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베리아횡단열차 - 프리미엄급 열차와 일반 열차를 직접 비교해 보니
뉴-시베리아횡단열차 - 프리미엄급 열차와 일반 열차를 직접 비교해 보니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20.03.0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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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울란우데, 울란우데~노보시비르스크를 달렸다. 첫 구간(블라디~울란우데)은 뉴시베리아횡단열차를 기대하고 프리미엄급 001호 열차 꾸뻬(2층 침대 4인실)를, 두번째 구간은 일반 007호 열차의 1등석(2인실)을 선택했다. 

일반열차(위)와 프리미엄급 열차. 객차 8량과 16량을 단 열차의 움직임은 차이가 크다.

두 열차의 내부 구조와 편의 시설, 서비스 등을 비교하면 프리미엄 급 열차가 비싼 돈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먼저, 달고 다니는 차량 수가 다르다. 프리미엄급은 8량(우편 열차 포함 9량), 일반 열차는 16량(우편 열차 등 다른 특수 목적의 차량을 달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다)으로 편성됐다. 단촐하게 다니는 만큼 빠르고 정차와 출발시 움직임이 부드럽다. 바퀴 소리도 그리 크지 않다. 준비해간 소음방지용 이어플러그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곡선 철로를 주행할 때, 복도에 난 창으로도 힘겹게(?) 끌려오는 후미 차량들이 보일 만큼 일반열차는 길다. 그만한 곡선 주로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프리미엄급 열차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시베리아횡단열차. 16량 이상을 단 일반열차의 모습은 아마 이랬을 것이다. 러시아 관광 자료

열차의 외양으로 두 열차를 구별하기는 힘들다. 프리미엄급 열차에 오르기 전에 "아니, 이게 뭐지?"라고 실망한 이유다. 

그러나 열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프리미엄급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의식하지 못했던 승차용 발판이 일반 열차에서는 눈에 들어왔다. 녹슬고 낡고 헤지고 노후한 철판은 '1등석' 티켓에 대한 기대마저 갉아먹는다.
 

프리미엄급 열차(위)에서는 인식하지 못했던 승차용 발판이 일반열차에서 눈에 띈 이유는, 사진에서 보는 바 그대로다.

열차 내부로 들어서면, 프리미엄급은 조악하지만, 깔끔(?)을 떨려는 노력이 보인다. 판매용 간식거리도 사모바르(뜨거운 물 주전자) 옆에 놓여 있고, 시간과 화장실 사용 여부 등을 알려주는 전자스크린이 통로 끝에 반짝거리고 있다. 

프리미엄 열차의 사모바르 주변(아래)과 전자스크린. 화장실 사용중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반면, 일반 열차는 통로 창문에 달린 커텐부터 촌스럽고 낡았다. 사모바르도 진짜 70년대 식이다. 현지 블로그를 보면 프리미엄급 열차에서는 사모바르 대신 현대식 정수기가 도입됐다고 했는데, 우리가 탄 열차는 사모바르가 입구에 그대로 있었다. 다만 승무원들 방에 작은 정수기와 전자렌지가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보통 열차의 1등석 통로와 사모바르

4인실 꾸뻬와 2인실 1등석을 액면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부 구조와 시설, 분위기가 다르다. 프리미엄급은 친구의 표현대로 '이 정도면 쓸 만하다' 수준이다. 하얀 침대 시트도 승객이 바뀔 때마다 갈아준다. 물론 내일 때 반납해야 한다. 

아래 좌석은 낮에 쇼파로, 밤에는 침대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좌석이다. 낮이고 밤이고 깨끗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이다. 창문도 아래, 위 모두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다. 더운 여름철에 필요한 에어컨도 천장에 붙어 있다. TV도 있다. 

