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엔) 방공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 러시아는 그걸 노렸다!
2024년엔) 방공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 러시아는 그걸 노렸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13 0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로 날아오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러시아의 각종 미사일과 자폭용 드론을 막기 위한 우크라이나 방공군의 노력은 눈물겹다.

러시아는 지난 12월 29일, 1월 2일, 8일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단행했다. 3~5일 간격을 두고 공격이 이뤄진 것은, 타격 목표 선정과 상대의 방공망 확인, 미사일의 유도 좌표및 궤도 설정 등 발사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어하는 입장(우크라이나)에서는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쳤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군 방공 시스템/사진출처:우크라 공군

다음 공격이 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지만, 러시아군의 공습 준비에는 적어도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우크라이나 측은 보고 있다. 문제는 타격 시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고민은 러시아 미사일·드론을 요격할 방공 미사일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우크라 추가 군사 지원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몽니'에 막혀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추가 공습은 우크라이나 목표물의 파괴나 손상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다. 

◇ 우크라, 방공 미사일 부족 시인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지난 9일 러시아군의 세 차례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데, 너무 많은 방공 미사일을 소비했다"며 "솔직히 대공 방어 미사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의회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결정이 내려지지 전까지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제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미 뉴욕 타임스(NYT)의 전날 기사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그는 "대공 미사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며 "서방 언론(NYT)에서 '우려의 기사'가 나오는 이유"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또 "서방 파트너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사진출처:armyinform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부족은 12월 29일, 1월 2일의 두 차례 공격과는 달리, 마지막 세번째 공습(1월 8일)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러시아 미사일의 요격율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이그나트 대변인은 지난 8일 언론에 "오늘 세 번째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며 "51개의 미사일 중 18개만 격추했다"고 말했다. 주로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에서 발사된 순항 미사일 격추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순항미사일이 격추하기가 쉽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로 날아간 러시아의 S-300/S-400 지대공 미사일 7기,  Kh-22(러시아어로는 X-22) 순항미사일 8기, 이스칸데르M 순항미사일 6기, Kh-31P 공대지 미사일 2기,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4기 등을 격추하기 못했다고 그는 밝혔다. 

◇ 러시아 킨잘, 미국 패트리어트 대결

관심을 끄는 것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간의 '창과 방패' 대결이다.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킨잘'은 격추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킨잘과 패트리어트 대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이그나트 대변인)로는 1월 7일 기준, 러시아가 쏜 킨잘 미사일 63발 중 25발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 단순 계산으로 요격률 40%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미 패트리어트 미사일/캡처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은 '통계의 오류'다. 킨잘 요격률이 장소와 시간에 따라 100%에서 제로(0)를 오가는데, 평균값이 40%다. 
킨잘이 처음 격추된 것은, 키예프(키이우)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방공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난해(2023년) 5월 4일이다. 이날 킨잘 6발을 모두 격추시켰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지난 2일 "우크라이나 공군은 패트리어트 AD 시스템으로 (Kh-47M2) 킨잘 미사일 10발 중 10발을 모두 격추했다"며 "이는 기록"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킨잘이 목표물에 명중했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이그나트 대변인이 인정한 것처럼 지난 8일 (세 차례 중 마지막) 대규모 공습을 받았을 때, '킨잘' 미사일 한 발도 격추하지 못했다.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의 부족으로, 이전(12월 29일, 1월 2일)처럼 킨잘 요격에 집중하지 못했거나,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아예 배치되지 않는 지역으로 날아왔을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기본적으로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대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는데 유리하도록 배치돼 있다. 한정된 전력으로 방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도시나 주거용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방어망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뜻이다. 

