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의 유학일기(5)-이즈마일로프에서 허탕치다
재원이의 유학일기(5)-이즈마일로프에서 허탕치다
  • 이재원
  • ljw0302@hanmail.net
  • 승인 2005.03.0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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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월요일

어제는 일요일인데도 모스크바답지 않게 너무 따뜻해서..눈이 녹아 땅이 질퍽거리고.. 눈이 오는 게 아니라 눈비가 내려서 집에 있었다. 그리고 이즈마일로프 시장에 갔다.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탓으로 기억이 별로 안나는데, 이전에 모스크바 살 때 자주 갔던 곳이다. 엄마가 마뜨료쉬카, 판화 그림, 고서적, 각종 기념품 샀던 곳인데, 바깥에 있느니 엄청 춥다.

그런데 춥다고 했는데도 재설이는 부츠신고 치마입고 나갔다가 추워서 벌벌 떨었다. 모스크바와 달리 서울에는 추워도 멋 부린다고 단추 지퍼 안 잠그고 그러는데..모스크바엔 그러다가 미친 년 소릴 듣는다.

모스크바 여성들은 바깥에 나다닐 때는 외투에 모자에 부츠에 중무장을 하지만, 실내에 들어가면 바로 멋장이로 변한다. 외투를 벗고 부츠를 벗고 미니스커트에 단화 싣고 화려한 브라우스 입고 즐기잖아. 그게 모스크바 겨울의 멋이다. 서울은 아예 바깥에 나다닐 때 춥거나 말거나 미니스커트에 ㅋㅋ

서울과 모스크바간의 문화의 차인가? 날씨 혹은 계절의 차인가 모르겠다.
하여튼 재설이는 서울에서 온 아이처럼 멋내려다가 엄청 떨었다.

월요일이라 웬지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토 일요일 장사하고 월요일엔 문을 많이 닫는 바람에 허탕치고 왔다. 맛있는 샤슬릭 파는 데도 있는데 헛걸음만 했다.

25일 화요일

모스크바에서 지하철 역 예쁘기로 유명한 곳이 집에서 가까운 빠르크 빠베드(승리 공원)역이 있는 공원에 가기로 했다. 웅장한 조형물을 자주 보고 다녔지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가족이 함께 모스크바 살땐 늘 자동차를 타고 다녀서 지하철 역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 빠르크 빠베듸도 늘 자동차 안에서 본 곳이다.

모스크바에서도 휴대폰으로 날씨를 알아볼 수 있는데, 오늘은 낮에도 영하 8도 에서 11도까지 나왔다. 진짜 추운 날이다. 특히 빠르끄는 더 추울 테니.. 눈도 많이 내렸다.

아를뇨욕 호텔 앞에서 빠르끄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거 탈려고 열심히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질 않고..눈을 쏟아지고 한참 기다리다 결국 포기했다.

대신 눈을 배경으로 사진찍고 놀았다. 몸이 꽁꽁 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지. 전에 짜리찌노 공원에서 아빠랑 스키타고, 사진 찍고 하던 때가 생각났다. 한참 그렇게 놀다가 몸이 꽁꽁 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13층에 있던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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