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법률, 검열로도 막을 수 없는 우크라(군)의 몰살, 실책, 오폭들..
어떤 법률, 검열로도 막을 수 없는 우크라(군)의 몰살, 실책, 오폭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06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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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러시아군의 드론·미사일 공격과 우크라이나 피해 현장에 대한 사진·영상이 소셜 미디어(SNS)에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공격과 전과를 보여주는 영상은 많아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군 부대 이동과 방어 진지, 러시아 미사일의 출현 및 방공 작전, 피해 상황 등에 대한 촬영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SNS에는 관련 영상들이 돌아다녔다.

영상이 뚝 끊기는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 5월에 일어났다. 가수 출신의 인기 블로거 인나 보로노바가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맞서는 키예프(키이우)시(市)의 방공망 작동 영상을 실시간으로 올렸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당시 러시아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로 패트리어트 방공망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장면을 SNS에 올린 보로노바 등 블로거 6명이 국가보안국(SBU)에 의해 체포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SNS 영상 통제에 본격 나선 것이다.

SNS 통제의 결정적 계기가 된 지난 5월의 키예프(키이우) 방공망 작동 영상/캡처

지난 8월에는 외신 보도에도 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반격 작전이 2개월여가 지난 시점까지, 당초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는 외신 기사들이 자주 등장하자, 외신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아예 막아버렸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외신 기자들의 취재 범위를 빨강, 노랑, 초록 등 3개 구역 등으로 나눠, 전황 홍보의 효과(프로파간다)를 극대화했으나, 반격작전 실패로 그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기자들의 전선 접근 자체를 제한했다고 외신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러시아에도 비슷한 법률이 있다. 지난해 2월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와 함께 전시 검열법을 발동해 언로(言路)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반대 시위및 의견 표명,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 및 비하 행위 등에 대해 최소한 벌금형이 부과된다. 예컨대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평화에 기회를 달라'는 포스터를 붙이거나, SNS를 통해 반전 활동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전파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말, 모스크바 도심 빌딩을 때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당시 영상. 시민들의 놀라는 목소리와 대피하는 혼란스런 장면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영상 캡처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공격과 피해 상황에 대한 '팩트'(사실)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고 해서 아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러시아 의회도 우크라이나처럼 무분별한 전쟁 피해 사진및 영상의 게재 금지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언로 통제의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 발표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될 정도다. '법률과 통제로도 우크라이나 자체의 모든 문제들을 덮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서방 유력 언론들의 '팩트' 체크(확인)도 많아졌다. 

예를 들면, 지난 8월 19일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고프(체르니히우) 도심에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사상자(7명 사망, 129명 부상)가 대거 발생했다.

서방 외신(국내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측 발표를 인용, 민간인을 공격한 전쟁 범죄라고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일이 정교회 기념일 행사가 진행 중이던 시내 중심가에 떨어졌다"며 보복을 다짐했고, 데니스 브라운 유엔 인도주의조정관도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종교 기념일을 맞아 모여든 대도시의 중앙 광장을 공격한 것은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체르니고프 드라마 극장/텔레그램 캡처

하지만, 러시아군 미사일의 타격 목표였던 드라마극장에서는 당시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와 드론 공급 후원자, 드론 훈련 군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드론 전시및 시연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현지 언론에 의해 밝혀졌다. 행사도 (러시아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보안 상의 이유로 몇 시간 전에 공개됐다. 러시아 측은 이 행사를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활동으로 판단해 공격을 가한 것이다.

지난 9월 6일에는 도네츠크주(州) 콘스탄티노프카의 시장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민간인 수십 명이 사상(15명 사망, 30명이상 부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공격의 배후가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비난했고 서방 외신들도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미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언론은 사건 발생 열흘 쯤 지난 뒤인 18일 미사일 파편과 위성 영상, 목격자 진술 및 SNS 게시물 등으로 '팩트 체크'한 결과, 러시아 '부크' 미사일 요격을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 방공미사일이 오작동(?)으로 현장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정밀 조사를 통해 사건 진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사한 실책이 지난 3일 자포로제주(州) 최전선 마을인 자레츠노예(Заречное)에서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제128 돌격여단 장병들과 지역 주민들이 어울린 한 행사장에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도 다수 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28 돌격여단 장병들이 모인 곳이어서 그런지, 국내 언론은 조용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초래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 128 돌격여단/사진출처:스트라나.ru mukachevo.net에서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5일 "(제 128 돌격여단으로) 공식 확인된 이 사건의 반향이 주목할 만하다"며 "우크라이나군이 그동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피해) 부대를 확인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피해) 부대가 공개된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지난해 5월의 '데스나' 훈련소와 '카나토보 군비행장' 타격 사건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는 공격당한 부대에 관한 정보가 SNS에 올라와도 일체 공식 확인이 없었다고 했다.

주목할 것은 이 사건이 SNS로 알려진 뒤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직접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스트라나.ua는 "이같은 경우는 없었다"며 "정치 권력(대통령)과 군부 간의 갈등에 관한 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이 사건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은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아니라, 국방장관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고 했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이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져야 한다.

최고라다(의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마리야나 베주글라야(Марьяна Безуглая) 의원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얼빠진 지휘관이) 최전선의 보안 규칙을 위반하는 자리를 만들어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군인과 자원 봉사자, 장비를 한 곳에 모으는 행사(체르니고프 드론 시연 행사/주)와 같은 소련식 (보여주기) 행사는 전투지역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가 '무의미한 비극(죽음)'이라고 부른 3일 행사는 현장 지휘관이 민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대원을 포상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소위 '높은 사람'이 온다는 이유로 부대원과 민간인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돌격여단 행사 폭격 장면(위)와 드론으로 확인한 위치/러시아군 공개 영상 캡처

적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해온 러시아군은 드론을 통해 군인들이 모여드는 상황을 파악한 뒤 곧바로 '이스칸데르-M' 미사일로 현장을 폭격했다. 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현장에 모인 제 128 돌격 여단 장병 20명 등 수십명이 폭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 128 돌격 여단 본부가 있는 자카르팟스카야주는 6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앞으로 며칠간 어떠한 연예행사나 콘서트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베주글라야 의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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