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헌츠먼 주러 미국대사 이임, "케르치 사건이 미러 관계 망쳤다?"
존 헌츠먼 주러 미국대사 이임, "케르치 사건이 미러 관계 망쳤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10.03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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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회견서 "우크라이나 해군함정 나포사건으로 미러정상회담 취소, 이후 만남도 수포로.."
이임 영상에 "세계 평화와 안전에 양국관계 중요" "다시 동반자 관계로 돌아갈 것" 확신

존 헌츠먼 주러 미국대사가 2일 약 2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모스크바를 떠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헌츠먼 대사는 이날 임기 마지막 일정으로 지난해 말 간첩 혐의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된 미국인 폴 윌런(48) 면회했다. 윌런은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헌츠먼 대사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윌런을 면회한 뒤 구치소를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헌츠먼 대사, 미러 정상회담 취소 원인 공개/얀덱스 캡처

 

그는 주러 미국 대사관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임 인사 영상을 올려 "나는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동반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양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 시리아 내전 등에서 이미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헌츠먼 대사는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특정 분야에서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매우 열심히 일했다"며 "정말 힘든 일이었으나 이는 필수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세계의 평화와 안정은 미국과 러시아의 건강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고 전제, "우리는 동반자였다가 적이 됐다"며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우리는 양쪽의 대화와 정보의 공유를 위한 통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우리가 동반자일 때나, 적일 때, 혹은 더욱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도 건강한 수준의 상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고 설명했다.

헌츠먼 대사는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에 현지 경제전문지 '코메르산트'와의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끝내 성사되지 못한 뒷이야기도 일부 공개했다. 2018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것은, 그 직전에 발생한 러시아측의 크림반도 부근 케르치 해협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나포 사건 때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더 이상 공개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단 뒤 "푸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등 양측은 정상회담 계획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케르치 해협 나포사건은, 2018년 11월 러시아 국경경비대가 사전 신고 없이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려는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두척과 소속 승조원들을 무력으로 나포한 사건이다. 이 사건 직후 미 백악관은 아르헨티나 G20기간에 갖기로 한 미러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2017년 10월 러시아 대사에 임명된 그는 2005~2009년 주지사를 지낸 유타 주(州)로 돌아가 주지사 선거에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헌츠먼 대사의 후임으로는 존 설리번 전 국무부 부장관이 사실상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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