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포석 조명희 선생의 친손 '파벨 조' 캐피탈그룹 회장을 수배했다. 왜?
키르기스, 포석 조명희 선생의 친손 '파벨 조' 캐피탈그룹 회장을 수배했다. 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3.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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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抱石) 조명희(1894∼1938)의 손자이자 러시아 부동산 업계의 큰 손인 파벨 조(62) 캐피탈그룹 이사회 의장(회장)이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현지 '조직 폭력배'의 거물인 캄치 콜리바예비(러시아어로는 Камчы Кольбаевый)의 불법적인 재산 증식에 관여하고 횡령한 혐의다.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안보위원회는 12일 파벨 조를 수배하는 한편, 옛 소련권(CIS)의 국제 수배 명단에 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안보위는 지난해 10월 수도 비슈케크에서 체포작전 중 피살된 콜리바예비의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하던 중 파벨 조의 불법 혐의를 포착했다. 콜리바예비는 키르기스의 또다른 범죄조직 대부인 친기즈 주마굴로프프 암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현장에 간 파벨 조 회장(왼쪽)/사진출처:홈페이지

파벨 조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콜리바예비와 그의 범죄 조직 '아짐 로이가 현지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는데 자금을 지원하고, 횡령했다는 것이다. 

콜리바예비는 지난 2012년 미국에 의해 '마약왕'으로, 2017년에는 미국이 선정한 구소련권 '범죄 조직' 두목 10명에 포함될 만큼 거물급이었다. 미국은 그가 국제 범죄조직과 결탁해 마약 거래와 인신 매매 등 불법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키르기스 현지의 살인과 폭력, 갈취, 불법적인 부동산 개발및 취득 등 범죄행위와는 또다른 차원이다.  

파벨 조가 이끄는 러시아 '캐피탈그룹'은 1990년대 초반부터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상업용과 고급 주거용 부동산 건설과 도시 재개발, 호텔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다. 파벨 조는 지난 1993년 에두아르드 베르만과 블라디슬라프 도로닌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를 창업했으나, 2014년 두 사람과 결별하고, 혼자 회사를 이끌고 있다. 

포브스지 러시아판은 2020년 파벨 조는 모스크바에 30개 이상의 빌딩을 건설한 '캐피털그룹'의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의 회사는 모스크바 고급 주택시장의 최소 30%를 점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캐피탈 그룹'은 지난해 5월 자동차 수리공장들이 모여있던 모스크바 북부 바고노레몬트(Вагоноремонт) 산업단지의 재개발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또 러시아에 약 180개 매장이 있는 약국 체인 '스톨리치니예 아프테키'도 소유하고 있다. 캐피탈 그룹의 2020년 수익은 420억 루블에 이른다. 

파벨 조는 독립운동가 조명희 선생의 손자다. 위키피디아 러시아판은 파벨 조 회장의 가족을 다룬 코너에서 일본 간첩의 누명을 쓰고 총살당한 할아버지 조명희를 '한국의 작가'로 소개했다. 선생은 1921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친일파를 응징할 목적으로 조직된 의권단(義拳團)에서 활동했으며, 귀국 후에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에 참여했다.

조명희 선생/사진출처:국가보훈처

일제의 탄압을 피해 1928년 8월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간 선생은 민족신문 ‘선봉’지의 주필과 소비예트 문사동맹 원동관리부 조선인 지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시와 소설을 창작했다. 그러나 1937년 9월 18일 하바로프스크에서 ‘일본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소련 비밀경찰에 체포돼 이듬해 5월 11일 총살당했다. 그 전까지 그는 '낙동강', '짓밟힌 고려', '녀자공격대'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외에서 항일 독립의식을 심었다.

조명희 선생은 1956년 7월 20일 소련 극동군관구 군법재판소에 의해 사후 복권됐으며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에게는 ‘항일투쟁영웅 59인’의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9년 조명희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주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식. 이 자리에서 포석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국장이 차남에게 수여됐다/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5월에는 조명희 선생의 한국 최초 창작 희곡집 '김영일의 사' 발간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충북 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에서 열렸다. 포석의 종손은 충북 청주시에 본사를 둔 동양일보의 조철호 회장이지만, 러시아(소련)에서도 포석의 자손들이 각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거나 활약 중이다. 파벨 조는 그중의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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