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의 진실-중) 러시아군 패배는 서방측 희망 사항? 군사작전의 목표 달성이 눈앞에
(우크라 전쟁의 진실-중) 러시아군 패배는 서방측 희망 사항? 군사작전의 목표 달성이 눈앞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6.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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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포기하고 돈바스 공략에 집중 - 상대 진영 초토화 뒤 진입으로 작전 변경
돈바스 + 우크라 남부 지역 장악 성공, 현지의 러시아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상편에서 계속>

우리가 기억하는 주요 전쟁을 한번 되짚어 보자. 2차대전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이 벌어졌지만, 우리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대규모 전쟁이다. 기자로서도 기억나는 전쟁은 대충 1991년 걸프전쟁 때부터다. 당시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몰아내는 게 목적인 '사막의 방패작전'을 수행했고, 이후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고 친미 정권을 세우는 '이라크 해방작전'을 벌였다.

'아프간 전쟁'은 야만적인(?)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탈레반의 승리로 끝났다. 취재차 직접 현장에 가본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내전과, '화약고'로 불린 코소보 사태는 민족및 종교 분쟁을 끝내기 위해 나토군이 세르비아(혹은 세르비아계)를 대대적으로 공습한, '강자의 힘에 의해 끝난' 전쟁이었다. 그 때문에 세르비아는 나토에 대한 묵은 감정이 깊다. 유럽연합(EU) 후보국 지위를 얻은 세르비아가 EU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세르비아는 결코 러시아를 제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이유다. 

진격하는 러시아군 탱크/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이런 전쟁들은 그 목적이 뚜렷하고, 얻어낸 성과도 분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좀 혼란스럽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군사작전의 목적과 성과를 서방 정부나 외신이 믿어주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신들이 과거에 치른 이라크, 리비아, 아프간 전쟁과 동일시한다. 제국주의 성향을 지닌 푸틴 대통령이 친서방의 젤렌스키 정권을 친러 정권으로 교체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개시했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개전 시작부터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비나치화가 필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비무장화와 비나치화를 크게 보면 '정권교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번 군사작전으로 얻으려는 목적은 지도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가 있다. 

지도에서 러시아계 인구비율이 높은 곳이 돈바스 지역, 즉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다. 또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다. 우크라이나계와 러시아계 인구 비율이 비슷비슷한 곳이 루간스크주 위쪽의 하르코프(하리키우)주와 도네츠크주 아래 쪽의 자포로제주, 그리고 가장 왼쪽의 오데사주다. 그 사이에 헤르손주와 니콜라예프(미콜라우)주가 있다. 지도에서 보면, 돈바스와 크림반도와 육로로 이어려면 헤르손주의 장악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오데사주와 연결하려면, 니콜라프주의 점령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면 흑해와 아조프해 연안, 즉 우크라이나 남동부는 러시아 본토와 바로 연결된다. 러시아가 지정학적 이득을 보고 욕심을 낼만한 곳이 틀림없다. 

돈바스 지역에는 2014년 이후 친러시아 민족주의 세력과 전쟁을 치르다보니, 우크라이나 정예군의 5분의 4(혹은 3분의 2)가 모여 있다. 이걸 부수면 우크라이나군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여기에 돈바스 배후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관련시설이나 방산업체, 탄약고, 무기고 등을 폭파하면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는 달성된다.

돈바스에 구축한 우크라이나군의 진지를 러시아군이 포격(위)한 모습/현지 매체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나치'는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무장세력, 즉 '아조프 부대' 같은 민병대를 말하는데, 이 역시 돈바스 해방으로 비나치화의 목적이 상당히 달성된다고 봐야 한다. 소위 '돈바스 해방' 하나만으로도 러시아는 스스로 내세운 군사작전의 여러 목적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목적 달성을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러시아를 지지하지 않는다. 참혹한 전쟁에서 초래될 민간인 피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종전은 당연하다.

