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데예프카 함락 이후) 우크라군, 러시아 Su-34 전폭기 격추 발표가 잦아진 까닭?
아브데예프카 함락 이후) 우크라군, 러시아 Su-34 전폭기 격추 발표가 잦아진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3.0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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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통제하는 도네츠크주(州)의 주도 도네츠크시(市) 인근에 있는 우크라이나 요새 아브데예프카(아우디우카)가 지난달 중순(16일) 러시아군에 함락된 뒤, 우크라이나군의 전과 홍보가 부쩍 는 느낌이다. 특히 러시아군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발표가 잦아졌다.

사기가 오른 러시아군이 아브데예프카의 서쪽 마을 몇 개를 순식간에 점령한 뒤 도네츠크주 경계선을 향해 진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지상전 상황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객관적으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공중전에서 그렇게 큰 성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러시아 수호이(Su)-34 전폭기/사진출처:오픈 소스

미 뉴욕타임스(NYT)는 5일 지상전에 집중해온 러시아군이 최전선에서 공군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전황 분석도 비슷하고, 객관적인 정황도 그러하다. 러시아가 아브데예프카 공방전에서 전폭기들을 동원해 강력한 '에어 폭탄'(항공 폭탄, авиационная бомба)을 투하하고, 그 위력을 직접 확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아브데예프카 함락 이후 "'에어 폭탄'을 투하하는 러시아 항공전력을 잡을 방공시스템이 각 전선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에어 폭탄'은 항공기로 투하하지만, 좌표 설정이 가능하고 또 유도 기능을 지닌 개량형이다. 러시아 항공우주군(공군 격)은 현재 3가지 유형의 '에어 폭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좌표 유도 에어 폭탄(управляемая планирующая авиационная бомба, УПАБ)과 좌표 조정 에어 폭탄(планирующая корректируемая авиационная бомба, КАБ), (단순) 고폭발성 에어 폭탄(неуправляемая фугасная авиационная бомба, ФАБ)이다. 러시아 일부 매체는 고폭발성 에어폭탄에도 유도 기기를 부착해 위력을 더욱 높였다고 전한다. 통상 현지 언론에는 '카브'로 통한다.

러시아 에어폭탄 '카브' 설명 영상/캡처

러시아군은 '아브데예프카'에서 후퇴한 우크라이나군을 추격하면서, 점령지 넓혀나가는데 '카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군 일리아 예블라쉬 대변인은 4일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에어 폭탄'으로 우리의 진지와 시설을 파괴하는 '초토화 전술'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호이(Su)-34와 Su-35 전폭기들을 동원해 매일 항공기당 '에어 폭탄' 2~6개를 투하한다는 것. 폭탄의 정확도는 크게 떨어지지만, 그 지역은 완전히 쑥대밭이 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바그너 그룹'이 큰 손실을 내며 점령한 '바흐무트' 작전과는 달리, 아브데예프카를 그렇게 빨리, 그리고 병력 손실을 줄이면서 장악한 것도 '에어 폭탄' 우크라이나 진지를 파괴하고 보병 공격로를 뚫어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에어 폭탄'을 투하하는 전폭기를 최전선에 더욱 가깝게(통상 수십㎞), 그리고 자주 투입하면서 격추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최전방에 항공 전력을 강화한 데 대한 대가라고 보면 된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2주간 러시아 공군기를 15대 격추했다고 3일 주장했다. 하루에 한대 꼴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장거리 공중 정찰기 A-50도 포함됐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최전방에 '에어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항공기 격추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보유한 약 300대의 수호기(Su) 기종 전투기 규모를 감안하면, 최근의 항공 전력 손실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스트라나.ua는 5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 중 '우크라이나는 적 항공기를 몇대나 격추했을까?'(Сколько самолетов сбила Украина?)라는 코너에서 "우크라이나 공군은 아브데예프카에서 퇴각한 뒤 '카브(에어 폭탄)' 투하 적 항공기를 매일 격추한 것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며 "러시아 군사 블로거(텔레그램 채널/편집자)들은 이 수치가 크게 부풀려져 있다고 반박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월 17일~3월 2일 러시아 항공기 15대를 파괴했다고 발표했지만, 미 NYT는 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썼다. NYT는 OSINT(공개 정보)를 분석한 서방 군사 전문가들과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 "Su-35 전폭기 2대와 A-50 정찰기 1대의 격추만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며 런던 RUSI(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 "격추 횟수를 부풀리는 것은 공중전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브롱크 연구원은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달간 대공 방어시스템을 숨기는 '매복 작전'을 펴왔으며,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허위 발표가 발각되기도 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니콜라이 올레슈크 공군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지난 1일 러시아 Su-34 전폭기를 격추했다"고 2일 발표했다. 들판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영상도 첨부하며 "추락이 육안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지난 2월 28일 유튜브에 올라온, 들판의 풀을 태우는 영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타간로그에서 마리우폴까지 차량을 운전하고 간 한 운전기사가 찍은 평범한 영상에 불과했다.

