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포로 탑승 수송기 격추 '정보전'의 결말은? 러시아쪽으로 기운다?
우크라 포로 탑승 수송기 격추 '정보전'의 결말은? 러시아쪽으로 기운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28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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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포로 65명 등 총 74명을 태운 러시아군 수송기 일류신(IL)-76 격추 사건을 둘러싼 러-우크라 양국의 정보전은 러시아측의 승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푸틴 대통령이 2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고의든 실수든 이번 일은 범죄"라는 말로 사실상 쇄기를 박은 느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건 직후 "러시아 영토내에서 일어난 일로 그들의 책임"이라고 피해가려는 듯한 발언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실제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의 수송기 격추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하나씩 공개하면서 상대를 압박해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틀후인 26일 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관리 본부는 러시아 측이 공개한 자국군 포로 65명은 24일 포로교환 대상자가 맞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언론과 드미트리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옴부즈맨은 포로 명단이 공개된 직후 "그 중 일부는 이미 교환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으나, 머쓱해졌다. 이미 교환됐다는 포로들도 언론에 나서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러나 문제의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되었으며, 우크라이나 포로가 탑승했다는 사실을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있다. 

중대사건을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날 아침 일류신-76 수송기 추락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포로 여러 명의 신원을 알려주는 신분증들이 담겼다. 1969년 출생한 예브게니 갈체프의 임시 신분증, 키예프 출신 이반 로이의 여권, 훼손되었지만, 드미트리 블라디미로비치 크라치코로 식별되는 우크라이나 신분증 등이 공개됐다. 이들은 러시아 투데이(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의 탑승자 명단에 들어 있다.

수사위원회는 또 벨고로드 지역에 추락한 수송기에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탑승하는 장면으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했다. 아주 멀리서 찍은 영상으로 약 1분 19초 짜리다. 영상을 보면, 포로들이 탄 것으로 짐작되는 특수 차량 5대가 호위 차량의 유도에 의해 활주로를 따라 들어오고, 한대씩 수송기에 접근하고 있다.

포로 탑승 특수차량이 한대씩 격추 수송기에 접근해 포로들을 옮겨태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캡처

러시아측은 또 사건 현장에 시신이 5구 밖에 안보인다는 우크라이나측 주장에 대해 "시신들을 신원 확인을 위해 번호가 매겨진 가방에 넣어둔 상태"라며 "키예프(키이우)측으로부터 DNA 샘플을 받을 때까지 특수 냉장 시설에 보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DNA를 제공하고 시신 운송 준비가 끝나면 시신을 인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신을 검은 가방에 넣는 장면/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 참모부는 성명에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되었을 수 있음을 분명히 밝혔고, 군정보총국(HUR)은 수송기에 포로들이 타고 있었음을 사실상 확인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격추 사실을 확인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단호했다. 한 행사장에서 "(자국 포로들이 탑승한 걸) 알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이 비행기를 공격했다"며 "고의든 실수든, 이번 일은 범죄이며, 우크라이나 군이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거나 시스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군의 자작극에 대해 그는 "우리의 방공 시스템은 시스템상 자국 항공기를 공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블랙박스가 있으며, 이제 모든 게 수집돼 공개될 것"이라며 "모든 상황을 최대한 공개해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테러법'(러시아 연방 형법 제 205 조)을 근거로 이 사건을 조사중이다. 또 수송기 추락 현장에서 발견된 우크라이나 포로의 시신 일부와 그들의 문서를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수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의 발사 지점을 하르코프(하리코우)주(州) 리프치 마을로 특정했다. 수송기 잔해 영상을 보면 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게 틀림없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주장이다. 대공 미사일에 피격됐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많은 구멍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추락 현장에서 발견된 우크라이나 포로의 신분증/캡처

이에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4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차석대사는 수송기에 러시아 포로와 교환될 우크라이나 포로 65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격추돼 모두 사망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나아가 "이것이 확인된다면, 무기를 공급한 서방 국가들은 이 범죄의 직접적인 공범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포로 교환의 경로와 이송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의 '고의 격추' 가능성을 강조했다.

반면, 흐리스티나 하요비신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표부 차석대사는 포로 탑승 여부를 포함한 러시아 측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포로 이송 경로와 수단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포로들이 이송되는) 특정 시간에 벨고로드 인근 상공의 안전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은 서로 포로들을 안전하게 합의된 장소로 이송할 책임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실제로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면, 이는 러시아의 또 다른 인도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공격용) 미사일 수송을 은폐하기 위해 인간 방패를 사용한 첫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 정보를 인용, 벨고로드 지역 영안실에 5구의 시신만 보내졌고, 현장 영상을 보면 시신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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