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전선이 움직인다" - 6월 들어 달라진 우크라 전황 종합 분석
우크라 전쟁) "전선이 움직인다" - 6월 들어 달라진 우크라 전황 종합 분석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05 0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확전'이라고 쓰고 '반격'으로 읽는다.
6월 들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습과 러-우크라 접경지역 벨고로드주(州)에 대한 무장단체 습격이 잦아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전황 분석이 한층 복잡해졌다. 그러나 요약하면 '전선이 움직이지만, 심하지는 않다'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키예프 공습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3개(벨고로드와 쿠르스크, 벨란스크)주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주로 하이마스·HIMARS)도 새삼스럽지 않다.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최전선과는 다소 먼 북동부 지역과 맞닿은 러시아 벨고로드주 습격 사건이 주목을 받지만, 아직은 소위 수십명 단위의 '무장공비'들이 국경을 침범하는 수준이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주 후방에서 터지는 '사보타주'(비밀 폭파작전)나 주요 목표 공격은 전쟁 상황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게릴라전'이다. 영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가 아조프(아조우)해 연안 지역까지 날아오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키예프 공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드론 공격에 키예프 방공망이 작동하는 장면/영상 캡처

이전과 달라진 것은 '언론의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반격이 임박했다는 측면에서 모든 공격을 기승전→반격(혹은 반격 예비단계)로 몰아간다. 반격은 공개적인 '선전포고'와 다르다. 기습적이고 전격적인 반격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땅이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각각 '총공격'과 '대반격'으로 이름붙이기는 민망하다. 전선이 다시 꿈틀거리며 움직일 뿐이다.

◇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4일 "전투의 주요 뉴스는 도네츠크 지역(주)의 남쪽에서 나오고 있다"며 최근의 주요 전선 움직임을 종합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우글레다르와 브레메프카에서 공세에 나섰으나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기갑부대 소속 탱크 한 대에서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포착됐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우크라이나 기갑부대를 최대 탱크 10대로 집계했다.

스트라나.ua는 "도네츠크주 남쪽으로 진격하면 크림반도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 방향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루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가장 유력한 반격 루트인 자포로제주(州)에 비해 비교적 러시아군의 방어 요새 구축이 덜 된 곳"이라고 했다. 

자포로제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400m 가량 남진했지만, 러시아군에 의해 격퇴됐다고 친러 자포로제주 수반(주지사 대행) 로고프가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12대 이상의 장갑차를 앞세운 기계화 보병 2개 중대가 공격에 나섰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쿠퍈스크-스바토보 전선에서 공격을 가했으나 이를 격퇴했다고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제 92 독립기계화 여단이 러시아군을 격퇴한 뒤 스바토보로 400m나 진격했다고 주장했다. 마리인카 등 기존의 전선에서도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스트라나.ua는 "기존의 전선에서 전투는 거의 24시간 계속된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베르댠스크와 멜리토폴을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폭격도 잦아졌다. 최근 며칠간 영국의 '스톰 섀도' 미사일 등이 날아들었다. 스트라나.ua는 "이 모든 것은 미래의 반격작전을 위해 러시아군의 군사 물류 공급로를 타격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다만, 지금까지 타격은 규칙적이지만, 단발성이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무장단체의 러시아 벨고로드주 습격 
서방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우크라이나 무장단체의 벨고로드 습격이다. 자칭 러시아의 반체제 무장단체라고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의 지휘를 받은 '용병'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제여단'(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서방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참전한 자원병 부대/편집자) 소속 폴란드 병력이 벨고로드 습격에 참여했다고 주장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장단체('러시아 자원의용군' Русского добровольческого корпуса, RDK과 '러시아 자유연대' Легион Свобода России)는 지난달 22일 벨고로드 국경 마을을 습격한 데 이어 1일과 3일에도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러-우크라 언론에 따르면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연일 무장단체의 습격및 포격, 주민·건물 피해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러시아군의 대응을 알린다. 접경 지역의 주민들은 거의 대피한 상태다. 굳이 비유하자면, 북한의 무장공비가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강원도 동해안 쪽으로 내려온 것과 진배 없다.

무장단체의 러시아 벨고로드주 코진카 국경검문소 장악 장면/사진출처:스트라나.ua

미 CNN 방송은 이같은 습격 사건을 통해 러시아 내부를 동요하게 만들려는 우크라이나의 숨은 의도가 먹혀들어 가고 있다고 2일 분석했지만, 모스크바 등 많은 지역에서는 '특수 군사작전' 지역내에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개전 이후 그 곳으로는 국내 항공편조차 뜨지 않는다. 러시아 땅이 엄청나게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건너 불'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무장단체의 러시아 국경마을 습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전 1년 쯤 지난 3월 2일 40~50명의 무장 군인들이 러시아 브랸스크주(州) 국경 마을 2곳에 침입,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가스관과 전력 공급선 폭파를 시도했다. 또다른 국경 마을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지난 3월 러시아 브랸스크주 국경마을에 진입한 무장단체의 모습/사진출처:RDK 영상 캡처

크렘린은 이 습격 사건 직후 "푸틴 대통령이 지방 방문(일부 언론은 북카프카스 스타브로폴 방문으로 보도)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도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긴박하게 움직였다는 증거다. 현지 기자들도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에게 "이 사건을 계기로 특수 군사작전의 성격이 변할 것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후 3개월 가까이 잠잠하더니, 같은 무장단체가 다른 곳(브랸스크주→벨고로드주)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두 곳을 동시에 습격할 정도의 병력과 무장 수준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들의 습격을 북한의 '무장공비' 남하 쯤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 재개된 러시아의 키예프 공습
키예프를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습은 지난달 말부터 매일 계속되고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러시아 공습에 닫았던 키예프 시내의 방공호 시설이 다시 열렸고, 늦장 개방에 어린이 등 희생자들이 나오자 우크라이나 정부와 키예프시(市)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트라나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대국민 메시지에서 키예프의 방공망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 측은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을 거의 전부 격추시켰다고 주장하지만, 권력 내부에서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러시아의 공습 재개는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탄약) 재고를 바닥내기 위한 것이거나 △서방의 현대식 방공망을 키예프에서 최전선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고 △공습 경보로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수도권 주민들의 사기 저하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3일 밤~4일 새벽에 단행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우크라이나 군 비행장이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 군사령부와 당국은 군사 목표물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지금까지 거의 확인하지 않았다"며 "얼마 전 흐멜린스키 지역의 군사비행장 미사일 공격에 이어 '크로피브니츠키' 지역의 군 비행장 타격을 공개한 것은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서방 측에 전투기 제공 규모를 늘려달라고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