미국 중심의 1, 2차 걸프전, 리비아전, 아프간전 당시에도 국제사회에서는 '전쟁 반대' 여론이 거셌다. 프랑스는 대놓고 반대했다. 그런 만큼 속전속결이 최선이었다. 미군은 무지막지한 공습작전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그 때 국제부(외신부)에 있었는데, 미군의 공습은 마치 무슨 컴퓨터로 '전쟁 게임'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면 이게 바로 승리하기 위한 현대 군사작전의 기본이다. 다 때려부순 뒤 지상군이 들어간다는 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 상식에 속한다. 미군은 철저하게 그 기본에 충실했다. 한달 가까이 공습하고, 탱크로 밀고들어가 목적을 달성했다. 

근데, 러시아는 달랐다. 초기 군사작전이 실패했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서방 측은 러시아의 초기 군사작전 실패를 '자신들의 경험'에서 찾는다. 군사 공격작전의 기본도 안 갖추고 '닥공'(닥치고 공격) 방식으로 적진 진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장 지휘부 문제, 군수 병참 문제, 날씨및 지형적 문제를 초기 실패의 원인으로 든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상황은 미국이 보는 이라크나 아프간과는 달랐다. 폭격과 공습으로 때려부순 뒤 들어가는 건 생각조자 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전 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군사관련 시설만 파괴하고,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회기반 시설 폭격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이해해야 할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특수한 관계다. 러시아 인구가 1억 4천만명쯤 되는데, 그 중 10%, 즉 1천200만~1천300만명이 우크라이나에 친인척을 두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무자비하게 폭격 혹은 공습한다는 것은 그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다는 뜻이다.

미군의 이라크, 아프간 공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러시아도 지난 2015년 시리아를 공습할 때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 왜? 시리아인은 러시아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까.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다르다.

러시아에서도 처음에는 누구도 대놓고 러시아의 군사작전 실패 운운할 수 없었지만, 두어달이 지나면서 군 출신 주요 정치인들이 초기 군사작전의 실패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카르타폴로프 하원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군대는 무기를 사용할 생각도 하지 않고, 키예프가 통제하는 영토에 들어갔다"며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하고, 장비를 불태우고, 포로로 잡고.. 러시아 군대를 조롱하기 시작한 뒤에야 전술을 바꿔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전투 현장 매뉴얼에 따라 작전이 엄격하게 수행된다"며 "그에 따라 아군의 피해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공수부대 사령관 출신으로 하원 의원인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전 대장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면 꽃다발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우리의) 가장 큰 실수였다"며 "이후 현실을 깨닫고 군사작전 고유의 전술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전쟁의 기본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러시아군이 이제 장거리 미사일과 폭격기, 공격용 헬기, 각종 다연장 로켓포와 자주포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진영을 초토화한 뒤 진입하는 작전을 쓴다. 러시아군의 진격이 더디다는 분석이 나오는 진짜 이유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만큼 전투의 결과가 끔찍하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러시아군은 작전을 전반적으로 크게 바꿨다.
이를 두고도 양측의 주장은 배치된다. 서방 측은 러시아군이 키예프 등을 포기하고 좁은 지역인 돈바스의 점령으로 군사작전의 목표 자체를 변경한 것으로 본다. 러시아측의 전략적 실패, 혹은 패배로 몰아가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총참모부, 우리식으로는 합참)은 작전 개시 한달만(3월 25일)에 1단계 공격 작전을 완료하고 2단계 작전으로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키예프 인근의 군 병력을 돈바스쪽으로 돌렸다.

러시아군의 2단계 작전 발표를 키예프 철군의 '명분 찾기'로 볼 수도 있다. 작전 지도를 보면, 러시아는 5개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우선 키예프와 키예프 동쪽의 수미 방향이다.

돈바스를 직접 겨냥한 진격 방향은 루간스크주 위쪽의 하르코프(하리키우)주와 크림반도다. 크림반도에서는 좌(헤르손주), 우(자포로제주)로 펼쳐 진입하면서, 자로포제주를 거쳐 도네츠크주를 바로 압박하는 형태로 진격했다. 헤르손주는 비교적 쉽게 러시아군에게 빼앗겼다. 

