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러시아 드론 공격 - 탄소섬유로 만든 '검은 드론'이 주말 새벽 키예프를 덮쳤다
진화하는 러시아 드론 공격 - 탄소섬유로 만든 '검은 드론'이 주말 새벽 키예프를 덮쳤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1.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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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가 25일 새벽(현지 시간) 또다시 러시아군의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았다. 지난 11일에 이어 2주 만이다. 이날 키예프 드론 공격은 개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했다. 공습 경보도 키예프에 6시간 이상 지속됐다. 키예프 인근에서 최소 5명이 다치고 건물 200여 채가 정전되는 등 피해도 적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세르게이 푸르사는 페이스북에 "오늘 밤 우리는 '겨울철의 서곡'을 들은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군 드론을 겨냥한 키예프의 방공작업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발사한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라며, 날아온 70여대의 드론 가운데 대부분(나중에 공군측은 75대중 71대)이 격추됐다고 주장했으나, 조금 다른 시각도 현지 언론에서는 보인다. 러시아 드론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 특히 탄소섬유로 만든 검은 색 '게란-2'(Герань-2) 드론(샤헤드 개량형)이 이날 처음으로 실전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가 처음으로 탄소섬유로 만든 검은 드론 '제란-2'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고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이 25일 밝혔다. 

러시아가 새로 실전에 사용하기 시작한 검은 드론 '게란-2'의 잔해/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군의 기동식 방공 부대 모습/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그는 "가미카제 드론 '게란-2'에는 레이더 신호를 흡수하는 탄소섬유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검은 색으로 만든 것은 우크라이나 '이동식 방공 부대'의 목표물 탐지를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측은 이날 키예프로 향하는 러시아 드론 중 약 40%(약 28대)가 중기관총과 휴대용 대공 미사일(MANPADS), 대공포 등을 갖춘 '이동식 방공 부대'에 의해 파괴됐다고 발표했는데, 검은 색은 어둠 속에서 드론 겨냥을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그나트 대변인은 "레이더 신호를 흡수하는 재료인 탄소와 검정 색상을 사용한 이유는, '이동식 방공 부대'의 표적 겨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터키(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Bayraktars)-2' 드론의 위력을 실감한 러시아는 새로운 드론 개발및 개량 작업은 계속해 왔는데, 최근(10월 말)에는 신형 장거리 드론 '이탈마스'(Италмас)을 선보였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드론의 엔진음은 잔디 깎는 기계 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 가스로 작동하며 탑재한 탄두가 더 크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고 최대 200km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갑차량 위에서 폭발하는 '란셋 드론' 개량형/사진출처:텔레그램 @Sitrep_links_in_eng

공중에서 폭발하는 개량형 '란셋' 드론(러시아어로는 '란체트'·Ланцет)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했다고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이 란셋 드론은 공중에서 폭발한 뒤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와 같은 장갑 차량의 보호 장치를 피해 목표물을 향해 충격을 가한다고 한다. 

반면, 개전 초기에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던 '바이락타르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의 쓸모가 없어졌다고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의 블라디미르 발류흐 대령이 지난달 말 프라하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공 방어망이 확충되면서 "바이락타르 드론의 경우, '쓸모없게 됐다'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매년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정한 '홀로도모르의 날'이었다. 우크라이나어로 '기근을 통한 대량 학살'을 의미하는 홀로도모르는 1932∼1933년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뿐만 아니라 종자까지 징발하는 바람에, 많게는 1천만명이 굶어 숨진 대기근 사건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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