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치타~이르쿠츠크 구간(1) - 바이칼호로 떠나다
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치타~이르쿠츠크 구간(1) - 바이칼호로 떠나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8.16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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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를 자동차로 횡단하는 여정에서 '난코스'라 불리는 하바로프스크~치타 구간을 지나면 바이칼호 물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치타에서 Р258«Байкал»(바이칼) 국도(2017년까지는 M55 국도라고 했다)를 타면 바이칼호 동쪽의 중심도시 울란우데에 도착하고, 바이칼 호수 남쪽을 따라 더 달리면 이르쿠츠크에 닿는다. P258의 총 연장도 1,100km가 넘는다. 소요 시간도 11시간 안팎. 이전의 M58 아무르 국도와 마찬가지로 숲이 울창한 산악지대를 넘나들기에 비교적 난코스에 속한다.

국내 자동차 여행객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호(이르쿠츠크)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걸 1차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시간과 비용 때문이다. 

바이러시아는 시베리아 자동차 횡단의 3번째 구간 치타~이르쿠츠크 정보를 시리즈로 엮는다. 바이칼 호수가 러시아에서도 인기 관광지인 탓인지 러시아 전역에서 바이칼호수로 가는 자동차 여행기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첫번째 주행기는 www.drom.ru에 실려 있는 '(아무르주) 블라고베쉔스크에서 닛산 X-트레일을 타고 바이칼가기'(Из Благовещенска на Байкал на Nissan X-Trail)라는 글이다. 블라고베쉔스크는 하바로프스크~치타 국도가 지나는 아무르주의 주도다. 굳이 P258 국도의 주행기만 뽑아내 실을 이유가 없어 전재한다. 글쓴이는 지금부터 약 2년전인 2017년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여행한 뒤 썼다고 했다. 

다음은 번역문(일부 요약)

2017년 7월 25일 아침, 두 사람(드미트리와 인나)는 이르쿠츠크를 향해 출발했다. 이런 자동차 여행은 처음이라 핵심적인 사항은 미리 챙겼지만, 전체적으로는 느긋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고자 했다. 비록 일정이 제한되어 있으나, 서두르지는 않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대도시(치타, 울란 우데 및 이르쿠츠크)에서 일단 머물고, 이볼긴스키 다짠 Иволгинский дацан (부리야트 공화국에 있는 불교 사원) 은 방문하되 나머지는 그냥 즉석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 여기서 부리야트 공화국 표기를 한번 살펴보자. 소련 시절에는 Бурятия(부랴티야) 혹은 Бурятская ACCРеспублика (부리얏스까야 리스뿌블리까)였다. 그래서 우리는 브리야트 자치공화국이라고 표기했다. 소련이 붕괴한 뒤에 현지에서는 부랴티야로 쓴다. 아쉽지만 우리도 이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랴티야 공화국'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는 텐트, 매트리스, 가스 버너를 갖고가서 자연 속에서 밤을 보내려고 했으나, 여름 날씨로는 비정상적으로 추워 계획을 바꿨다. 첫날 밤, 텐트는 물론이고 차 안에서 자는 것도 대안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차안에서 밤을 새는 건 문제가 없다. 닛산 X트레일은 이미 두번째 집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로변의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첫번째로 차를 멈춘 곳은 마그다가치 Магдагачи(아무르 주의 도시) 쪽에 있는 777 카페. 그곳에는 집이 3채가 서 있는데, 하나는 샤워장과 화장실, 다른 하나는 카페, 마지막은 모텔이다. 주변에 넓은 주차장도 있어 장거리를 뛰는 차량의 경우, 차 안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다. 음식은 꽤 괜찮고 가격은 합리적이다. 

아직 낮이어서 여기서 밤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가능한 한 멀리 가서 잠잘 곳을 찾기로 했다. 시속 90~100km의 속도로 하루 800~1200km는 갈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게 달렸다. 중간에 기름도 넣었는데, 극동지역의 싼 가격 휘발유는 시마노프스크 Шимановск(아무르주의 도시) 어딘가에서 끝나고 치타를 넘어가야만 휘발유 가격이 또 저렴해진다. 

일반 주유소가 없는 경로도 있다. 곤좌 Гонжа (아무르주 마그다가치의 한 마을)에서는 자동차 뿐만아니라 비상 용기에도 기름을 채워놓는 게 좋다. 아무르 주 마지막 로스네프트(국영 석유회사) 주유소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유소가 있긴 해도 로스네프트 다음 주유소는 치타에 있다. **러시아에서 로스네프트 주유소란 우리의 SK나 GS주유소라고 보면 된다.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를 즐기며 달리다 보니, 저녁 무렵에 아무르 주와 자바이칼 주의 경계선에 도착했다. 주 경계석 앞에서 사진도 찍고 자동차 앞 유리에 가득 붙여있는 벌레들을 제거하는 등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했다. 

사진출처: www.drom.ru

어둠이 깔리자 Подорожник(도시락 혹은 간식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작은 휴게 식당에 멈춰 저녁을 먹고, 몇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을 청했다.

밤엔 추웠지만 아침이 되자 해가 뜨면서 다시 따뜻해졌다. 그리고 지금, 오전 11시쯤에 1차 목적지인 치타에 들어섰다. 치타는 도로 곳곳에 (신호 위반) 카메라가 달렸다는 걸 빼면 조용하고 느긋한 인상을 주는 도시로, 주목할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치타를 천천히 둘러보고 피자로 점심을 때운 뒤 다시 도시를 떠나려고 할 즈음에 흥미로운 불교 사원을 발견했다. 치타 다짠 Читинский дацан (치타에 있는 불교 사원)이다. 그곳으로 차를 돌렸다. 먼 길을 가는 여행객들에게 원기를 북돋워주는 고즈녁한 분위기 속에서 사원을 시계 방향으로 돌고(불교식 전통이라고 함), (티벳 불교의) 원통도 돌리고, 소나무 그늘에서 휴식도 취했다.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찾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 더욱 좋다. 

지금까지 달려온 하바로프스크~치타 도로 P-297(M 58)에서 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P-258(M 55) 국도를 따라 길을 재촉한다. 도로의 상태는 좋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2015년 이후 2년만에 다시 달리는 길인데, 많은 지역이 정비됐고, 새로 아스팔트가 깔린 곳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치타~울란우데(2번째 목적지, 브랴티야 공화국 수도) 도로에는 여전히 상태가 나쁜 구간이 많다. 

저녁까지 그냥 달렸다. 짧게 비가 두어차례 내렸고, 뒤이어 뜬 무지개가 창문 밖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작은 간이 식당 근처에서 차를 세웠지만, 식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미리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 주변을 빙빙도는 떠돌이개에게도 나눠줬다.

부랴티야 공화국 표지판
도로변 숙소/사진출처: drom.ru

부랴티아 공화국으로 들어가서는 2층짜리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식당과 카페, 잠자리가 함께 있는 작은 호텔이다. 도로변 숙소로는 깨끗한 편이었다. 1박에 2000루블(투베드 룸, 3만9천원).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비싼 숙소였다. 주차장도 구비하고 있어 1층 카페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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