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머스크 CEO의 훈수 - 진짜 러시아편이냐, 평화주의자냐? 헷갈리는 언행들
또 머스크 CEO의 훈수 - 진짜 러시아편이냐, 평화주의자냐? 헷갈리는 언행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13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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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 죽일 거냐, 이제 그만해라"
지난해 어느 순간 반(反)우크라이나 성향을 드러낸 일론 머스크 태슬라 CEO가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일론 머스크 태슬라 CEO/사진출처:X(옛 트위트)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10일 인공지능(AI) 과학자인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나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더이상 국민들을 전쟁터에서 죽이지 말고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모스크바와 키예프(키이우) 간에 협상 시작이 필요한 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꽃 같은'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을 더이상 참호에서 죽어가게 만들지 말라고 충고한다"며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하든 안 하든,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황은 지금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계속하면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며 "역사도 이를 호의적으로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의 반격 중단 충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누구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믿지 않는다'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 지난달 말에도 그는 "'청춘의 꽃'들이 아무 이유 없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에 대해 "전쟁터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 편안하게 앉아 다른 사람들의 운명(협상 혹은 항복)을 입에 올리는 민주국가 시민(머스크)"을 지목해 "그는 러시아가 계속 범죄를 저지르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글로벌 규칙을 파괴하도록 계속 두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 머스크 종전안

머스크 CEO는 원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지지를 받은 '셀럽'(유명 인사)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그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했다. 러시아군의 통신망 차단으로 우왕좌왕하던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를 통해 군내 통신망을 확보하고, 러시아군의 진격을 효율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측에 제공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단말기/사진출처:위키피디아

그가 우크라이나 측과 척을 지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온라인 찬반 조사에 붙이면서다. 크림반도를 (원래 주인인) 러시아에 넘겨주고,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에서 주민투표를 재실시하자는 게 그의 방안. 

그 과정은 이랬다. 머스크 CEO는 ①유엔 감시하에 자포로제(자포리자) 등 러시아 점령 4개 지역에 대한 러시아 합병 찬반 투표 재실시 ②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 영유권 인정 ③크림반도에 물(상수도) 공급 ④우크라이나 중립국화 등 4개 항에 대한 트위트(현 X, 온라인)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그 결과, 찬성 40.9%, 반대 59.1%(275만 명 투표).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0월에 트윗에 올린 종전안 설문 조사/캡처

실망한 그는 다시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과 크림반도의 운명을 주민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찬성 59.3% 반대 40,7%(243만 명 투표)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는 이같은 방식으로 전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것인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인구가 3배 이상 많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최종 승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크림반도가 위험에 처하면 러시아가 전쟁 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며, 가능성은 낮지만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의 주장 대로라면 2014년 '유로 마이단'(우크라이나의 친러 정부 반대 시위)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유혈 사태 이후, 러시아계 주민이 장악해온 지역(돈바스와 크림반도)는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더라도 러시아로 넘어갈 게 분명하다. 당연히 친우크라이나 세력(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이에 머스크 CEO는 트윗을 통해 "지금까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8,000만 달러(약 1,150억 원)를 지원했으나, 러시아 지원은 제로(0) 달러"라며 "나는 분명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크라이나의 열렬한 팬이지, 제 3차 세계대전을 원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평화주의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직접 대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중 누구를 선호하는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인터넷에 올렸다. 양측의 감정이 곱지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 머스크 CEO는 친러시아인가?

이후 머스크 CEO는 꾸준히 '전쟁 중단'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 목소리는 현실적으로 친러시아 성향으로 들렸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과 곧바로 논쟁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머스크 CEO는 자신의 종전안을 트위트에 올린 지 몇일 후 또다시 '2012년 우크라이나 총선 지도'를 게시하며 "친러시아 정당에 투표한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러시아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이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2019년 총선(돈바스 지역 제외)에서 집권여당 '인민의 종'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둔 도표를 제시하면서 "헤르손과 자포로제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에 어떻게 투표했는지 주목하라"고 반박했다.

머스크 CEO도 한 발자국 물러섰다. 자신의 첫 종전안에 대한 반대가 많은 것(반대 59.1%)을 인정한 듯이 "헤르손과 자포로제는 러시아에 합류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이 지역은 크림반도로 가는 육로와 물 공급에 필요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크림반도는 1783년 이래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일부(흐루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 제 1서기의 우크라이나 양도 이전)였고, 크림반도로의 물 공급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는 중립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머스크 CEO의 평전을 쓴 월터 아이작슨이 지난 9월 그가 크림반도에서 '스타링크' 작동을 일시 차단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쓴 게 발단이 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이작슨은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작동 중인 '스타링크'가 크림반도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함대에 '수상 드론' 공격을 가하기 위해 '스타링크' 측에 크림반도까지 작동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머스크는 "큰 전쟁(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요청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수상드론의 러시아 흑해함대 공격 영상/캡처

하지만 머스크 CEO의 발언과 행동들은 러시아 국영 TV 여성 앵커가 '친러시아적인 것'으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국영 TV 앵커 올가 스카베예바는 지난 달 3일 "머스크는 진짜 우리 에이전트" 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영국 타블로이드 데일리 익스프레스 보도). 그녀는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를 크림반도 공격에 이용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또 지난 9월 미국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무려 1,000억 달러를 지원했다는 보도에 '바보같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직후인 10월 1일 X(옛 트위터) 계정에 "5분이 지났는데도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을 때"라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올렸다.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올 정도로 힘겹게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얼굴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단 5분을 참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끊임없이 지원을 요청한다고 비꼰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전쟁 피로'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왔다. 

머스크바 X에 올린 젤렌스키 대통령 '밈'/캡처

우크라이나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영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같은 사진에 머스크의 얼굴을 넣어 "5분이 지났는데도 러시아의 선전을 퍼뜨리지 않았을 때"라고 응수했다.

그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깐' 것은 또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캐나다 의회 연설에 우크라이나계 전직 나치 SS대원을 초청한 것이 알려졌을 때다.

캐나다 의회에서 훈카 할아버지(아래 사진)를 향해 주먹 인사를 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그는 "초청된 98세의 야로슬라프 훈카에 대한 러시아의 지적은 가짜뉴스가 아닐 것 같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훈카는 캐나다 의회에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해 투쟁한 투사'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1943~45년 나치 제 14 SS자원군 여단인 '갈리시아'에서 복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를 초청한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은 이를 사과한 뒤 스스로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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