객관적으로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는 공격 진로에서 '키예프가 항복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사흘만에 키예프가 항복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올렉스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최근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12시간안에 키예프에 진입하고, 72시간 안에 항복을 받아낼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 예상은 서방측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해외 망명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러시아군의 기대(?)대로 우크라이나가 '꽃다발'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대전차포(미사일)로 무장한 채 숨어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량 행렬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러시아군의 진격 작전은 한달 가까이 꼬이기만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플랜B'로 급히 작전을 변경했다는 분석은 그래서 타당하다.

레즈니코프 장관의 발언에서 또 눈여겨 볼 대목은 서방측의 태도 변화다. "전쟁이 한달쯤 지난 뒤에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기하고 물러나자, 그때부터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에게 적극적으로 무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꽤 잘 하는구나, 우리가 무기라도 도와주면 더 잘하겠다'는 판단이 선 뒤에야 서방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숲속에 은폐한 러시아군의 곡사포(위)와 Msta-s 자주포/러시아 국방부 동영상 캡처

러시아군의 작전 변경은 앞서 설명한 그대로다. 아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 진영을 초토화한 뒤 진격하는 것. 러시아 언론을 보면, 러시아군의 자주포가 숲속에 은폐한 뒤 불을 뿜고, 흑해 해상에서는 칼리브르 장거리 미사일이 군사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고, 공격용 헬기의 공격 기동이 동영상으로 공개된다. 

러시아 언론에는 '가마솥 작전'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개전 이전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친러 무장세력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보면, 우크라이나군은 마치 '가마솥'을 옆으로 눕혀 놓은 것처럼, 입구는 좁으나,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넓은 지역을 통제하고 있었다. 따라서 키예프나 하리코프 쪽에서 진격해오는 러시아군이 '가마솥'의 뚜껑(입구)에 해당되는 지역을 틀어막고, 돈바스 부대(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민병대)가 배후에서 밀고 나온다면, 우크라이나군은 '가마솥'에 들어간 꼴(포위)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정예군을 박살내겠다는 게 바로 러시아측의 '가마솥 뚜껑 닫기 작전'이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우크라이나군 1만6천명을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밑의 '가마솥' 안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얀덱스 캡처 

이런 표현은 서방 외신에서, 국내 언론에서 찾을 수 없는 이야기다. 

여담으로, 러-우크라 전쟁의 진행 상황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필자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 1960년대의 괄괄한 선생님은 친구 둘이 싸우면, 앞으로 불러내서 이유를 물은 뒤 서로 잘못한 만큼 상대의 빰을 때리게 했다. '폭력 선생님'의 행태여서 요즘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장면인데, 그때는 시골에서 그런 일이 가끔 있었다. 직접 보고 들은 것이다.

처음 상대의 빰을 때릴 때, 서로 친구사이인 둘은 때리는 시늉만 한다. 어느 순간, 선생님이 한 친구의 손을 잡아 "이렇게 때려" 라고 하면서 상대의 빰을 때리면, 그때부터 극적으로(?) 서로를 때리는 힘이 에스컬레이터 된다. 무슨 말이냐고 하면, 러시아군은 처음부터 (친구? 혹은 친인척격인) 우크라이나를 이렇게 무자비하게 폭격할 생각이 없었다.

근데 누군가(?)의 부추김으로 우크라이나가 세게 나오고, 옆에 있는 전우가 막 죽어나가니, 독이 오른 러시아군도 상대를 세게 때릴(폭격및 공습)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있는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승패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차대조표를 한번 만들어 보자. 

먼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승리의 기준 자체가 좀 모호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앞서 설명한 대로, 러시아군의 바뀐 군사작전의 목표나 우크라이나의 방어 전략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그때 그때 바뀌고 달라지고 변경된다.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는 아예 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할 정도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은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한다.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이번 기회에 수복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쪽은 개전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본다. 미국은 아직 불분명한데(미 NYT 분석), '러시아 측에 쓴 맛을 보여주겠다'는 뜻은 확고해 보인다. 

