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각 세우는 잘루즈니 총참모장, 기자회견 선 넘어? - 내용 요약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각 세우는 잘루즈니 총참모장, 기자회견 선 넘어? - 내용 요약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27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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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선을 넘은 것 같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현장에서 진두 지휘하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26일 전황 브리핑을 갖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등 기존 정치 권력(대통령실과 국가 국방안보회의, 집권여당 등/편집자)과 또다시 각을 세웠다.

26일 전황 브리핑을 하는 잘루즈니 우크라군 총참모장/영상 캡처

그는 '군부가 45만~50만명의 추가 동원을 요구했으나, 두가지 이유로 거절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겨냥, "각 전선에서 병력 보충의 필요성은 반드시 존재하고, 그 규모도 대충 나와 있으나, 이를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은 군부가 아니라 국방부와 내각"이라며 "군은 실무적으로 조언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동원및 동원에 관한 법률 개정 여부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동원대상자인 60세 이하 남성들에게는 최대 이슈다. 사회적으로 폭발 잠재력이 높은 '시한 폭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을 중심으로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브리핑 내용을 요약한다. 

◇ 45만~50만명 동원 요청

"우크라이나군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군에 합류해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일이다. 누가 어떤 역할을 받고, 누가 징집될 것인지는 나의 능력 밖이다. 결정권은 중앙 정부에 있다. (대통령에게) 병력 동원을 요청하는 것은 우리(군)에게 '이니셔티브'(주도권)가 있는 게 아니고, 내각과 국방부에 있다".

"(오늘 최고라다(의회)에 제출된 동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겨 있는) 최전선 복무 6개월 후 의무적인 후방 배치는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전선의 상황은 적(러시아군)의 행동에 달려 있다. 6개월, 5개월, 3개월이 될 지 예측할 수 없다. 물론, 병사들도 휴식이 필요하므로 휘하 지휘관들에게 부대 순환 배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라고 요구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를 입법화하고,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3년 복무 후 동원해제(혹은 제대)하는 의무 조항도, 전선의 상황이 나빠지지 않고, 충분한 증원 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제대한 뒤) 누가 그들을 대신할 것인가? 나는 지금 우리 군인들이 극도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전선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언론과 침착하게 소통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입대하기를 바란다.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얼마나 더 오랫동안 싸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3년후 제대 조항은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장애인 동원 기준에 대해서도) 장애 등급 2그룹, 3그룹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장애가 병역 적합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군 의료 위원회가 병역 적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군 복무에 적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부류만 규정하고, '제한적으로 적합함'과 같은 모호한 개념을 없애야 한다. 신체적으로 싸울 수 있는 인원의 보충을 원하지만, 이는 군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50만 명 동원이 군부가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이를 부인한 것"이라며 "새 동원법에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군 업무에 미숙한) 슈미갈 총리와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될 것"이라며 지적했다. 이 매체는 "집권여당 '인민의 종'이 군 사령부와 총사령관(총참모장)에게 이 문서(새 법안)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물을 계획이 있었다면, 그건 실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아가 "'인민의 종'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법안이 크게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군의 입법 요구권

"우크라이나 군대나 군총참모장은 입법 발의권과 같은 기능이 없기 때문에 내각에 어떤 법안도 요청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모든 요청 사항은 제출해야 한다. 참모부 대표자들이 (법안 마련의) 실무그룹속에 포함돼 있지만, 주로 군사 지휘 및 전투 작전에 직접 활용되는 메커니즘에 위반되지 않았는지 모니터링하고, 군 지휘부의 활동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에는 반대해 채택되지 않았다. 실무 그룹은 국방부와 협력했으며, 내가 이해한 바로는 국방부가 입법 계획(새 법률안)을 내각에 직접 제출했을 것이다." 

◇ 마리인카 함락및 아브데예프카(아우디우카) 운명 

"(지난 5월 러시아군의 손에 떨어진) '바흐무트 시나리오'가 아브데예프카(아우디우카)에서도 2, 3개월 내에 반복될 수 있다. 모든 영토는 우리(우크라이나)에게 소중하다. 힘이 닿는 만큼 방어할 수 있다. 그러나 군 병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국민(병사)을 구하고 승리할 것이다. 특정 지역의 함락 여부를 놓고 '쇼나 애도' (행사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군사 작전에는 그 나름의 원칙이 있는데, 정치인(의원)들이나 언론이 좋아하는지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적도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폐허가 되다시피한 마리인카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rbc에 따르면 아브데예프카는 도네츠크주(州)의 주도 도네츠크(市) 북서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는 군사적 요새 도시다. 전쟁 전만 해도 31만7천 여명의 인구가 사는 도네츠크시 수도권의 큰 도시였으나, 지난 3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러시아군은 '제 2의 바흐무트'로 알려진 이 곳을 점령하기 위해 몇개월째 공세를 가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작전상 후퇴를 건의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면서 그러나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방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은 아브데예프카 철수 등 큰 병력 손실을 입지 않은 채 방어에 유리한 곳으로 철수하는 통합 전술을 원한다"며 군사 분석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의 올바른 군사 전략은 아브데예프카와 오스콜강 왼쪽 기슭 지역(쿠퍈스크와 보로바야)과 같이 방어에 불리한 곳에서의 통제된 후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군도 지난해 9월 같은 이유로 헤르손에서 드네프르 강을 건너 동쪽으로 후퇴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방어군 측이 함락을 부인했던 마리인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대가 도시 서쪽 외곽에서 철수했다. 현재 도시 북부 외곽에서 방어선을 준비했다. 이 정착지(마리인카)는 더 이상 우리 손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스트라나.ua는 "마리인카 전황은 우크라이나군 참모부의 이날 아침 보고서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푸틴 대통령에게 마리인카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보고했으나, 우크라이 방어군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잘루즈니 우크라군 총참모장/사진출처:대통령실

◇ 새해 군사전략

"내년에는 군사 전략 측면에서 올해와 달라야 하고, 달라져야 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행동할 계획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작전상) 문제를 발견했고 그 해결책의 90%를 어딘가에서 찾아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방 파트너들도 우리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러시아군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히면,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수이자 착각이었다. 통상 적에게 가한 손실 규모로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거의 모든 국가를 그렇게 막을 수 있지만 러시아는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이게 자국민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태도다. 이제는 러시아가 어느 정도 손실을 입어야 공격을 중단할 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러시아가 군사 작전을 포기하는 순간까지, 적에게 병력 손실을 입히는 것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스트라나.ua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이미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며 "러시아는 전쟁에서 15만 명의 병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참모부는 현재까지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이 354,95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페북 @GeneralStaff.ua

"서방이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서방 파트너가 우리와 가까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방 파트너에 의존하지 않는 것들은 국방부에 요청한 상태이며,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군은 그 수치를 구체화하지 않았다. 군은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그에 따른 탄약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 내각이나 의회에 요청하지 않고, 군에게 주어진 권한, 기능의 틀 내에서 이뤄진다. 지원 요청 병력에 대한 수치는 현 상황과 새로운 부대 편성, 내년에 겪게 될 손실 예측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를 말할 수 없으며, 이 부분과 관련된 수치는 무엇이든지 공개할 수 없다. 이는 군사기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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