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서 열린 우크라 주도의 '평화공식 회담', 흐지부지.. 이번이 마지막?
'다보스 포럼'서 열린 우크라 주도의 '평화공식 회담', 흐지부지.. 이번이 마지막?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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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주도의 종전및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하는 '평화공식 회담'이 14일 세계 경제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네 번째로 열렸다. 참가국은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열린 지난해 10월 회의 때보다 18개국이 늘어난 83개국. 러시아가 새해 의장을 맡은 브릭스(BRICS)의 회원국인 브라질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가했고, 중국은 불참했다. 러시아는 아예 초대를 받지 못했다.

캡처1-우크라 인물 대통령실 다보스 포럼 worldeconomicforum
다보스 포럼/사진출처:worldeconomicforum

평화공식 회의는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10월 몰타에서 각각 열렸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보스 경제포럼을 계기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도 명확한 결론이 없이 끝났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14일 전했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평화공식 회담을 통해 자국의 평화공식 10개항에 대한 글로벌 지지를 결집한 뒤 지난해 말쯤 정상급 회의로 이어갈 구상이었으나, 이미 무산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미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다보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공식 회담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편집자)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 정상급 평화회담 개최 계획을 확인할 생각이었으나 무산됐다"고 밝혔다. 

평화공식 회담 공동대표를 맡은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사진출처:Flickr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비서방 국가들의 참가가 늘었지만, 평화를 향한 진전은 제한적이었다"며 “회담에 참석한 서방의 국가안보 분야 관리들이 거둔 주요 성과는 지난번 만남 때보다 더 많고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사진 촬영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과 함께 이번 회담의 공동 의장을 맡은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와 키예프(키이우) 간에 아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평화 계획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러시아도 논의에 합류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며, 러시아에게 발언권이 없다면 평화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담에 앞서 "이번 4차 회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더 높은 수준의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회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에서 열린 평화공식 회담서 발언하는 예르마크 우크라 대통령실장/영상 캡처

회담 분위기는 처음부터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빠진 상태에서 논의되는 평화안은 우크라이나 측의 일정 부분 양보가 전제돼야 하는데, 여전히 강경 일변도였다. 예르마크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 문제를 논의하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며 당당했고,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여전히 1991년 국경으로의 복귀"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를 장악하고 연방에 편입한 '새로운 현실'에 굳이 눈을 감는 우크라이나의 비타협적인 자세는 현실에서 벗어나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회의 참석자들은 '글로벌 사우스'의 일부 국가들은 모스크바가 회담에 참석해야 한다는 카시스 공동의장의 견해에 공감을 표시하고, 분쟁 해결책으로 '키예프의 나토(NATO) 가입 희망과 같은 안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평화공식 회담은 실패했다"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1991년 국경으로 러시아 군대가 철수하기 전에는 러시아와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평화 협상 개시에 앞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은 다보스 회담 결과에 대해 “물론,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며 “러시아와 즉각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가 지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는 분쟁 동결(휴전)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행정부는 다보스에서 보다 명확한 우크라이나의 작전 계획을 받기를 원하는 것(미 블룸버그 통신 보도)으로 전해졌으나, 회담 분위기로만 보면 이 역시, 무망(無望)해 보인다. 결국, 미 행정부도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의 처리를 막고 있는 공화당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게 된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바이든 미 행정부에 남부 국경지대(멕시코 국경)의 불법 입국 방지와 우크라이나의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우크라 추가 지원안이 언제 상하 양원을 통과해 국방부에 의해 집행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다보스에서 열린 평화공식 회담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우메로프 우크라 국방장관/사진출처:페이스북 @rustemumerov.ua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메로프 국방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 6번째 항목이라고 소개하면서 각국 국방장관과 국가 안보 책임자 수준의 실무 그룹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나.ua는 "서방 진영에서는 카시스 외무장관이 밝힌 대로, 이번 회담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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