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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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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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다시 러시아를 향한 관광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스크바도 아직 쌀쌀하지만, 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 엊그제는 꽃샘추위로 눈이 내렸다지만, 그것은 그냥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여행객을 부르는 여행안내는 여행사마다 초봄에 이뤄진다. 그렇게 만들어낸 여행기 중 하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런던에서나 봄직한 더블데커 2층 좌석에 몸을 파묻고 핏빛으로 물드는 낙조에 넋을 놓고 말았다. 낯선 풍경과 흉흉한 소문 때문에 긴장이 덜 풀려 첫날 저녁은 숙소에서 얌전히 푸시킨 단편집 `벨킨 이야기` 중 `눈보라`를 펼치기로 했다.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스비리도프가 작곡한 아리아 앨범 `눈보라`도 틀었다. 사실 지금까지 필자에게 러시아는 `무섭고 어두운 나라`였다. 그러나 `눈보라` 아리아 중 `로망스`를 배경으로 푸시킨의 `눈보라` 한 장면을 낭독해 주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뒤 내 마음 속에는 눈보라치는 설원 위를 달리는 마부의 `하악 하악` 가쁜 숨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사실 봄이 되면 달라지는 게 햇살보는 날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깃들면 아 이제 살만한 날들이 시작되나 보나 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대표적인 계획도시다. 유럽에서 유학 생활을 한 표트르 대제는 유럽 문화에서 큰 영감을 얻어 예술 도시를 조성하기로 결심한다. 1703년 네바강 삼각주에 `표트르 도시`라는 의미를 가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착공에 들어갔을 때 도시 개발 기반이 된 곳이 바로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다.

수도 방어를 위해 높이 12m, 두께 4m로 튼튼하게 건설된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혁명기에 역으로 벽 안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닌 벽 안에 사람을 가두는 임무를 수행한다. 한때 혁명가는 물론 도스토옙스키와 고리키 등 대문호를 감금하는 감옥으로 이용된 어두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벽에서 네바강 쪽으로 열린 문틈으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감옥수가 네바강 수면 위를 흐르는 햇살을 보는 순간이 그의 마지막 날을 뜻한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역시 문화의 도시다. 미술 박물관으로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하는 에르미타슈 박물관이 대표적.

사실 이 박물관은 개헌군주 예카테리나 여제의 겨울궁전 일부다. 여제가 가까운 사람들과 소소하게 작품을 감상하려는 목적으로 건설한 이 건물은 차분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에르미타슈(은자의 방)`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정작 규모는 거대하다. 박물관 작품 수가 300만개에 가깝다고 하니 그 자체로 러시아가 얼마나 강국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에르미타슈의 세계 명작 중 프랑스 대표 야수파 화가인 앙리 마티스의 `춤`은 한 벽을 다 차지할 정도로 큰 작품이다. 선은 간결하되 색이 강렬한 마티스 작품은 개성 강한 러시아의 예술혼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이곳의 모든 작품을 1분씩만 관람해도 5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데….

러시아 황제쯤 되면 겨울과 여름을 나는 방법이 달랐을 것이다. 고르바초프도, 옐친도, 지금의 푸틴도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소치에 머문다. 사실상 여름크렘린(궁전)이다.

과거에는 여름궁전 자체가 존재했다. 에르미타슈 박물관에서 300㎞ 거리에 위치한 여름궁전은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다. 그 화려함은 입을 못다물게 한다. 여름궁전 분수가 내려다 보이는 난간에 서면 하늘과 바다, 하늘을 간질이는 분수, 금빛 조각상이 지상 최고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거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미적 가치를 봐도 인간이 아닌 신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왕족들이 여름에 이곳에서 시원한 하늘빛과 흩뿌리는 분수 물줄기에 익숙하지 않은 더위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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