러시아의 현실적인 목표는 돈바스 해방과 남부지역 장악 정도로 보고 있다. 1단계는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기반 시설 파괴, 2단계는 돈바스 해방및 남부 지역 장악, 다음 단계는 우크라이나를 '동서 분단'으로 고착화한다는 것이 아닐까? 요즘 부쩍 자주 나오는 '제2의 한반도화' '우크라이나의 한반도화' '우크라이나의 분할 통치' 라는 용어들이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러시아가 승기를 잡았을까?
우리는 러시아군의 초기 작전 실패로 우크라이나가 이긴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가 키예프를 포기하고, 돈바스로 방향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제철및 야금 산업단지에서 저항해온 우크라이나군 2천4백 여명이 항복하면서 국내 언론도 '우크라이나 편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군이 여러 전선에서 밀리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이니, 서방 언론도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을 들기가 편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러-우크라 양쪽의 군사 지도로 한번 보자. 왼쪽은 우크라이나측 전황 지도이고, 오른쪽은 러시아쪽 군사지도인데, 오른쪽 붉은 색 지역이 별반 다르지 않다. 양측이 다 인정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쟁 전에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친러시아 민족주의 세력은 돈바스 전체 지역의 3분의 1 가량을 장악해 왔다. 크림반도를 고립시키는 우크라이나 정부 정책에 러시아는 큰 돈을 들여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를 건설해야 했다. 우크라이나가 내륙의 수로를 막는 바람에 크림반도는 늘 물부족에 시달렸다. 

지금은, 러시아군은 친러시아 무장세력과 함께 돈바스 지역을 조금씩 조금씩 점령해 나가고 있다. 벌써 돈바스 지역의 약 80%를 장악한 상태다. 예상보다는 늦어졌을 지는 모르지만 돈바스의 전면 장악이 이미 코 앞에 와 있다. 루간스크는 조만간 완전히 장악할 태세다.

6월 들어 러시아군은 북크림 운하를 정상화(막은 댐을 폭파)했다. 크림반도의 물 부족이 비로소 해소됐다. 남부 헤르손주과 자포로제주, 니콜라예프(미콜라우)주의 흑해및 아조프해 연안 지역은 러시아군이 거의 점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100일이 되는 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가 하루에 60~100명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돈바스 친러시아 세력(DPR과 LPR 민병대)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군 포로는, 중복 계산 여부도 있겠지만, 1만명 가까이 된다. 한국 전쟁에서 포로송환 문제가 제기됐을 때, 북한군 포로가 10만명쯤 됐다고 하니, 그 10분의 1이 이미 러시아군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점령한 남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 지배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군사적으로 점령한 뒤, 민간인들에 대한 구호작업을 시작하고, 군민 합동정부(우크라이나측으로는 괴뢰정부)를 세워 생활 차제를 루블화 경제권으로 바꿔간다. 그러면서 러시아 방송을 틀고, 이동통신전화를 러시아 번호로 바꾸고, 현지에 러시아 은행과 슈퍼마켓을 열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러시아 여권 발급도 상당히 진행됐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금 종전해도 러시아가 이익"이라는 총평을 내놓을 정도다. 현재 최대 격전지인 세베로도네츠크가 러시아 손으로 넘어가면, 마지막 남은 루간스크주의 리시찬스크도 위험하다. 루간스크주를 장악한 친러 세력(LPR군)은 남쪽으로 도네츠크주 공격에 힘을 합칠 것이다. 지도에서 확인한 대로, 러시아 본토에서 돈바스, 남부지역을 거쳐 크림반도까지 이어지는 육로및 수로가 확보되고, 실효지배까지 이뤄지면, 러시아는 흑해와 아조프의 제해권을 손에 쥐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흑해와 아조프해에 대한 러시아의 제해권 장악이다. 도네츠크주의 항구도시 마리우폴, 자포로제주의 멜리토폴과 베르댠스크, 헤르손주의 주요 항구를 다 장악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까지 통제권을 넓히면 러시아는 이 곳 제해권을 다시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으로 잃어버린 '남쪽으로 열린 창'을 러시아가 다시 확보하면 러시아의 전통적인 남방정책은 또 한번 성공으로 끝날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바다를 잃고 '내륙 국가'로 전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은 '우크라 전쟁의 진실' 마지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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