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론으로 불거진 불편한 진실-3) 크림대교, 민간인 테러 공격은 미 CIA가 반대?
파병론으로 불거진 불편한 진실-3) 크림대교, 민간인 테러 공격은 미 CIA가 반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3.02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은, 현재 주둔 중인 서방 국가들의 특수부대와 정보기관들의 활약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유로마이단'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과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 미 CIA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친 비밀 작전들을 '불편한 진실-3편'으로 계속한다/편집자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과 미 CIA 간의 협력은 아주 당연히(?) 더욱 확대됐다. 구소련 KGB의 후신인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러시아의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CIA와 협의한 뒤 암살 작전에 나서고, 러시아 본토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사보타주' 공격에도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작전이 러시아 본토와 크림 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 폭파사건'이다. 크림대교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주둔한 러시아군에게 보급되는 주요 군수 물자의 공급로다. 또 푸틴 대통령이 2018년 개통식에 직접 참여할 만큼, 러시아에게는 '크림반도 병합'의 상징적인 다리다. 

SBU는 2022년 10월 화물차를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또 2023년 7월 '수상 드론'으로 두 차례 크림대교를 공격했다. 처음에는 크림대표 폭파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나중에는 산업용 셀로판 롤을 운반하는 화물 트럭에 강력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SBU는 이 작전으로 "일곱 개의 지옥(희생자/편집자)을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어둠 속에 가두었다"고 자찬했다. 

화물차량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SBU의 크림대교 '사보타주' 순간. 불길이 바로 옆 철로를 달리는 기차마저 덮쳤다/캡처  

사전에 이 직전을 통보받은 미국 측은 러시아의 공격 확대를 우려해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9개월 후의 두번째 작전에는 미-우크라가 공동(?)으로 개발한 '수중 드론'을 사용됐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수중 드론'이라고 주장한다. 

SBU가 뒤늦게 크림대교 '사보타주'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한 데에는, SBU와 군 정보총국(GUR)간의 '무한 경쟁'을 막아야 하는 키예프 당국의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 기관간의 교통정리가 필요했던 것. SBU는 많은 시간과 지원을 요하는 복잡한 작전을, GUR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작전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 서방측 GPS 지리 정보를 이용하는 우크라 드론

그후 GUR은 러시아 방공망을 뚫고 모스크바의 비즈니스 센터를 공격하는 등 러시아 본토에 대한 수십 건의 드론 공격을 주도했다. 2023년 5월 크렘린을 겨냥한 드론 공격(지붕 폭파)도 GUR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산 장거리 드론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첩보 요원 및 게릴라 그룹의 합동 작전으로 가능했다. 특히 공격에 나선 드론은, 그 출처를 추적할 수 없도록 민간 자본으로 중국의 엔진을 구입하는 등 제조 단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그 뒤에는 또 미 CIA 등 서방 측의 지리및 지형 정보가 필수적으로 뒤따랐다. 

러시아 방공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서방 측의 GPS 지원을 받아 러시아 방공망을 뚫거나, 우회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러시아 공군 통합 방공 시스템 부사령관 출신의 아이테크 비제프 장군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야로슬라블 정유공장 타격에 실패한 뒤 1월 29일 러시아 일간지 모스코프스코예 콤소몰레츠(MK)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에는 드론으로 무장한 부대는 물론, 드론 설계및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 엔지니어들이 있었다"며 "우크라이나가 만든 장거리 드론에 서방측의 최신 GPS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뒤, 러시아의 대공방어망과 레이더 작동 지역을 피하기 위해 미국 측의 GPS 지리 정보 지도를 이용해 야로슬라블로 날아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다행히 목표에 도달하기 전 추락했으니, 확보한 우크라이나 드론을 통해 야로슬라블로 날아온 궤적과 방법 등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전문가팀이 드론은 어디서 제작되고, 출발했으며, 어떤 명령어에 따라 어떤 경로로 비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주요 군지휘관 암살도 GUR의 작품이다. 2023년 7월, 러시아 잠수함 함장 출신인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는 크라스노다르에서 가슴에 4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는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Strava)에 조깅 경로를 기록해둔 게 평생의 실수였다. 그의 조깅 위치가 GUR에 포착된 것이다. 

