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 "아무도 우크라 전쟁 승리를 믿지 않는다" - 타임
독기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 "아무도 우크라 전쟁 승리를 믿지 않는다" - 타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0.31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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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호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집중 조명했다. '아무도 나처럼 우리의 승리를 믿지 않는다. 아무도'라는 제목에서 보듯, 전쟁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견해와 그를 둘러싼 문제들을 다뤘다. 그와 측근들의 발언도 담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30일 '오늘 하루'를 평가하는 마무리 기사에서 '군사 전망'(Военные перспективы) 코너를 통해 타임지 기사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에르마크 대통령실 실장이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타임지 기사를 올렸다가 삭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부정적인 기사 내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무도 승리를 믿지 않는다는 타임지 표지/캡처

타임지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방문 후 '독기가 올랐다'(был "злой" после поездки в США в сентябре). 그는 미국 방문에서 우크라이나의 부패 구조와 맞서 싸워야 하고, 전쟁에 대한 피로도도 서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그의 팀원 중 한 명은 "대통령은 (코미디어 출신 답게) 그동안 낙관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농담으로 전쟁 상황실의 회의 분위기를 띄웠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고 있다"며 "이제 대통령은 들어와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리고 나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직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수단을 주지 않은 서방 동맹국들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그러나 그는 계속 싸울 각오를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승리에 대한 그의 믿음은, 일부 조언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그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휴전 문제는 이젠 대통령 측에서도 금기시되는 주제"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휴전)은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상처를 남겨주는 것"이라며 "아마 우크라이나 안팎의 일부 사람들, 적어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상처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상처가) 곪아 터지는 것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방 동맹국들에게 승리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힘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통령실이 직면한 현안 중의 하나는 (러시아군의 공습에 의한) 겨울철 정전 문제다. 한 소식통은 "올 겨울철에도 (러시아군의 에너지 기반 시설 공습으로)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국민들이 지난해에는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올해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당국을 비판하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타임지는 또 소식통을 인용, "올 겨울에는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의 대대적인 변화와 대통령실의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지부진한 반격 작전의 책임을 묻기 위해 최소한 장관 한 명과 최고위 지휘관이 해임될 것이라고 했다.

스트라나.ua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과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 알렉산드르 타르나브스키 '타브리아' 작전부대장 겸 자포로제(자포리자) 전선 담당 사령관 등 '톱-3' 중에서 경질 인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예르마크 우크라이난 대통령실장이 인터넷에 올려다가 내린 포스팅/출처:스트라나.ua

특히 우크라이나군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 대통령 측근중 한명은 크게 우려했다. 그는 "최전선의 일부 지휘관은 대통령실의 공격 명령까지 거부하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참호에 앉아서 전선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어떤 방법으로든 전선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서방 동맹국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군 내부의 저항에 직면했다"고 인정했다. 

타임지는 구체적인 예로 '고를로프카(Горловкa) 해방작전'을 들었다. 지난 10월 초 '고를로프카 해방 작전'을 명령했지만, 군 내부에서는 "병력도 없고 무기도 없다. 무기는 어디에 있느냐? 포병은 어디에 있느냐? 보충병력은 어디에 있느냐?"는 반문식 답변이 나왔다고 이 주간지는 밝혔다.  

타임지는 "일부 군대에서는 무기와 탄약의 부족보다 인력 부족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한 측근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약속한 모든 무기를 제공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병력이 모자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원령 강화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정부패에 휩쓸린) 모든 지역의 군사위원(우리의 병무청장 격)을 해고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동원은 크게 둔화되었다고 한 고위 군 장교가 타임지에 기고했다. 한 경찰관은 "동원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군사위원인데, 부패한 공무원이라는 딱지를 붙였으니,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타임지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서방 측 추산)로 인해 점점 더 나이 많은 늙은이들이 동원됐다"며 "우크라이나 군인의 평균 연령은 약 43세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스트라나.ua는 "타임지의 기사는 전장의 흐름을 바꾸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에 상당히 비관적"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인식한 서방 동맹국의 분위기 변화(군사 지원 삭감/편집자)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전쟁 수행 방식 뿐만 아니라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접근 방식도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비관적인 진술은 서방 언론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드미트리 쿠하르추크(Дмитрий Кухарчук)  우크라이나군 대대장은 (러시아) 'TV 채널-5'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으로 전쟁에서 패하고 있다"며 "(당국이) 전쟁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국민들을 안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 당국, 일부 인플루언스들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후방에서는 (전쟁이 끝난 것처럼) 너무 느슨하다"고 질타한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물러나면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거의 노숙자 수준이고, 싸우는 법도 몰라서 우크라이나군이 1~2주, 최대 한 달 안에 승리할 것"이라는 주장에서 시작해 '크림반도 점령이 계속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당국의 발표가 국민들을 안일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 약속을 듣고 국민들은 따뜻한 목욕탕에 들어가 "이제 다 끝나구나"라고 안심하기 시작했다는 게 쿠하르추크 대대장의 주장이다.

그는 "반대로 러시아군은 '이 전쟁이 쉽지 않다' '오랫동안 싸워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매일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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