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에 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뒤에는.. 푸틴과 트럼프가 또 있었다
다보스 포럼에 간 젤렌스키 대통령의 뒤에는.. 푸틴과 트럼프가 또 있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1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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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다보스에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아이오와주에서는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6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한마디로 3인 3색. 국내 언론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정상회담' 제안에 지면을 할애하면서,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을 바꿀 수도 있는 전·현직 정상들의 발언은 묻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에서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과 회담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일부터 스위스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을 논의할) '평화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암헤르트 대통령도 "되도록 많은 국가가 참여해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상회의를 열고 싶다"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다보스 행보는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 시작됐다. 
그는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현재 전황과 미국의 대(對)우크라 지원 방안,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 회담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은 말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푸틴 대통령은 '포식자'

다보스 포럼의 연설대에 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못 비장했다. 그는 "서방이 위기 상황(전쟁)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에 많은 시간이 흘렀고, 2014년부터 싸워온 경험이 풍부한 전사들을 많이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승인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에 찬 이 발언에 대해 현지 언론은 부정적이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재정 지원이 곧 이뤄질 것으로 확신하지만, 다른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의 반응은 비관적"이라며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미 ABC 뉴스 인터뷰를 소개했다. 쿨레바 장관은 인터뷰에서 "서방의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는 삽을 들고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장관이 서방 측에 현재 상황의 심각함을 보여주기 위해 그같은 수사를 사용한 게 분명하지만, 곧 지원이 이뤄질 분위기라면 굳이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미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대 우크라 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남부 국경과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상원의 법안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슨 의장은 전날 소셜 미디어 '엑스'(X, 전 트위트)를 통해 상원에서 이뤄진 민주·공화당의 합의가 하원에서 그대로 승인될 가능성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친 바 있다. 일부 공화당 소속 강경 하원의원들도 상원 안을 비판했고, 존슨 의장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해임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스트라나.u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트럼프프 지지자인 존슨 의장이 상원을 통한 백악관과의 거래를 받아들이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포럼 연설에서 전쟁 동결이나 휴전에 반대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냉동식품을 좋아하지 않는 포식자”라고 불렀다. 그는 "지난 2014년 이후, 독일 총리나 프랑스 대통령과 같은 영향력 있는 보증인이 분쟁을 동결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이같은 강경 노선을 비판하는 주장은 미 언론에서 곧바로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 안드레아스 클루스는 "젤렌스키식 '평화 공식'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제 4차 다보스 회담에는 러시아는 초대도 받지 못했고, 중국은 나타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이 '막다른 골목'에 다달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사적 잠재력을 비교하면서 "크렘린은 소련 붕괴후 처음으로 2024년에 국내총생산(GDP)의 8%를 전비로 쓸 예정"이라며 "러시아 공장들은 이제 탄약과 무기, 폭탄을 생산하고, 이란과 북한은 군수물자 운반을 위한 선박을 대거 동원하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적다"고 주장했다. 또 미 백악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설리번 보좌관·블링컨 장관 만남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전략을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을 것으로 클루스 칼럼니스트는 추정했다. 나아가 "이는 우크라이나 사회의 사기 고양을 위해 군사적 교착 상태를 계속 부인해야 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11월부터 객관적인 전황과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전 전선에서 이미 방어 작전에 나섰다"며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설리번 보좌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한 방어전략으로의 전환 메시지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 글로벌 리스크 순위에서 밀린 우크라 전쟁

다보스 포럼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지난해와는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녹록하지 않다. 
다보스 포럼의 개막에 맞춰 발표된 2024년 글로벌 위험 평가에 관한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향후 2년 동안 악화와 동결을 주기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갈등이 심화되면 분쟁 위기가 핵무기보다는 재래식 수단을 통해 주변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는 앞으로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하에서도 에너지및 원자재 수출을 통해 계속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중동 분쟁의 확대 가능성과 EU내 친러 정서의 확산, 미국의 남부 국경 문제 해결 압력 등으로 글로벌 국가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은, 이 보고서에 딸린 '글로벌 리스크'의 순위다. 다보스 포럼을 앞두고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문제, 사회정치적 양극화, 빈곤층 확대, 사이버 공격이 글로벌 리스크의 상위권을 차지했다(설문시 5개까지 선택 가능).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군사적 갈등 확대와 중요 인프라에 대한 공격(테러)은 각각 8위, 9위에 그쳤다. 이미 세계적인 관심 끌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 우크라이나는 멍청이?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2022년 3월 이스탄불에서 합의된 평화 협정을 (우크라이나가) 폐기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 구성 지방 단체장들과 회담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

스트라나.ua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 연방 구성 지방 단체장들과의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집권여당 '인민의 종' 원내 대표인 다비드 아라하미아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과 만난 뒤 평화안을 폐기한 것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실패했고, 현재의 (강경)정책이 계속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우리가 지난 1년 반에 걸쳐 거둔 군사적 성과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도, 서방 엘리트들도 모두 이해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국경지대를 우크라이나가 공격하는 것은, 키예프(키이우)가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우크라이나인들과 외국 후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군사 기반시설과 군수 복합체에 대해 표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협상에 관한 양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근본적으로 부합하지도 않는다"며 "전쟁 당사자 중 한쪽이 패퇴하거나 동맹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에만 현재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사진출처:페이스북

◇ "금방 끝낼 수 있다" 큰소리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전쟁 종식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쪽에서는 "전쟁을 아주 빨리 끝낼 수 있다"는 트럼프 전대통령의 확신이 찬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뒤 "나는 푸틴 대통령과 매우 잘 지내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잘 알고 있다"며 "전쟁을 매우 빨리 끝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상황은 지금 너무 끔찍하다"며 "가짜 뉴스가 진실되고 정직한 뉴스가 된다면, 이 나라 문제의 90%는 해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과반수가 넘는 51%의 지지를 얻었다. 예상된 경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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