GUR은 공식적으로 르지츠키 암살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키예프 관리들은 GUR의 작전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같은 작전들이 러시아와 비교하면 양호하고 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SBU와 GUR은 작전 중에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러시아군은 목표 지역을 초토화하는 공습과 무차별 공격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한다는 것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또 주요 작전들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허가 혹은 묵인 하에 실행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 우크라 정보기관, 해저터널 노드-스트림 연루 부인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이 아직까지 연루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2022년 9월 폭파된 발트해 해저의 '노드-스트림 2' 작전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과 덴마크 등은 우크라이나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의 '사보타주' 활동을 꿰뚫어 보고 있는 미 CIA는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발트해 독러 해저가스관 노드-스트림 2의 폭파 순간 물결/사진출처:Danish Defence

그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모스크바 비즈니스 센터나 '노드-스트림'과 같은 국제 해저 가스관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유럽연합(EU) 가입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측으로서는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의 불길이 당신들 눈앞에 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지만, 서방 측은 자칫하면 러시아 측에 확전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사보타주'를 피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WP는 러시아 '전쟁 범죄'에 대한 복수를 상징하는 이 같은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진작시켰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인들도 유엔과 국제 형사법원이 러시아에 대해 적절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사보타주' 공격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문제는 명분이 부족한 민간인 공격이다.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공격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유명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아를 겨냥한 '차량 폭탄' 테러(?) 같은 것이다. 러시아의 연방보안국(FSB)은 42세 여성 나탈리아 보브크를 이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배를 건 상태다.

FSB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7월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로 입국한 용의자 보브크는 다리아와 같은 단지에 있는 아파트를 임대해 몇 주동안 다리아 부녀를 지켜본 뒤, 폭발 사고 이후 딸과 함께 에스토니아로 돌아갔다. 그녀가 러시아에서 몰고다닌 자동차 '미니 쿠페'에 붙은 카자흐스탄 번호판을 제공한 공범도 확인됐다. 그는 다리아의 차량에 부착할 폭발물 조립을 도운 뒤, 사건이 터지기 전에 에스토니아로 도망쳤다. 

다리아 두기나 폭사 사건 용의자(위)와 타고 다닌 미니쿠페/캡처 

폭사 사건 발생 직후,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도, 테러 국가도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BU 측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SBU가 작전을 짜고 실행했음을 확인했다. 또 공격 목표는 알렉산드르 두긴이었다고 밝혔다. 

SBU 측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한 작전 개요는 이렇다.

엄마(보보크)와 12세 딸을 태운 차량(미니 쿠페)은 러시아 국경 검문소로 들어갔다. 그러나 러시아 국경 보안군의 주의를 끌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차량에 실린 애완용 고양이의 캐리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정교하고 치명적인 '폭파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 캐리어에는 숨겨진 칸막이가 있었고, 그 속에 폭발물 제조 부품들이 들어 있었다.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지 4주 후, 그 부품들로 조립된 폭발물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라'고 촉구했던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 철학자 두킨의 딸 다리아가 운전한 SUV 차량에 부착됐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길에서 폭발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기관 관계자는 보브크가 러시아군이 자신의 고향인 마리우폴을 점령한 것이 이 사건을 주도한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와 SBU와의 관계, 또 그녀의 행방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당초 공격 목표였던 아버지 두긴은 다른 차량에 탑승하는 바람에 변을 모면했다. SBU 측은 “어차피 그녀도 '러시아의 공격 선전'에 앞장선 아버지의 딸"이라고 우겼다. WP는 다리아 차량의 폭파 사건은 '나는 건드릴 수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에게 '당신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짚었다. 

◇ 민간인 암살에 거리를 두는 CIA

개전 후 20개월 동안 SBU와 GUR은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 출신 관리와 우크라이나 협력자(통상 부역자), 최전선 지원 부대의 장교, 러시아의 유명한 전쟁 지지자 등을 겨냥해 수십 건의 암살 사건을 저질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폭사한 러시아 강경 군사 전문 블로거 '타타르스키'도 희생자 목록에 올랐다.

러시아 군사블로거 타타르스키에게 폭발물이 든 조각품을 전달한 뒤 돌아서 나오는 여성 용의자(붉은 원). 조각품이 폭발하면서 타타르스키는 즉사했다/사진출처:우크라 매체 스트라나.ua

전직 CIA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수많은 암살 테러 사건에 대해 "1970년대 이스라일 비밀 정보기관 '모사드'와 같은 정보기관의 출현을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 현직 미-우크라 관리들은 "미 CIA는 키예프에서 파트너들(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자행하는 치명적인 작전(테러)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IA 측은 일부 작전 이후 파트너들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원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전직 우크라이나 보안 관계자는 "우리는 국제 파트너(미 CIA 등 협력 정보기관/편집자)를 비밀 작전, 특히 최전선 뒤에서 벌어지는 작전에 개입시킨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작전에는 CIA 요원을 데려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미 CIA의 제공이라고 추적될 수 있는 무기와 장비의 사용을 최대한 피했고, 자금의 흐름도 극도의 비밀에 부쳤다. 

하지만, 공화당 주도의 미 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안에 제동을 걸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인 정보요원들 사이에선 동요가 커지고 있다고 미 뉴욕 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미국이 지원을 중단한다면, CIA도 자신들을 버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미군의 전격적인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불행한 일이 앞으로 우크라이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IA 대변인은 이에 대해 NYT에 "미국의 약속은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지난 2월 22일 우크라이나를 비밀리에 방문, 미국의 지원을 재차 약속하며 그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