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의 뒤통수를 때리는 서방 언론들 - NBC 방송 '평화안 도출 협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뒤통수를 때리는 서방 언론들 - NBC 방송 '평화안 도출 협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05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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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유력 언론들이 최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고 있다. 속된 말로 '골을 지른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누구도 우리(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믿지 않는다'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커버 스토리를 시작으로, 대통령과 군사작전 상 이견을 보인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을 다룬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이어, 미 NBC 방송은 3일 "미국과 유럽이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안 도출을 위해 우크라이나측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같은 외신 보도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타임지' 보도에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 알렉세이 다닐로프가 서기(사무총장, 장관급)는 "기사에 언급된 대통령 측근(혹은 대통령실 직원)을 정보국(SBU)가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고도 했다. 

◇ 미 NBC 보도를 직접 부인한 젤렌스키 대통령

이코노미스트지와 NBC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폰데어라이언 EU 집행위원장과 기자회견을 갖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EU 또는 미국 지도자 중 러시아와의 협상과 관련해 압력을 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될 때와 전쟁 전에 (모중의 압력이) 있었을 뿐, 지금은 누구도 나에게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마주 앉아 대화하고, 뭔가를 양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사에 대해서는 "'막다른 골목 앞에 와 있다',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상황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시작되고, (우크라이나가) 곧 패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을 때가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전쟁의 피로도를 이해한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바로 제공권으로,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를 받으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잘루즈니 군총참모장에게 생일선물을 전한 뒤 악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왼쪽의 손뼉 치는 이는 다닐로프 안보회의 서기/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하지만,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이미 장거리 방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F-16 전투기가 전선의 교착 상태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획기적인 것, 예를 들면 중국이 처음 발견한 화약 같은 게 나와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고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국장은 3일 현지 TV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가 서방 국가 지도부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다"며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으며, 전황에 대한 논평은 그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 국제사회에 평화 협상 화두를 던진 NBC 방송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NBC 방송의 '미-유럽의 평화안 논의' 보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부를 떠나,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한 굵직한 화두를 국제사회에 던진 셈이 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러시아의 유튜브 장난 전화에 속아 “유럽 지도자들이 20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쳤다”며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게 문제”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뒤다.

당장,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의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정치적 휴전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평화가 군사적 행동에서만 나올 수 없다는 게 명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NBC 방송 웹페이지 캡처, 미 유럽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상 토픽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썼다/캡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 NBC 방송의 보도는 대략 이렇다.
스트라나.ua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키예프(키이우)와 평화 협상 주제를 조용히 논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부분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전현직 고위 관리들은 NBC 측에 평화 협상에 대한 더욱 긴급한 논의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으며, 내년(2024년) 초에는 급격히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별도의 협상도 열렸다고 했다.

이같은 논의는 '전쟁이 교착상태에 이르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시작됐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키예프는 힘이 부족한 반면, 모스크바는 끝이 없다'는 걸 느끼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전직 고위 관리는 “반격을 재개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고, 협상을 해야 할 때라는 느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하마스-이스라엘 충돌이 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관리들은 우려했다. 

관리들은 또 "나토(NATO)가 우크라이나의 공식 가입 없이도 '안보 보장'을 약속할 수 있다"며 "이 조치가 우크라이나 측에 러시아의 도발 재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우크라 내부의 평화협상 목소리는?

사실 평화 협상의 필요성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나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차기 대선 출마 희망을 피력한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2일 (이코노미스트지에 나온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전선 교착 상태 주장에 공감하면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아레스토비치 전 대통령실 고문/사진출처:페이스북

그의 '휴전 협상'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봄, 러시아와의 협상 중단과 1991년 국경내의 영토 탈환을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 정치인(러시아 이민자 제외)으로는 처음이라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러시아와의 협상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전쟁의 조기 종식을 옹호하는 서방 세력의 입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일 "키예프가 모스크바와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며 "키예프측에 영토 양보를 제안하는 사람들은 '불쾌한 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10월 푸틴 대통령이 재임 중에 러시아와의 협상을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한 상태여서 그 법안을 폐기하지 않는 한 직접 협상은 불가능하다. 푸틴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법안을 공식 폐기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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