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휴전 이중 태도' 지적한 NYT 기자가 크렘린 요원? 우크라 비난 왜?
푸틴 대통령의 '휴전 이중 태도' 지적한 NYT 기자가 크렘린 요원? 우크라 비난 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12.2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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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하면 언론 탓을 하는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현재 그렇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10월 '아무도 우크라 전쟁 승리를 믿지 않는다'는 기사를 쓴 사이먼 슈스테르(Simon Schuster) 미 시사 주간지 '타임' 기자의 신상을 공개하며 비난하더니,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 측에 조용히 휴전 신호를 보낸다'는 지난 23일자 기사를 쓴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국내 언론들이 협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그 기사다.

푸틴 대통령이 조용하게 휴전 신호를 보낸다는 NYT 기사 웹페이지/캡처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렘린 위에서 폭발하는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국방안보회의(서기 다닐로프)의 허위정보 대응 센터는 26일 '휴전 신호' 기사를 쓴 NYT 기자들은 러시아 크렘린을 위해 일하는 요원들이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이 센터는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을 막기 위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이같이 직격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NYT 기사는 개념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부인했었다.

러-우크라 간 접촉의 전후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내 언론들이 푸틴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에 초첨을 맞추는 사이, 크렘린은 '맥'을 잘못 짚은 기사'로, 우크라이나는 '크렘린의 바람대로 쓴 기사'라고 비판한 셈이다. 도대체 NYT는 이 시점에 왜, 누구를 위해 썼을까? NYT는 크렘린과 가까운 러시아 전직 고위 관리들과 (러시아측과 접촉한) 미국, 국제기관 관리들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관심을 끄는 것은 NYT 기자들이 크렘린에 이용됐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비판이다. “이 기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스크바는 그동안 러시아에서 근무한 미국 언론인들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추가 군사 지원을 막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푸틴 대통령에게 넘겨줄 의향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구도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 측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기자는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기자 3명중 안톤 트로야노프스키 모스크바 지국장이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5살 때 독일로, 그후 미국으로 이민간 미국인이다. 언론계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받은 유능한 기자이기도 하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훈장을 안겨준 작년 5월 타임지 표지(왼쪽)과 비난이 쏟아진 지난 10월 타임지. 두 기사를 모두 사이먼 슈스테르 기자가 작성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앞서 타임지 기사를 쓴 사이먼 슈스테르는 지난해 5월 표지 기사 하나로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불편한 진실(?)을 지적했다가 졸지에 여기저기서 '공적'의 대상이 됐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타임지 기사는 쓴 슈스테르 기자의 주관적인 관점에 불과하다"며 "익명의 출처를 믿을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나아가 "대통령실을 대신해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 것은, 여기 저기의 익명 소식통들이 특정 (고급) 정보에 접근하지도 못하면서, 그 근처에서 몸집(영향력)을 늘리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라며 기사의 신뢰도를 깎아 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그만큼 아픈 기사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NYT 기사는 누구에게 제일 아픈 기사였을까? 우크라이나 측의 반응만 보면, 푸틴 대통령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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