프리미엄 급 꾸뻬 내부. 아래, 위 두개의 창문을 필요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다. 물론 에어컨도, TV도 있다.
낮에 쇼파로 쓴 좌석을 밤에 침대로 만든 모습. 침대 덮개도 따로 준다

일반열차는 2인실이지만, 활용 공간이 엄청 좁아보인다. 침대 사이 공간이 중간 크기의 트렁크를 겨우 끼워넣을 정도다. 낮에도 앉아 있기 보다는 비스듬히 누워있는 게 편하다. 좌석을 움직일 수 없으니 트렁크를 둘 곳도 마땅치 않다. 프리미엄급에서는 아래 좌석을 세운 뒤, 그 공간을 이용해 좌석 밑으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일반열차 1등석 내부. 좌석은 움직이지 않아 늘 이런 상태다. 

공간 활용도도 크게 차이가 난다. 프리미엄급의 경우, 아래 좌석의 등받이 뒤에 사물함이 숨겨져 있다. 세면도구 등 잡다한 것들을 넣은 뒤 닫으면 감쪽같다. 우리도 뒤늦게 그 존재를 알아냈다. 

일반열차에서는 선반형으로 되어 있는데, 4인실 꾸뻬에서도 그만한 공간이 나올지 모르겠다. 2인실이니 공간 활용을 넉넉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프리미엄급 열차 좌석의 등받이를 열고 그 안에 잡다한 물건을 넣어두면 된다. 이 사물함의 존재도 뒤늦게 알았다. 
일반열차 1등석 2층 선반에 트렁크를, 침대위에 설치된 선반에는 모자와 장갑 등을 얹어두었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객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게 바로 세면장이다. 프리미엄급에는 누르면 일정 시간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형이고, 일반열차는 밑에서 손으로 밀어올려야 물이 졸졸 흐르는 옛날 방식 그대로다. 그러니 물을 쓰기 위해서는 한 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골프공으로 세면대 배출구를 막아놓고, 물을 충분히 받은 뒤에 뭔가를 해야 했다. 

반면, 프리미엄급 열차에는 수도꼭지를 누르고 양손으로 세수를 할 수 있다. 물이 나오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니,아마도 여성들은 누르고, 또 누르고, 또 또 ... 해야 할 것 같다.
 

위는 프리미엄급 수도꼭지, 누르면 물이 나온다. 아래는 손으로 아래를 밀어올려야 물이 흐르는 옛날 방식

프리미엄급 세면대라고 해도, 우리 식으로는 불편하다. 하루 한번씩 샤워장 유료 이용을 권한다. 150루블(3천원)이다. 

기내 서비스도 꾸뻬와 1등석이라 직접 비교가 힘들다. 보통 열차 꾸뻬에도 서비스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없지 않을까? 프리미엄급 열차에서는 서비스 품목에 물과 물티슈, 과자, 1회용 숟가락 나이프 포크 등이 들어 있다. 슬리퍼는 좌석 위에 미리 배치돼 있다. 

보통열차에서는 아마도 1등석이라 제공하는 서비스일 것 같다. 슬리퍼와 1회용 세면도구, 물티슈 등이 든 조그만 박스를 하나씩 나눠줬다.

프리미엄급 열차 서비스(상)와 보통열차 1등석 

열차내 서비스 식사도, 프리미엄급에서는 '꾸뻬' 이상 승객에게, 일반열차는 1등석 승객에게 제공되는 듯하다. 식당 여 승무원이 꾸뻬로, 1등석 자리로 직접 배달한다. 열차 승무원이 미리 와서 2개의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메뉴들을 러시아말로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으니, 대충 처음 것을 골랐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물론 수프는 또 따로 골라야 한다. 

일반열차 1등석 배달 식사
프리미엄급 열차 꾸뻬 배달 메뉴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시 어떤 티켓을 구입할 것인가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굳이 추천한다면, 젊은 여행객들은 프리미엄급 6인실(쁠라쯔까르뜨)를, 나머지 여행객들은 프리미엄급 꾸뻬를 권한다. 지금까지 읽고 들은 '고생담(?)'과는 조금 다른 뉴-시베리아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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