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루블화 추락이 본격화하면 모스크바 집값은 어떻게 될까?
저유가로 루블화 추락이 본격화하면 모스크바 집값은 어떻게 될까?
  • 송지은 기자
  • buyrussia3@gmail.com
  • 승인 2020.03.17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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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경제위기 이후 집값은 루블화 표시 가격으로 30% 오른 상태
공급 부족 등으로 지난 2월에도 상승, 3월에는 더 오를 듯 - 언제까지?

'경제위기와 함께 국제유가가 폭락하면 모스크바의 집값은 2~4개월의 시차를 두고 떨어진다'는 통계적 흐름을 얼마 전에 기사화했다. 러시아가 지난해까지 직면했던 경제난은 지난 2014년에 시작된 것으로, 국제유가의 추락이 뒤를 이으면서 위기감은 2015~2016년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러시아의 집값은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탔을 게 분명하다.

수도권 신축아파트 가격의 인상은 기록적/얀덱스 캡처

그렇다면 모스크바의 현재 집값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신축 아파트(주택) 분양 가격은 2014년 이후 32% 상승했다. 2014년은 가장 최근에 경제위기가 닥친 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이유로 미국 등 서방측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국제유가의 추락이 겹치면서 경기 침체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집값은 2016년 2월까지 달러화 가치로 따지면 55%, 루블화 액면가로는 15~17%가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가 달러당 40% 가까이 추락하면서 겉으로는 덜 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물가치로 따진 하락 폭은 거기서 거기다.

루블화 가치 하락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2013년 12월 모스크바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13만5,300루블(현재 루블화 가치로 평당 약 800만원)이었으나, 지난 1월에는 17만8,600루블(약 1,000만원)로 올랐다. 2월에도 오름세는 지속됐다. 

모스크바시 외곽의 신도시 개발현장/사진출처:트위터 
부동산 중개업체 찌안의 홈페이지

러시아의 유력 부동산중개업체 '찌안' (ЦИАН)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 경계선상의 구시가지 분양 가격은 21만7400루블(평당 약 1,300만원)로 전달에 비해 1.6% 올랐다. 모스크바 남쪽 시외곽의 신도시는 13만7200루블(약 800만원)로 2%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구시가지는 8.4%, 신도시는 16.9% 올랐다고 한다.

신도시의 가격 상승 폭이 큰 것은 모스크바 도심으로 바로 연결되는 도심관통열차(МЦД) 1, 2호선이 지난해 개통됐기 때문으로 '찌안'은 분석했다.

모스크바 시 남쪽의 신도시 개발 현황(위쪽의 원형 모양이 모스크바시). 144~148ha의 부지에 25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현지 언론 캡처 

여기서 주목할 것은, 2월의 모스크바 집값은 국제유가를 30달러 밑으로 굴러 떨어지게 만든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저유가 전쟁'이 벌어지기 전의 가격이라는 사실이다. 루블화 가치도 함께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집값은 출렁거릴 게 분명하다.

당장 3월에는 집값이 저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겠지만, 3사분기로 넘어가면 '유가 폭락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그 사이에 유가가 안정된다면, 또다른 시나리오로 전개될 것이다.

2014년 1사분기 이후 국제유가와 집값의 변화현황 - 빨간 선은 분양가격, 파란 선은 주택매매가격, 회색 선은 국제유가 흐름을 나타낸다. 왼쪽 축은 평방미터당 가격(루블), 오른쪽 축은 배럴당 유가/ 자료 출처:РБК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 2월까지 공급 부족 상태에 처해 있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오랜 경제난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모스크바 아파트 개발업자들은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고 한다. 지난 2월만 해도 신규분양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한해(2019년 3월~2020년 2월)를 따져보더라도, 모스크바 신규 분양 물량은 4만7200여채로 2016년 10월(4만6700채) 이래 가장 적었다. 아파트 개발업체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실수요자 감소를 이유로 아예 시공및 건설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유든 과정과 결과는 어차피 똑같다. 

앞으로의 집값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저유가 전쟁'에 따른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고, (루블화 표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유가 하락으로)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본다. 그 기간이 핵심이다. 실수요자들에게는 구입 타이밍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체 '찌안'과 '렉시온 디벨로프먼트'사 측은 3월에는 분양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17%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다른 중개업체 '메트리엄'의 관리 담당 마리야 니티네츠카야는 "달러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루블화 표시) 집 값도 따라 오를 것"아라고 내다봤다. 수입 건설자재 등 건설 원가가 증가하고, 금융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당연해 보인다.

중개업체 '베스트 노보스트로이'의 영업 담당 이리나 도보로호토바는 "경제적 충격이 없었던 한달 전만 해도 분양가가 5~7%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제는 인상 폭을 10~12%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연히 반론도 있다. 상업은행들이 아파트 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잇따라 인상(유니크레딧뱅크와 트란스캐피털뱅크는 이미 1.5포인트 인상) 하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집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좀 더 길게 보면, 유가폭락에 따른 집값 상승은 일시적이고, 어느 순간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봐야 한다. 1998년과 2008년, 2014년 세차례 러시아 경제위기(국제유가 폭락)을 거치면서 러시아 부동산 시장이 얻은 학습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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