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5차례 대선 출마 선언 방식이 각각 다른 이유 - 이번엔 'V' 활용
푸틴, 5차례 대선 출마 선언 방식이 각각 다른 이유 - 이번엔 'V' 활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09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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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5번째 대권 도전 선언이다.
 
크렘린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영웅'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가진 비공식 대화 자리에서 "내년 3월 17일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스파르타 대대'의 지휘관(대대장)인 아르툠 조가 중령이 대선 출마 요청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조가 스파르타 대대장과 대화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사실,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는 놀랄만한 일이 절대로 아니다. 언론계 용어로는 '기사가 안된다'. 또, 불가항력적인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그의 임기(6년)는 2030년으로 연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ВЦИО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8%를 넘겼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15~17일 사흘간 치러진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실시 계획을 의회(상원)에 보고하고, 상원이 이를 승인했다. 대선 로고는 'Z'와 함께 특수 군사작전의 로고인 라틴 문자 'V'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V와 Z 기호 사용을 금한다.

러시아 2024 대선 일정 확정, 로고는 'V'다

푸틴 대통령의 대선 도전 선언은 이번이 다섯번째로, 모두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러시아 경제 유력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999년 8월 9일 TV로 생중계된 대(對) 국민 연설에서 차기 대선을 언급하면서 푸틴 당시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러시아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고, 이후 그를 총리로 임명했다.

그해 12월 31일 옐친 대통령이 전격 사임하면서 '권좌'를 이어받은 푸틴 당시 대통령 직무대행은 2000년 1월 13일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당신들의 겸손한 하인(우크라이나식 표현으로는 '인민의 종')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단체가 모스크바에 창설됐다”며 “여기서 발표할 생각이 없었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만들어졌으니, 다가오는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린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겐나디 주가노프 당시 공산당 후보와 접전을 전망하면서 '결과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뚜껑을 열자, 푸틴 대통령은 52.9%의 득표율 (약 3,975만 명)을 얻어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3월 26일 결과 발표). 투표율은 68.7%.

푸틴 대통령은 2003년 12월 18일 연례적인 '국민과의 대화' 자리를 빌어 두 번째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크라스노다르주(州)의 한 주민으로부터 대선 출마 질문을 받고 “공식 대선 캠페인이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며칠 안에 출마를 발표할 계획이었다"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04년 3월 14일 71.31%의 득표율(약 4,950만명)을 기록했다. 투표율은 64.38%.

푸틴 대통령의 2021년 기자회견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대통령의 연임 불가 헌법 규정에 걸려 '대권 도전'을 한 차례 쉰 푸틴은 2011년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로부터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은 그해 9월 24일 집권여당인 '통합 러시아' 당대회에서 푸틴을 대통령 후보로 제안했고, 2개월 뒤인 11월 27일 당대회에서 집권여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푸틴은 수락 연설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제 우리의 임무는 이러한 기반 위에 강하고 부유하며 번영하는 러시아, 21세기 러시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출사표를 냈다. 

뒤늦게 알려지기로는, 당대회의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이라고 쓰인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방식이었다. 반대할 경우, 넣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참석 대의원 614명 전원이 투표용지를 함에 넣었다.(만장일치 선출)

2012년 3월 4일, 푸틴은 63.6%의 득표율(4,560만명)로 무난히 크렘린으로 귀환했다. 투표율 65.34%.

크렘린/현지 매체 rbc 영상 캡처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6일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있는 '고르키' 자동차 공장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생산 현장의 감독인 아르템 바라노프가 그에게 대선 출마를 요청하고, 대통령이 이에 답변하는 형식을 빌었다. 그는 “사실 대선 출마를 이보다 더 나은 장소와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여러분의 지지에 따라 출마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3월 18일, 푸틴 대통령은 76.69%(약 5,640만명)을 득표했다. 투표율은 67.54%.

특수 군사작전의 공적으로 '금성훈장'을 받은 영웅들과 기념사진/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의 이날 출마 선언이 "사전에 계획된 게 아니냐"는 언론의 질문에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즉흥적으로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의 출마 선언에서 확인되듯이 이를 믿는 바보는 없다.

특히 출마를 요청한 조가 중령의 경력을 뜯어보면 더욱 그렇다. 그가 이끄는 스파르타 대대는 2014년 DPR에서 창설된 부대로,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는 또 집권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소속으로 DPR 인민위원회(의회) 의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지렛대로 삼아 대선 출마의 정당성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조가 대대장은 "대통령의 행동과 결정 덕분에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자유와 선택의 권리를 얻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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