2월 28일 유튜브에 올린 평범한 영상이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마리우폴 스포르치프'에 의해 조작되더니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이 이를 Su-34 전폭기 격추 순간이라고 주장했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원래의 영상이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마리우폴 스포르치프'(Маріуполь спротив)에 의해 오디오를 제거하고 로고를 붙이는 방법으로, Su-34의 격추 영상으로 조작됐고, 이를 또 올레슈크 사령관이 격추 순간이라며 공개한 것이다. 물론, 마리우폴 스포르치프 채널은 조작 사실이 들통나자 사과했다. 

하지만, 올레슈크 사령관은 러시아 전투기에 대한 공격 사실을 기자들에게 또 알리면서, 문제 영상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정보 전쟁의 전사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문제의 영상에 대해 너무 비판하지 말아달라는 호소였다. 

이 가짜 영상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러시아 전투기 격추 발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군 공식 사이트는 즉각 "우크라이나 측의 격추 발표는 대부분 가짜 뉴스"라며 "아브데예프카 함락이후, 우크라이나의 사기 진작을 위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가짜 영상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 공군이 지금까지 (최소 사흘간) 격추했다고 발표한 러시아군 항공기는 단 한 대라는 사실이다. 이전 같으면 최소 3개 이상의 격추 발표가 나왔을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실제로 '에어 폭탄'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대공 방어 시스템을 최대한 최전선에 가깝게 배치했을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러시아 전폭기와 우크라이나 방공망 사이의 숨바꼭질 같은 싸움을 계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객관적으로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최전선에 가깝게 배치된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도 그만큼 러시아군의 공격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측은 인정하지 않지만, 러시아제(소련제) S-300 방공망과 패트리어트 방공망의 파괴를 보여주는 러시아군의 영상이 최근 증가했다. 미국 포브스지는 지난달 말 자포로제(자포리자) 전선에서 '나삼스(NASAMS) 방공 시스템'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또 하나 불리한 점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 재고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제 방공 미사일은 이미 오래 전에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했고, 미국도 지난해 12월 말부터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이 곧 바닥날 것이라는 게 포브스의 전망이다.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도 3월 말이면 다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군은 방공미사일의 완전 소진 전에 미국의 군사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곧 도착할 F-16 전투기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3월 말까지 미국의 군사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방공 미사일 발사 횟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이 러시아의 '카브'에 더 많이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울한 소식이 전해질 즈음,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은 크림반도 케르치 해협 주변에서 수상 드론 '마구라 V5'를 동원해 러시아 초계함 '세르게이 코토프'함을 사실상 침몰시켰다고 5일 발표했다. GUR는 "전날 밤(4일 밤, 5일 새벽)에 정보총국 산하 특공부대 '그룹 13'이 세르게이 코토프함의 선미와 우현, 좌현을 '마구라 V5'로 공격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세르게이 코토프함이 우크라이나 수상 드론에 피격된 모습. 선미쪽에서 불꽃과 연기가 나고 있다/영상 캡처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알렉산드르 코츠도 "세르게이 코토프함은 이미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수상드론의 공격 대상이 됐다"며 "지금까지는 드론 공격을 잘 격퇴했으나, 이번에는 수상 드론 한 대가 선미를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이 초계함에 탑재된 공격및 수송용 헬기 Ka-29도 파괴됐다고 드미트리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이 주장했다. 그는 이번 드론 공격은 함정과 헬기를 동시에 날려버린 소위 '일타 쌍피'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했다. 

이 공격으로 인근의 크림대교는 이날 밤새 통행이 차단됐고, 5일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개통됐다. 러시아 한 텔레그램 채널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를 겨냥해 공중과 해상으로 드론 공격을 가해왔다"며 "그 와중에 크림대교를 방어하는 '세르게이 코토프'함이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폭발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있다. 

러시아군 방공망이 작동하는 가운데, 큰 폭발 장면이 목격됐다/영상 캡처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은 “러시아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 점령의 상징”이라며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에 상주할 수 없다"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달 14일 수상 드론을 동원해 크림반도 해안에서 러시아 군의 대형 상륙함 ‘체사르 쿠니코프’함을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등 러시아 흑해 함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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