바그너 전사'들은 개별 혹은 소그룹으로 러시아 국방부와의 계약을 맺고 해외(시리아)로 떠나거나, 또다른 용병 기업 '레두트'(Редут), '카스카드(Каскад), 퍄트나쉬카(Пятнашка) 등과 같은 러시아군 산하 '용병 부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바그너 그룹'은 사실상 해체된 것(최소한 사분오열·四分五裂)으로 보는 게 맞다.  

주목을 끄는 것은 파벨 주도의 '바그너 그룹'이 새로운 용병 모집에 나섰으며, 러시아 근위대 제136여단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보도다. 새로 용병 모집에 나섰다가 '관료적인 문제'로 11월 15일까지 중단했다는, 다소 상충되는 소식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바그너 전사/사진출처:MSK1.ru

러시아 취업 전문 사이트 59.ru는 지난달(10월) 31일 볼가 연방관구의 페름에서 '바그너 용병' 모집이 재개됐다고 전했다. 페름 지역 '바그너 그룹' 대표자는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국경수비대 관할(국경수비대와 계약)로 들어갔으며, 고(故)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아들 파벨이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용병에게는 파견지에 따라 월 8만~24만 루블을 지급한다고 했다.

◇ 바그너 그룹 흡수에 앞장서는 체첸부대

'바그너 그룹'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다크호스로 등장한 사람은 역시, 카디로프 체첸 수반이다. 그는 프리고진이 격전지 '바흐무트' 점령 후, 러시아 국방부를 압박하기 위해 '바흐무트' 철수를 위협하자. '바그너 전사'들에게 자신의 부대(체첸 부대)로 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프리고진의 사망 후 일부 전사들이 체첸 부대로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카디로프 수반은 지난달 29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170명 이상의 '바그너 전사'들이 체첸 특수 부대 '아흐마트'(Ахмат)에 합류해 최전선에서 전투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너 전사'들은 '아흐마트' 산하의 특수 부대 '카메르톤'(Камертон)에 편성돼 전투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카디로프 수반은 앞서 '셰이크 만수르'(шейх Мансур)의 이름을 딴 새로운 체첸 대대를 창설했다고 밝혔다. '바그너 전사'들을 일부 합류시키기 위한 새 부대의 창설인지,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에 좀 더 기여하기 위한 부대 편성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가 프리고진의 역할을 대신하기로 작정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새 대대 창설에 따른 스캔들도 곧바로 터져나왔다. 새 대대의 지휘관이 지난 2015년 2월 러시아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부총리 살해 사건의 피고인 루슬란 게레메예프라는 것(국가두마·하원의원 아담 델림하노프 주장). 넴초프는 당시 크렘린에서 가까운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다리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의 변호사는 게레메예프를 사건의 주모자라고 주장했다. 게레메예프는 그러나 끝내 출두하지 않았다. 

캡처2-체첸 카디로프 새 대대 창설 Геремеев 텔레그램 @Делимханова
카디로프 수반과 포즈를 취한 게레메예프/사진출처:텔레그램 @Делимханова

더욱이 새 대대 명칭인 '셰이크 만수르'는 체첸 민족의 독립을 위해 제정러시아에 맞서 싸운 전설적인 체첸 지도자다. 그는 1791년 여름, 제정러시아군에 체포돼 종신형을 받고 슐리셀부르크 요새에서 사망했다. 제 2차 체첸전쟁에서 패한 '체첸 반군'들은 또 '셰이크 만수르' 부대를 창설해 지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친러 돈바스 지역 민병대와 맞서 싸우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의 해외 조직은 프리고진의 사망 후에도 건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4세의 젊은 간부(드미트리 시타이)가 두각을 드러내면서, '바그너 그룹'의 아프리카 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고 미 WSJ이 지난 9월 보도했다. 시타이는 아프리카에서 금과 목재, 다이아몬드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원 채굴 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이 친이란 헤즈볼라 측에 러시아산 방공망 장비를 제공했다면, 시리아에 파견된 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은 현지에서 군사 시설 경비및 장비 보호, 주요 인사 경호 등을 '바그너 그룹'에게 맡겼다.  

◇ 외신에서 나오는 상충된 바그너 정보

러시아 내부에서 나오는 '바그너' 정보와는 상충되는 주장이 반정부 매체인 메두자와 영국 정보국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용병 기업 '레두트'(Редут)가 '바그너 그룹'의 대체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주장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정보국은 지난달 21일 '레두트'가 '바그너 그룹'을 대신해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가 동원령의 추가 발령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레두트는 실제로 러시아 국방부 산하의 군정보국(GRU)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도 했다.

반 정부 매체 메두자는 지난달 11일 러시아 정부가 '레두트'를 통해 자원 봉사자(용병)을 모집해 총 수만 명의 병력을 가진 20여개의 개별 무장 조직에 내려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레두트'는 GRU 특수 부대의 일원으로 창설됐으며, GRU의 부국장급인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호출 부호 아무르)가 실질적인 수장이라고 밝혔다. 

2021년 가을 창설된 '레두트'는 특수 군사작전에서 키예프(키이우)와 하르코프(하리키우),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력은 7천 명 이상이라고 한다. .

'레두트'의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는 게 메두자의 주장이다. 스스로 모집한 용병을 GRU 제16 특수부대 여단과 카자크 부대인 '리스탄'(Листань)과 '스키프'(Скиф), 돈바스 지역 자원군 연합(Союза добровольцев Донбасса, 즉 성 게오르기 여단 ·Бригада Святого Георгия), 트로이(Трои)및 베테랑(Ветеранов)과 같은 개별 부대로 넘긴다는 것이다. 용병 모집을 총괄하는 이는 세르게이 드로즈도프(Сергей Дроздов) 대령이라고 했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조직 및 동원국 제 2국장 대행을 역임한 조직 전문가다.

러시아의 여성 용병/사진출처:SNS 오픈 소스

'레두트'는 또 최전선에 파견될 전문 여성 인력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모집 담당자는 "여성 저격수와 여성 드론 전문가를 모집해 분대를 창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용병 그룹은 앞으로 부족한 군병력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정규군의 전투력을 능가할 지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