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론으로 불거진 불편한 진실-1) 영-프랑스 우크라서 '스톰 섀도' 미사일 직접 운용?
파병론으로 불거진 불편한 진실-1) 영-프랑스 우크라서 '스톰 섀도' 미사일 직접 운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3.02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2주년을 맞아 지난 26일(2월 26일) 파리에서 연 '국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제기하며 그간의 '금기'를 깼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파병 반대'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가장 부정적인 국가로 꼽히는 독일은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우크라 파병은 절대 안된다"며 거듭 손을 저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숄츠 독일 총리(정부) 대변인 스테판 헤베슈트라이트(Stefan Hebestreit)는 지난 28일 "(26일 비공개회의에서) 프랑스 대통령이 (파병론을) 제안했다.... 지상군이나 이와 유사한 다른 (옵션)을 고려해야 할까요? (숄츠) 총리는 매우 신속하게 이 제안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참석자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제안이 (현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병론은 예기치 않게 우크라이나에서 비밀리에 활약하는 서방(나토) 측 군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잘 알려진 비밀이었지만, 굳이 눈을 감았던 이들의 존재를 서방 외신이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마크롱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거부하며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할 것을 촉구/파이낸셜 타임스 웹페이지 캡처

스트라나.ua는 이날 "서방 여러 나라의 특수부대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기사를 소개했다. 유럽의 한 고위 군 관계자는 FT에 “서방 특수부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도 소식통을 인용해 "서방 국가의 군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대공 방어 시스템과 순항 미사일과 같은 서방의 첨단 무기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서방 군인들이 직접 적대 행위에 가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는 곧바로 숄츠 총리의 직접 확인 발언으로 뒷받침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유럽 강대국 간의 묵은 감정을 폭발시켰다. 

캡처1=무기 독일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 Armyinform.com.ua
독일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사진출처:Armyinform.com.ua
영국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스톰 섀도/사진출처:위키피디아

불편한 감정을 먼저 드러낸 쪽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온 영국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29일 "숄츠 총리가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스톰 섀도'의 목표 설정및 추적 등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만약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프랑스와 영국처럼) 우크라이나 지상에서 독일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독일 측 지원 불가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타우러스 미사일 제공→독일군의 미사일 운영(발사) 지원단 파견→우크라이나전 참전으로 해석이 확대되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게 숄츠 총리의 방어 논리로 해석된다. 

실제로, 숄츠 총리는 그동안 누차 러시아군와 싸우기 위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곤 했다. 

그러나 영국 측은 이를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으려는 얄팍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스톰 섀도 미사일의 발사와 표적 선정은 모두 우크라이나군 내부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이튿날(29일)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 병사들은 영국 외교관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독일 빌트지는 "영국 측은 숄츠 총리의 스톰 섀도 미사일 발언에 불만을 드러냈다"며 "정보 컨설팅업체 '시빌라인'의 저스틴 크럼프 CEO도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영국의 우크라이나군 지원에 대한 반복적인 정보 유출을 우려했다"고 영국측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 안보 전문가이자 런던정치경제대학의 막시밀리안 테르할레 교수는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협력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가장 가까운 동맹국의 정보를 유출한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독일 야당 측도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스톰 섀도'의 운용에 프랑스와 영국군이 개입했다는 총리의 발언은 무책임하다"며 "우크라이나 주둔 외교관과 일부 요원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숄츠 총리가 우크라이나 내 영국군의 비밀 군사 활동에 대한 '천기'를 누설했다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의 날카로운 충돌에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간에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놓고 갈등을 겪는 숄츠와 마크롱/폴리티코 웹페이지 캡처

이 매체는 "'파리 국제회의'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큰 소리로 외치고, 숄츠 총리는 이에 거리를 두면서 독일에서는 '프랑스는 말뿐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킬 연구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프랑스의 지원은 6억 4천만 유로, 독일의 지원을 무려 177억 유로로 추산된다는 것.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 '절대, 절대로'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2년 전에 '절대 탱크는 안 된다, 비행기는 안 된다, 장거리 미사일은 안 된다, 이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한 분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프랑스 대통령이 2년 전 이 회의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우리는 침낭과 헬멧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숄츠 총리는 지난 29일 드레스덴을 방문한 자리에서 "타우러스 미사일의 사거리가 500㎞이며, 자칫하면 모스크바 어딘가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타우러스 미사일의 사용을 통제하려면, 독일군 병력을 우크라이나로 파견해야 한다"고 타우러스 제공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유럽 대륙이 우크라이나 파병론으로 시끌시끌한 사이, 전장에는 러-우크라 국제군단에 편입된 자원 입대자(봉사자)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의 규모는 약 2만여명에 달한다는 게 미 워싱턴 포스트(WP)의 분석이다. WP는 "50개국에서 온 약 2만명의 외국인이 '국제군단'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동정적인 자원봉사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국의 독재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벨로루시와 러시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구 소련 국가 출신들도 참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미국인(자원 입대자)은 최소 50명에 이른다는 게 WP의 집계다.

파병론을 띄운 프랑스의 정예부대인 '외인부대' 출신의 전현직 용병들도 우크라이나 전장을 누비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주로 외국인으로 구성된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군인들이 최전선에서 러-우크라로 편을 나눠 서로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썼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전쟁의 배후에서 비밀리에 활약하는 외국 정보기관 요원들이다. 특히 미 CIA와 영국의 Mi-6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월 25일,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해 10월 23일 미 CIA가 지난 10년간 우크라이나에서 펼친 작업을 세세히 분석하고 평가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 미 CIA의 우크라이나 활약은 2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