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우크라 지원안 승인으로 한 숨 돌린 젤렌스키, '그래도 배가 고프다'?
EU의 우크라 지원안 승인으로 한 숨 돌린 젤렌스키, '그래도 배가 고프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2.02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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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게 한숨을 돌렸다. 새해 들어 꽉 막혀 있던 외부 자금줄이 유럽쪽에서 뚫렸기 때문이다. 키예프(키이우)가 지난달(1월) 서방으로부터 받은 자금은 일본의 3억 9천만 달러가 유일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가 막판에 거부권을 철회하면서 유럽연합(EU)은 1일 앞으로 4년간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2조원)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 의장(정상회의 상임의장 겸임)은 이날 브뤼셀에서 EU 특별정상회의 개회 직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7명의 지도자가 모두 EU 예산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를 추가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고 알렸다. 

EU 정상회의의 모습/사진출처:President.gov.ua

500억 유로 중 330억 유로(약 48조원)는 대출 형태로, 나머지 170억 유로(약 24조원)는 무상 원조 형태로 우크라이나에 지원된다. 무상 원조에는 EU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 대한 이자 등 수익금(2023년 약 44억 유로)이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반발하는 대목이다.

500억 유로를 4년으로 배분하면, 연간 평균 125억 유로 꼴이지만, 올해(2024년)에는 평균보다 더 많은 200억 유로가 제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당장 오는 3월 첫번째 지원금으로 45억 유로를 받아,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자금난이 풀리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2024년 예산안은 외부 자금 지원으로 370억 달러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외부의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그만큼 재정적자/편집자), 편성된 것이다. EU의 200억 유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간 공화당의 반대로 하원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물론, 지원 자금에는 사용처 꼬리표도 붙어 있다. 390억 유로는 우크라이나 재정 안정을 위한 국가 예산으로, 80억 유로는 국제금융기관의 부채 상환에, 나머지 30억 달러는 EU 대출금 이자 등 기타 문제의 해결에 폭넓게 사용된다.

1일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연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국제사회의 관심은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했던 헝가리가 전격적으로 이를 철회한 이유로 쏠린다. 겉으로는 특별 정상회의 시작 전 EU 지도부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이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만나 설득한 모양새다.

핵심은 오르반 총리 설득 카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헝가리에 대한 EU의 동결 자금 해제 약속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오르반 총리는 타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동결된) 헝가리의 EU 기금이 우크라이나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받았다"고 주장했다. EU로부터 지원받지 못한 자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았으며, 수령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로 들린다.

EU는 일정 수준의 사법 시스템(법치주의)을 준수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EU 기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와 전임 정권의 폴란드가 그 대상으로 올라 있다. EU는 법치 규정을 일부 완화하는 방법으로, 헝가리에 대한 기금 동결을 풀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EU 사법 시스템 규정에 관한 추가 조치가 채택됐다"는 표현으로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EU는 또 2년 후(2025년 말)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에 대한 오르반 총리의 '중간 평가' 요구를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EU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 지원 조건으로 민주주의적 매커니즘과 법치주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존중, 자금 집행시 부패척결 등을 제시하면서, 이 조건들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수결'로 지불을 중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르반 총리는 '중간 평가'시에도 만장일치를 요구했으나, '다수결'을 고집한 EU 지도부측에 양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사진출처:엑스(X, 옛 트위트)

그러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은 헝가리 요구 조건을 사실상 수락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그녀는 "헝가리의 동결자금 해제 등이 논의됐냐"는 질의에 "없었다"며 "헝가리 동결 자금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오르반 총리에게) 안심시켰다"고 답변했다. 나아가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주년을 앞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EU의 지원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유럽 납세자의 어깨 위로 옮기려는 과정"이라며 "러시아를 악마화해서 그 이미지로 납세자의 돈을 빼내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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