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메드베데프 체제 12년이면 '해외 망명이 더 낫다"
푸틴-메드베데프 체제 12년이면 '해외 망명이 더 낫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10.03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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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ora-valit.livejournal.com

(러시아를) 떠날 때가 됐다!는 사이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푸틴 총리의 권좌 복귀로 푸틴-메드베데프 체제의 장기 집권에 넌더리가 나기 때문.

미 뉴욕 타임스는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역할 ‘맞교대’ 선언 뒤 ‘탈러시아’를 고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푸틴-메드베데프 체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상에서도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떠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두고볼 일이다.

러시아의 한 잡지 여성 편집자 예브게니야 로바체바(31)는 푸틴 총리가 12년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란 소식을 접한 뒤, 더 이상 러시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고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말했다. 12년이라면? 내 나이 43세인데, 인생은 한 번인데, 그때까지 무슨 낙으로 살라구요? 란다.

이 신문은 "많은 러시아인들이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모국에 대한 충성 포기 선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많은 러시아인들이 나라 밖으로 이민을 떠난 것과 맞먹는 집단 탈출이 조만간 시작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경고한다. 현살회한다면 옛소련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초반에 이어 ‘6번째 이주 물결’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고학력자들 사이에서 3배 가량 높게 나타날 것이다.

러시아 지식인들이 희망을 버린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정치학자 드미트리 오레쉬킨은 “(옛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에 사람들은 마침내 자유를 얻었고 러시아가 정상국가가 됐다고 믿었지만, 푸틴의 (집권) 10여년 동안 (이런 환상에서) 깨어났다”고 이를 설명했다. 언론 자유는 통제됐고 고위관료나 재벌(올리가르흐) 자녀가 아니면 출세도 요원할 만큼 사회가 불투명하다.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레프 구드코프는 이 신문과 회견에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러시아 사회를 지배한다"며 "전망은 불확실하고 사람들의 분노는 커지며 사회가 정체될 것이라는 인식도 퍼져 나간다"고 진단했다. 구드코프 소장은 또 "현재 연 5만명 선에 불과한 탈러시아 인구가 앞으로 연 10만~15만명선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랏일엔 무관심하고 개인의 사생활에만 몰두하는 ‘내적 망명’(internal emigration) 상태가 나타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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