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CIS토크) 러시아의 '뜨거운 감자', 2018년 연금개혁
러시아CIS토크) 러시아의 '뜨거운 감자', 2018년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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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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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4년 2번째 호(Vol. 02, 2024년 2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지구촌 어디에서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연금 개혁 문제를 다뤘다. 도민지씨(석사, 러시아·CIS 사회문화 전공)가 쓴 '러시아의 뜨거운 감자, 2018년 연금개혁'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aa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강화되는 정년 연장 압력

노후의 생계 문제가 달린 연금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연금 수급 연령 문제는 우리 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많은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다.

러시아도 예외일 수 없다 크렘린은 연금제도의 재정기반 안정화를 위해 연금개혁을 지속해서 시도해 왔다 그런데도, 결과는 여러 저항에 부딪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푸틴 정부는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2018년 6월 14일 법정 연금 수급 연령 상향에 관한 법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2019년 1월 1일 자로 법정 연금 수급 연령을 남성은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2034년까지 55세에서 63세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지율을 갉아먹는 연금개혁은 지도자의 무덤이다. 연금개혁 발표 후, 시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83.12%의 국민이 압도적으로 법정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푸틴의 인기도 추락시킨 연금개혁

푸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가 들불의 불길처럼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2018년 11월 10일까지 100개의 도시에서 1,174건의 반대집회가 열렸다. 악화한 여론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8월 29일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연금법 개혁안을 완화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하원은 여성 정년을 63세에서 60세로 낮추는 수정안에 대한 2~3차례 독회를 진행했고 10월 3일 상원의 승인과 대통령 서명을 거쳐 연금개혁법이 새로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이런 미봉책은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웠다. 푸틴 대통령의 공고한 지지율이 15%나 빠질 정도로 민심은 화나 있었다.

                           △대통령, 총리, 정부에 대한 여론 지지도 변화

                               출처: ЛЕВАДА ЦЕНТР 'ИНДИКАТОРЫ', https://www.levada.ru/indikatory/

◇러시아 연금개혁의 성과와 딜레마

연금개혁으로 2019년 러시아 연금 수급자 수는 401만 3천명 감소했다. 정부 예산도 215억 루블이나 절감됐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금수급자는 더욱 급감했다. 연금개혁으로 2020년 수급자가 약 3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었지만, 실제로는 약 57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정부 재정 압박을 줄이는 연금수급자 감소 추이는 지속되고 있다.

크렘린은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한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당근책도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4년까지 연금지급액은 2만 루블, 국민연금은 월평균 1,000 루블씩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러시아 연금보험의 월평균 지급액은 약 1,000루블 씩 인상됐다. 

그러나 실제 연금수령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달랐다. 월평균 임금 대비 월평균 연금수령액이 약 28~33% 수준이었고, 그것도 2016년 이후 감소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질 연금수령액 증가가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았다. 이로 인해 2018년 러시아의 연금개혁은 국민에게 여전히 비인기 정책 결정으로 남아 있다.

이것은 단순히 연금개혁 추진 과정이 전격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2020년 7월 이후, 거리 시위는 사라졌지만 연금개혁 철회는 지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2021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ВЦИО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에서 도입하거나 폐지해야 할 법안으로 러시아 국민은 2018년 연금개혁 폐지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성별에 따른 연금수급자 차이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전체 수급자 중 남성 수급자는 33.4%, 여성 수급자는 66.6%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별 수급 차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2023년 2월 17일 DPR(도네츠크인민공화국)와 LPR(루간스크인민공화국), 헤르손주 등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거주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채택됨에 따라 실질적인 연금 재정 건전성은 모호한 상황이다.

                         △러시아 월평균 임금 대비 연금지급액 비중 (단위:루블/월)

출처:Среднемесячная номинальная начисленная заработн ая плата работников в целом по экономике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в 1991-2023 гг.: "Социальная доплата до уровня прожиточного минимума пенсионера," СФР. 

◇한국에 주는 시사점

연금개혁은 비단 러시아만의 이슈가 아니다. 연금개혁이 인기 없는 정책일지라도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한국도 연금제도의 구조적 개혁에 관한 논의를 수년간 진행했지만, 진전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구 복지국가와는 다르게 국가가 사회구성원의 복지를 전적으로 책임졌던 사회주의적 전통에서 시장경제 국가로 체제를 전환한 상황에서 연금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주의적 원리에 시장 논리가 가미된 특수한 연금개혁인 만큼, 향후 러시아의 사례는 한국의 연금정책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 연금개혁의 귀추가 주목되고, 성과와 부작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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