지난 2일만 해도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가장 많은 '킨잘' 미사일(10발)이 날아왔으나, 모두 격추했다고 큰소리친 우크라이나군이었다. 이그나트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방공군이 샤헤드 드론 35기를 모두 격추했고,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 99기 중 72기를 떨어뜨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이날 (러시아군 미사일 요격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많이 쓴 탓에, 이어진 8일 공격에서 대책없이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측 입장에서는 앞선 두 차례 공습에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힘을 거의 뺀 뒤, 세번째 공격에서 타격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도 있다.

◇ 더욱 정교해진 러시아 공습 전략

2022년과는 달리 연말 연시에 양측간 공방전이 벌어진 것은 상호 보복전 성격이 짙다.
스트라나.ua는 지난 5일 러시아군의 두 차례 대규모 공습을 평가하는 기사에서 "러시아측과 주고받은 공방전은 상호 보복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페오도시아항 공격→러시아의 첫 번째 대규모 공습(12월 29일) →우크라이나의 벨고로드 타격(12월 30일)→러시아의 키예프·하르코프 공습(1월 2일)→우크라이나의 벨고로드·크림반도 타격→러시아의 세번째 공습(1월 8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가 주목한 것은 러시아군의 보복 공습 대상이 과거와 달랐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완전히 고갈시켜 하늘길을 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사일 공격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대규모 폭격을 당행하기 위해서는 폭격기 기동에 안전한 하늘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체적으로 군사 장비 생산을 확대하려는 키예프의 방어적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방산업체와 관련 시설, 보관 창고 등을 주 타격 목표로 삼았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1월 2일 러시아군의 키예프 대규모 공습 결과/캡처

우크라이나의 대응 전략은 '방어 기조속 기습 타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과 그의 부관 미하일 자브로스키 장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러시아군이 후퇴하던) 2022년 9월 초 러시아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포인트를 제시했다. 

◇우크라군의 대응 전략

먼저, 크림반도 공격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6월 반격 작전에서 '남부전선'(자포로제·자포리자 지역으로 남진)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까지 크림반도·흑해함대 공격에 집중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단발성 미사일·드론 공격만으로는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제시한 공격)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 핵심 포인트는 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한 러시아 본토 공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애써 무관심한 러시아 국민에게 '전쟁'을 실감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들은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지역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체첸 전쟁'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다. 저 멀리 떨어진 어느 한 켠에서 러시아군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식이다. 실제로 크렘린이 노리는 효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쏜 미사일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본토 깊숙한 곳으로 지속적으로 날아온다면, 러시아인들의 생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이 노리는 심리전이다. 그가 미국 측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제공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본토 깊숙이 침투하는 드론 공격이 어떤 경우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러시아 군사전력에 안겨주는 피해는 너무 미미하다. 

이 전략 역시,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에이태큼스 미사일 제공에 동의하면서도 사정거리를 165㎞로 제한하기로 했다. 영국과 프랑스은 장거리 미사일(스톰 섀도)을 제공했지만, 수량이 제한적이고, 독일은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러시아군의 S300 방공미사일 시스템/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군이 검토하는 '제 3의 방안'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지상 발사대를 파괴하는 것이다. 사정거리가 제한된 서방제 첨단 미사일과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하는 소련제 미사일을 총동원해 벨고로드 등 접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미사일 발사대를 일단 무력화하면, 러시아군의 우크라 타격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그나트 대변인은 11일 하르코프(하르키우)를 공격하는 (벨고로드 지역의) S-300 미사일 발사대를 우선 파괴하자고 제안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이 이날 느닷없이 '핵무기 사용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미사일(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 영토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모스크바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핵 교리 19조 d항에 따르면 상대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험에 처했을 때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 후방의 상황을 심각하게 만드는 '장거리 미사일'을 대량 확보한다면, 앞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군 기지, 군 지휘소 및 무기·탄약 창고를 기습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으로 전선으로 무기를 보내는 주요 방산업체, 에너지 관련 기업및 시설, 사회 인프라 시설 등을 파괴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단행하는 대규모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인데, 서방의 지원이 부족하니, 앞으로도 역부족이라고 전망할 수 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