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의 유학일기(6)-나도 때론 한국 과자를 먹고 싶다
재원이의 유학일기(6)-나도 때론 한국 과자를 먹고 싶다
  • 이재원
  • ljw0302@hanmail.net
  • 승인 2005.03.1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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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5일 화요일

동생 재설이가 들고 온 러시아 여행 책을 뒤적이다가 집에서 가까운 빠르끄 빠베뒤(승리공원)을 가기로 했다. 학기중에 친구들이 그 지하철역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했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거기엔 2차대전 기념관도 있고, 하긴 오는 5월 승전의 날엔 노무현 대통령도 온다고 했으니… 그때 아르바이트라고 해얄텐테..

휴대폰으로 날씨를 알아보니 진짜 춥다고 한다. 영화 8도에서 영화 11도. 밖으로 나오니 춥기도 하고 눈도 내린다ㅠㅠ

아를료뇩 호텔앞에서 빠르끄 빠베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거참, 아무리 기다려도 오라는 버스는 안오고..춥기만하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눈은 내리고, 안개 같은 건 심하게 껴서 앞은 잘 안보이고.. 이런 날 거기 가봐야 별 수 있을까 싶다. 그런 기분으로 공원 가는 걸 포기했다.ㅠㅠ

대신 집주변에서 놀기로… 결국 카메라 삼각대 세워놓고 사진찍고 눈싸움도 하고 오~ 오랜만에 눈싸움을 하니 온몸이 꽁꽁 얼었다.

인터넷이 없으니 참 불편하다. 요즘 여기도 인터넷으로 공연 표구하고 먹을 것 주문하고 그러는데…그래서 몸이 따뜻해지자 PC방에 가기로했다. 근데 오늘따라 일진이 안좋은지 싸이월드 사이트도 안열리고, 친구들에게 물어볼 것도 있는데 확인도 못했다. 정기점검중이래나 어쩐대나.

암튼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가고 싶은 공원에도 못갔고, 사이버상으로도 할일을 제대로 못했다.

27일 수요일

동생이랑 아침 일찍 일어났다. 원래는 모스크바에서 쉬꼴라 다닐 때 선생님이었던 라리사 야코블레브나와 만나서 모스크바 구경다닐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다음으로 미뤘다. 라리사도 재설이가 왔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워한다.

대신 둘이 유가 자파드나야에 있는 피씨방으로 가려고 집을 나서니 우와!! 무지 춥다. 거리에 있는 온도계엔 영하 18도가 찍혔다. 진짜 춥다. 이게 모스크바의 겨울인가 싶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택시를 탔다.

PC방에서 아빠랑 오랜만에 MSN을 하는데, 아빤 너무해 ㅠㅠ 재설이랑 대화를 하고싶어하니까. 나도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ㅠ

어째 가만히 보면 재설이가 유학온 애같고 내가 동생보러 온 것 같다. ㅋㅋ 라면 먹으면서도 "엄마 김치 먹고 싶어" "뭐 먹고 싶어 뭐 먹고 싶어" 하질 않나. 아껴먹어야 할 한국 과자를 보면서 "나 먹고 싶어" 하면서 탐내질 않나 암튼 이상한 애다. 아니, 내가 이상한 건가. 여기에 살았더니..
나도 먹고 싶은 건 많은데, 표현력이 줄어든 건가? 표현을 안하는 건가? 아예 포기한 건가? 암튼 오늘따라 엄마 아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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